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마케팅, 더 이상 안 통한다!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0.10.07 17: 15

스타의 이름값만으로 영화 흥행이 좌지우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내용이나 장르적 특성, 소재 등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보다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곤 했다. 이런 이유로 이른바 ‘흥행 배우’가 생겨났고 이들의 몸값은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하는 법. 탄탄한 스토리와 독특한 소재 등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스타 파워는 빛을 잃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출연 배우들의 면면 대신 영화 장르, 줄거리 등을 영화 선택 시 참고 자료로 보게 된 것이다.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각종 커뮤니티의 활발한 상호 작용으로 관객들 간에 영화 정보를 교환하기도 해 입소문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우 이름값, 인지도의 중요성은 점차 낮아지는 상황이다. 감독들이 배우를 캐스팅함에 있어서도 인기의 많고 적음보다 그 캐릭터에 얼마나 부합되는지, 연기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는 게 영화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타 마케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건 여러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 미모와 지성으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김태희가 유독 영화판에서는 맥을 못 쓰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김태희의 세 번째 스크린 도전작이자 군 제대 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양동근의 컴백작 ‘그랑프리’는 누적 관객수 16만 명으로 쓸쓸히 퇴장할 위기에 놓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 ‘그랑프리’는 4일 기준 누적 관객수 16만 6128명을 기록했다.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주말기간 동안 74개관에서 고작 1793명이 들어 주말박스오피스 15위에 머물렀다.
특히 그녀가 2007년 설경구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싸움’이 34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던 것을 상기해보면 영화업계에 더 이상 스타 파워는 없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우성과 연인으로 출연했던 2006년작 ‘중천’ 역시 145만 명을 가까스로 넘긴 바 있다.
영화에 관한 징크스를 깨기 위해 작품을 하면 할수록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김태희이지만 그녀의 정성에 반비례하는 성적을 보인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다. 김태희가 나서서 영화를 홍보하면 화제성은 엄청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관객 몰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장진 감독과 코믹 전문 배우 김수로의 조합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퀴즈왕’ 역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영화 빅뱅 시기라는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했고 유일한 코미디 영화였던 만큼 많은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참혹하기만 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퀴즈왕’은 4일 기준 누적 관객수 56만 2662명을 기록해 간신히 10위 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출연진들의 면면만 보면 ‘퀴즈왕’의 이 같은 성적은 말 그대로 뜻밖이다. 김수로 외에도 한재석, 임원희, 류승룡, 정재영, 신하균, 류덕환, 심은경 등 수많은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해 영화를 완성했기에 어느 정도는 흥행이 보장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오히려 눈에 띄는 배우들이 없어 흥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됐던 코미디 영화 ‘방가?방가!’가 개봉 주 주말 전체 2위, 개봉작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올 가을 영화계에 의외의 복병으로 나선 상황이다.
더 이상 출연 배우의 인기도로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똑똑한 관객들.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영화 제작진과 배우들은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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