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군 5인방' 영입이 갖는 의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23 10: 54

"쟤, 덕수고 이창호 맞지? 여전히 잘 던지네".
 
지난해 상무-두산 베어스 2군 경기를 보던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곁에 있던 한 두산 2군 선수에게 상대 사이드암 투수에 대해 물어보았다. 2008시즌까지 LG 트윈스 스카우트를 맡았던 이 위원의 눈에 익숙했던 그 선수였다.

 
"지명을 못 받았기 때문이지 센스가 있던 선수였다. 단국대 시절 이후로는 못 봤던 것 같은데". 이 위원의 이야기대로 이창호(24. 상무)는 잠수함 투수 특유의 꿈틀대는 궤적의 공을 던지며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찌르는 공을 잇달아 구사했다.
 
덕수고-단국대를 거쳤으나 두 번의 프로지명서 외면당했던 이창호는 2009년 말 상무 입대한 뒤 올 시즌 37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1.95(22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신생팀 NC 다이노스는 이창호와 계약금 9000만원, 연봉 2400만원에 입단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찰청 오현민(투수), 김종찬(외야수), 신창명(외야수), 이성엽(내야수)을 입단시켰다. 제대 후 갈 길이 마땅치 않았던 선수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준 것.
 
경찰청 김종찬 또한 민병헌(두산), 정현석(한화) 등과 함께 중심타선을 지키는 오른손 타자다. 올 시즌 67경기 3할4푼5리 3홈런 36타점으로 활약 중. 이창호와 김종찬, 신창명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 출장하는 등 군 1년차 시즌부터 2군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다.
 
그동안 프로 구단들은 상무, 경찰청 선수들에게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매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세 번째 기회를 노렸으나 최근 수년 간 정식으로 입단한 케이스는 없었다. 올 시즌 삼성 불펜 추격조로 활약 중인 이우선도 상무 제대 후 지명 받지 못한 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경우.
 
그 외에는 군 출신 미지명 선수가 프로 무대서 활약 중인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해 신고선수로 입단한 양영동(LG)의 경우는 2006년 삼성에 입단했던 중고 신예라 이 케이스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청 시절 상위타선에서 활약한 외야수 이도윤(개명 전 이웅용)은 지난해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부상으로 시즌 중 방출되었다. 이 외의 군 출신 선수들 또한 모두 정식 지명이 아니었다.
 
아마추어 안배 차원에서 매년 2~3명 정도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입단시키는 상무와 경찰청. 팀에서는 그들의 다음 야구 인생을 위해 퓨처스 올스타전에 우선 추천하기도 한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기왕이면 돌아갈 소속팀이 있는 선수보다는 가능성있는 아마추어 출신 미지명 선수를 추천하려고 한다. 저 녀석들도 다음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군 팀 감독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기존 8개 구단은 이들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기왕이면 2군에서 미리 경험을 쌓은 군 선수들보다 좀 더 젊고 유망한 선수를 원했던 것. 이우선 케이스 외 군 출신 선수들은 아쉽게도 신고선수 제도 속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야구를 접어야 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NC 창단이라는 호재 속 이창호를 비롯한 군 5인방은 정식 계약을 체결하며 당당히 프로 선수가 될 기회를 잡았다. 운도 좋았지만 군 출신 미지명 선수들에 대한 재평가의 장이 열린 셈. 프로 무대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한 만큼 이들이 훗날 NC의 주축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남아있다.
 
고교 졸업반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인 잠재력은 떨어질 지 몰라도 그들은 프로 선수들의 매뉴얼을 어느 정도 익힌 선수들이다. 다음 시즌 2군에서 1년 더 활약한 뒤 2013년 1군 진입을 노릴 NC 군 출신 5인방의 맹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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