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하라, "정말로 정의윤이 후보란 말인가?"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2.15 07: 32

"정말로 후보 선수란 말인가? 믿겨지지 않는다".
일본프로야구의 영웅이자 '거인'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 출신인 기요하라 가즈히로(44)가 LG 트윈스 '거포 유망주' 정의윤(25)의 가공할 만한 파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요하라는 14일 '절친' 사사키 가즈히로(42)가 투수 인스트럭터로 활동중인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야구장을 찾아 LG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먼저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지켜본 기요하라는 실내연습장으로 이동해 타자들의 프리 배팅에 관심을 가졌다. 본인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홈런타자였기에 배트를 쥐고 힘찬 스윙을 하는 타자들에게 관심이 더 쏠릴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이치다.

여기에 기요하라가 실내 야구장으로 들어서자 이토 쓰토무(49) 인스트럭터는 "저기 49번 오른손 타자를 주의 깊게 한 번 봐보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LG '49번'은 지난 10월 군복무를 마치고 2년 만에 복귀한 정의윤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토 인스트럭터가 기요하라에게 정의윤이 어떤 선수인지 설명을 전혀 하지 않고 주의 깊게 봐보라는 말만 했다는 점이다.
기요하라는 이토의 부탁이기에 정의윤이 당연히 주전 선수라고 생각한 듯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의윤이 친 타구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배트에 맞아 모두가 라인 드라이브성 홈런 타구로 연결됐다. 특히 센터를 중심으로 좌중간 타구는 속사포가 날아가는 것처럼 외야로 뻗어 나갔다. 그러자 기요하라는 정의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좌,우, 중간을 오가며 계속해서 정의윤만 쳐다봤다. 20여분 동안 놀랍다는 표정으로 정의윤만 쳐다봤다.
정의윤의 타격 훈련이 끝나자 한국 기자들과 만난 기요하라는 "정의윤은 배트 스피드가 정말 빠르다. 신체 조건도 정말 좋다"고 말하며 "일본에 와도 어떤 팀이든 주전선수로 뛸 수 있다. 홈런 30개는 충분히 칠 것 같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요하라의 예상 밖의 대답에 놀란 한국 기자들은 "정의윤은 주전 선수가 아니라 백업 선수"라고 말하자 "정말로 주전선수가 아니냐. 믿겨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의윤 역시 기요하라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타격 훈련을 마친 정의윤은 "나 역시도 기요하라의 팬이었다.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의윤을 대신해 기요하라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부탁하자 "좌중간 타구는 좋지만 센터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타구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배트에 정확하게 맞히는 확률만 더 키우면 정말 무서운 타자가 될 것이다. 올 시즌 반드시 잘 할 것으로 보인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트 스피드, 타격 밸런스 모두 좋다. 실제 경기에서도 프리 배팅 때 치는 것처럼 자신을 믿고 타격에 임한다면 올 시즌 반드시 대단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좀 전의 그의 모습은 내가 그의 사인볼을 받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의윤도 "사실 1군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워낙 좋은 선배들이 많다. 기회가 주어지면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서 능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면서 "유망주, 유망주로 불리는 것보다 이제는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기요하라는 이날 정의윤의 타격을 처음 봤지만 그전부터 몇 차례 정의윤을 지켜본 일본 야구 관계자는 "사실 일본 야구선수들 중에서 정의윤 만큼의 근육과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드물다. 다만 얼마나 변화구를 공략하고 선구안을 키우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정의윤은 14일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경기에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첫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랐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바깥쪽 높은 직구 볼에 배트가 나가고 말았다. 타이밍도 약간 늦자 타구는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고 말았다. 기요하라의 "배트에 얼마나 정확하게 맞히느냐가 관건"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정의윤은 올 시즌 당장 선발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박종훈 감독도 정의윤의 활용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일단은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해 좌투수를 상대로 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일본 내에서도 타격에 있어서는 최고 타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라고 기요하라의 예상이 적중할까. 이제 모든 것은 정의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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