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의' 한국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의 의식도 개선돼야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0.09.25 10: 05

이제는 프로게이머들도 달라져야 한국e스포츠가 살 수 있다.
지난 12년 간 한국e스포츠는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뜨거운 열기로 2004년과 2005년 10만 관중 신화를 일궈냈고,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연거푸 탄생하며 스포츠 체제와 일맥상통하는 체제를 갖췄다. 아직도 e스포츠 팬들은 광안리 결승전이나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박성준 등 레전드 선수들이 활약했던 당시의 열기를 잊지 못할 정도.
물론 항상 조용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몇몇 선수들은 안정화되지 못한 시장의 희생양의 되기도 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게임을 사랑하고 e스포츠를 동경해서 청춘을 던진 프로게이머들의 뜻은 꺾이지 않았고, 지금의 e스포츠 시장의 주축이 됐다.

과거 프로게이머들은 그야말로 게임방송국에도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무시당했다. 무대 앞에서는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지만 무대 뒤에서는 방송국 스태프들에게 무시당할 정도로 힘없는 약자였다. 겉으로는 환대였지만 뒤에서는 '게임 폐인'이라는 이중적인 대우로 인격적인 모독도 종종 받았다. 그런 모진 세월을 거쳐서 지금의 e스포츠 시장이 가능한 것이다. 즉 프로게이머들은 한국e스포츠를 지탱하는 든든한 축이다.
최근 선수들의 이탈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최고 연봉 선수는 가볍게 2억 원이 넘는다. 인센티브나 상금을 포함할 경우 4억 원에 육박하는 선수들도 있다. 분명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있고 나름대로 권익도 올라갔지만 불합리한 방식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는 맞서기 보다는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힘들게 고생하면서 사회적 공인으로 위치에 올라왔지만 공인의 모습에 걸맞게 행동하기 보다는 권리(경기장에 나설 기회)만 주장할 뿐 의무의 발걸음은 미약해졌다. 지난 4월 터진 승부조작 파문은 사회를 뒤흔들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도박 의혹을 비롯해서 사건 사고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
이번 선수 이탈 사태는 정말 심각하게 볼 수도 있다. 이제 겨우 시장 체제를 갖춘 한국e스포츠가 다시 12년 전 태동기로 돌아갈 수 있는 대형 악재다.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진행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그래텍에는 반가운 호재일 수는 있다. 큰 돈 안들이고 유명한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심각한 손해다.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시장과 없는 시장의 차이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명확하다. 자신들이 스타가 되기까지 거쳤던 과정을 짚어본다면 선수들은 그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시장은 골수팬들만 즐기는 정말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선수들의 의식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뛰고 싶다면 기회를 만들면 된다. 그냥 약자의 모습으로 물러나기 보다 권리를 주장하고 의무를 행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면 된다. 성장한 시장의 모습만큼 의식도 끌어올리면 된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뛰고 싶고, 연봉 계약 당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면 그냥 참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단체를 만들어서 권리를 주장하면 된다. 그냥 힘이 없다고, 주장이 통하지 않는다고 관두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힘들게 자신들이 성장시킨 시장에서 도망간다면 팬들의 혼란은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권익만 주장하고 의무와 도리를 생각지 않는 것은 말 그대로 공허할 뿐이다. 이젠 선수들도 달라져야 한다. 달라져야 더욱 성장시키고 e스포츠가 살아날 수 있다.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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