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데이터야구] 김성근 감독 1200승, 더 대단한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5.05 07: 35

28년·20시즌·2258경기. 12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리기까지 걸린 시간들이다.
SK 김성근 감독이 프로야구 사상 두번째 1200승 클럽에 가입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SK는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7-4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개인 통산 1200승 위업을 달성했다. 김응룡 전 삼성 감독에 이어 한국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대기록. "내가 잘한 건 없다. 좋은 아이들을 만났다. 선수들이 잘해줘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김 감독의 1200승 달성 소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김 감독의 1200승은 설명하기 어렵다. 김 감독의 1200승이 유독 더 빛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 6개팀 1200승

1984년 OB에서 처음 프로야구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1988년까지 5년간 OB를 이끌었다. 이후 1989~1990년 태평양, 1991~1992년 삼성, 1996~1999년 쌍방울, 2001~2002년 LG 그리고 2007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SK를 지휘하고 있다. 무려 6개팀을 전전하면서도 120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김 감독만큼 팀을 많이 옮긴 사령탑도 없지만 이렇게 많이 옮기면서 승수를 쌓은 감독도 없다. 역대 최다승 김응룡 전 감독은 해태와 삼성만 지휘했고, 최다승 3위의 김인식 전 감독도 쌍방울-두산-한화 3개팀이었다. 이광환 감독이 OB-LG-한화-히어로즈 등 4개팀을 오갔지만 총 승수는 608승으로 김 감독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김 감독에는 방랑귀신이 붙었지만 가는 곳마다 마술을 부려 보란듯 강팀 반열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1200승은 몰라도, 6개팀 1200승은 과연 또 누가 할 수 있을까.
▲ 통산 승률 0.545
주목해야 할 것은 통산 승률이다. 이날까지 김 감독은 2258경기에서 1200승1001패57무를 기록했다. 무승부를 제외한 승률이 무려 5할4푼5리에 달한다. 1000경기 이상 소화한 감독 중에서 김영덕(0.596)-김응룡(0.565) 감독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승률이다. 여기에 지휘봉을 잡은 6개팀의 재임 기간 승률 중 5할대 미만팀은 쌍방울이 유일하다. 그 쌍방울마저 승률이 4할8푼2리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6개팀을 오가면서도 김 감독이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역량이 있기 때문이었다. 승률이 그것을 설명한다. 특히 태평양·쌍방울 같은 당대 최약체 팀들을 일약 다크호스로 탈바꿈시킨 경력은 김 감독을 빛내는 환상의 파노라마로 남아있다. 김 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건 선수들이 "좋은 감독을 만났다"고 바꿔말해야 할지 모른다.
 
▲ 최대 공백기 8년
김 감독은 "매일매일이 고비였다. 오늘도 고비였다. 그 순간순간을 넘어와 1200승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김 감독에게는 유독 고비가 많았다. 감독 생활을 시작한지 햇수로는 28년인데 시즌으로만 따지면 20시즌째다. 8년의 공백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김응룡 전 감독은 23년간 쉼없이 달려서 1476승 금자탑을 쌓았다. 김인식 전 감독도 지난해까지 20년간 공백기는 겨우 4년밖에 되지 않았고 총 980승을 쌓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8년이라는 최대의 공백기를 딛고 일어섰다. 특히 SK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4년 동안 야인과 일본프로야구 코치로 지냈지만 돌아오자마자 곧 리그를 평정했다. 김 감독처럼 이렇게 공백기가 길고 잦은 감독은 없었다. 대부분이 한 번 공백기가 생기면 그걸로 감독 생활의 끝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3차례, 8년간의 공백기도 아무렇지 않게 극복했다. 그만큼 준비가 철저했다.
▲ 70세 최고령 감독
김응룡 전 감독은 만 63세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인식 전 감독도 일단 만 62세에서 멈춰섰다. 하지만 지난 2006년 말 4년의 공백기를 딛고 SK 사령탑으로 돌아온 김 감독의 나이는 만 65세였다. 4년의 시간이 흘러 만 69세, 우리나이로 벌써 일흔이다. 일본프로야구 최고령 감독은 2009년을 끝으로 물러난 당시 만 74세 노무라 가쓰야. 메이저리그 최고령 감독으로는 1950년을 끝으로 물러난 코니 맥으로 당시 만 88세였다. 지금 김성근 감독은 그들에 비해 이팔청춘이다. 노무라는 1565승을 올렸고, 코니 맥은 3731승이라는 메이저리그 역대 감독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 감독은 김응룡 전 감독의 최다승 경신 여부에 대해 "2시즌 동안 전승을 거두면 할 수 있겠네"라는 농담으로 대신했다. 어느덧 칠순이라는 고령의 나이가 됐지만 야구를 향한 김성근 감독의 뜨거운 심장은 쉼없이 고동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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