200만명이 넘는 한국영화 흥행작을 다섯 편 배출한 상반기 극장가에는 어떤 것들이 사랑받았을까?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로는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의 변학도를 꼽을 수 있다. 고전 '춘향전'을 재기발랄하게 비튼 이 영화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전혀 새로운 변학도를 만날 수 있다.
오직 여자 생각 밖에 없는 변학도를 통해 송새벽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배우가 수면 위로 건져올려졌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을 놀라게 한 배우-캐릭터의 힘이다. 300만명을 돌파한 영화 흥행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눈먼 검객 황정학도 인상 깊은 캐릭터였다. 미세한 표정 변화로 깊은 연기를 해 낸 연기파 배우 황정민의 내공이 빛을 발했다.
남자-남자 투톱스릴러가 여전히 충무로의 인기 장르인 것을 생각하면 최고의 콤비가 누구였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단연 장훈 감독이 연출한 '의형제'의 송강호-강동원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월 개봉한 '의형제'는 550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올 개봉한 영화 중 현재까지 최고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연기파 배우 송강호는 적절한 진지함와 웃음으로 관객이 그에게 바라는 것을 정확하게 선사했고, 강동원은 배우로서 재발견의 기쁨을 줬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 같지만,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줬다.
코믹한 명대사로는 역시 '방자전'의 변학도 대사가 으뜸이다. 변학도가 몽룡에게 자신의 인생 목표는 더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것이라며 "전 인생 목표가 뚜렷해요"라고 이야기할 때 많은 관객들의 입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재한 감독의 전쟁영화 '포화속으로'는 학도병 오장범 역을 맡은 탑(최승현)의 입에서 많은 감동적인 대사가 흘러나왔다. "어머니 오늘 제가 죽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등이 관객을 찡하게 한 명대사로 손꼽혔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주인공 은이(전도연)가 하녀 일에 대해 "저, 이 짓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인상을 남겼다. 이 대사는 포스터 문구로도 사용되며 묘한 이중성을 자아냈다. 또 윤여정이 연기한 병식의 "아·더·메·치"라는 대사도 새로웠다.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해"라는 뜻. 평생을 하녀로 일한 병식이 가슴에 맺혔던 것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었다.
하반기를 시작한 극장가에서 명대사를 쏟아내는 작품은 강우석 감독의 신작 '이끼'다. 워낙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이 의미심장하고 주옥같은 명대사들로 채워져 있다.
극중 박민욱 검사 역 유준상이 뱉는 "조용히 살아~ 이끼처럼! 그냥 바위에 착 붙어 있어, 입 닥치고", 천용덕 이장(정재영)의 "니, 감당이나 할 수 있겠나?" 등이 관객들에게 명대사로 회자되고 있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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