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2전 3기' 임태훈의 값진 노력, 값진 선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1.20 07: 50

"금메달이 확정되자마자 (김)광현이한테 축하한다고 전화가 왔어요. 저는 홍콩전에서 던졌을 뿐인데".(웃음)
 
앞으로 던질 공이 더욱 많은 유망주. 마운드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는 그도 야구 인생의 한 전기를 맞게 된 데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 엔트리 탈락,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체자 합류를 거쳐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체자 합류를 통해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한 임태훈(22.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한국은 지난 19일 광저우 아오티 베이스볼 필드에서 열린 대만과의 야구 결승전서 9-3 승리를 거머쥐며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의 금메달 탈환에 성공했다. 24인의 선수단은 무겁지만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쁨을 만끽했다. 임태훈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
 
올 시즌 극심한 허리 통증 속에 선발-계투를 오가며 9승 11패 1세이브 1홀드 평균 자책점 5.30을 기록한 임태훈. 피홈런(27개)이 많았으나 경기 내용 면에서는 기록보다 괜찮은 투구를 보였던 임태훈은 지난 3년 간에 비해 부진한 성적으로 9월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으나 김광현(SK)의 갑작스러운 안면 마비 증세로 인해 대체자로 대표팀에 지각 합류했다.
 
WBC에서 임태훈을 거느렸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임태훈에 대해 "원래 대체자 선발 당시 3순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활약상이 좋아 예비 엔트리 명단을 훑어본 뒤 임태훈을 김광현의 대체자로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약체를 상대로 경기를 온전히 책임질 선수를 필요로 했고 임태훈은 지난 14일 홍콩전에서 5이닝 3피안타 무실점투를 보여주었다.
 
약체와의 경기이기는 했지만 어떤 투수도 쓰지 않는다면 경기를 이길 수 없는 법. 임태훈은 초반 타선의 공세가 예상 외로 약했음에도 꿋꿋이 마운드를 지키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적어도 그의 선발 가치는 폄하할 수 없었던 이번 아시안게임이었다.
 
경기 후 임태훈은 축하한다는 이야기에 환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언제나 믿음직한 모습을 견지하려던 그 답지 않아 수화기로 전해지는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뒤이어 그는 김광현에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광현이가 축하한다고 하더라구요. 만약 광현이가 있었다면 우리가 더 수월하게 금메달을 딸 수 있었겠지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김광현과 임태훈, 그리고 임태훈과 함께 금메달의 영웅이 된 양현종(KIA) 등은 모두 2006년 쿠바 세계 청소년 선수권 우승 멤버로 이들은 모두 비시즌 함께 모이는 등 서로 돈독한 사이를 유지한다. 안타깝게 대표팀 탈락의 비운을 맛본 김광현이지만 친구의 희소식에 득달같이 축하 인사를 건넸고 임태훈 또한 그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홍콩전 때 51개를 던지고 다음 등판 기회를 노렸어요. 그런데 결국에는 결승전에서도 몸을 못 풀고 금메달을 따버렸네요.(웃음) 귀국해서 이틀 쉬고 다시 미야지키로 이동해서 마무리 훈련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값진 선물을 받았으니 앞으로 야구를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큰 경기 필승카드라기 보다는 징검다리 노릇을 한 임태훈이지만 그의 아시안게임 활약은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누리기에 충분했다. 선수 생활에 있어 더없이 값진 선물이자 더욱 야구를 잘해야 하는 당위성까지 얻게 된 임태훈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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