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석 “예비 장모님 댁에 TV없어 내 존재 잘 모르신다”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09.15 09: 29

 배우 김광규는 코믹한 악역 전문 배우다. 악역이긴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극의 감칠맛을 살린다. 하지만 영화 ‘챔프’에선 김광규를 능가하는 깜찍한 악역이 등장한다. 바로 배우 윤희석이다.
‘챔프’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와 절름발이 경주마가 함께 역경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는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위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꿈에 도전하는 기수 차태현과, 그의 분신 같은 딸 ‘예승’으로 분해 관객의 눈물 콧물을 쏙 빼는 아역배우 김수정이다.

하지만 이 둘만 있었다면 영화 ‘챔프’는 밋밋한 신파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챔프’가 감동 실화로 탄생할 수 있었던 건 극의 재미를 살리는 사설경마 사기꾼 김광규, 말을 못타는 기마 경찰 김상호, 어수룩한 사기꾼 윤희석이 있었던 덕분이다.
영화 ‘챔프’가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인기 몰이를 시작할 쯤, 결혼 소식으로 한창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던 윤희석을 인터뷰했다.
“코믹한 캐릭터를 처음 해봤다. 그동안은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를 주로 했다. 내가 작품 전체의 균형을 깰까봐, 오버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고 불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광규 형과 내가 극 중간 중간 템포를 줄 수 있는 캐릭터였다는 생각이 든다. 시도하지 않았던 연기 스타일이기 때문에 결과에 상관없이 다른 장르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가족 드라마 ‘챔프’는 그 어느 촬영 현장보다도 끈끈하게 단합이 잘 됐던 걸로 유명하다. 길들일 수 없는 말과 함께 제주도에서 촬영하며 배우들 간 함께 있을 시간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단합이 잘 됐다. 회식도 자주했다. 태현이가 밥도 많이 사고.(웃음) 지방에서 촬영을 하다보니 끝나고 함께 모이는 시간들이 많았다. 말 뒷발에 채일 뻔한 상황에선 정말 공포스러웠지만 즐겁게 촬영했다.”
윤희석은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싱글벙글했다. 영화 ‘챔프’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대중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게 그에겐 가장 큰 소득이었겠지만 이 외에도 윤희석에겐 축하할 일들이 많았다.
최근 인기 예능프로 ‘강심장’에 출연해 재치 있는 입담으로 화제를 모은 것은 물론, 여자친구와의 깜짝 결혼을 발표하며 핫 이슈로 떠오른 것.
“여자친구와는 6개월 연애하고 결혼을 결심했다. 외적인 준비보다 내적인 교류를 더 하려고 노력한다. 장모님 댁에 TV가 없어 사실 내 존재를 잘 모르신다.(웃음) 그간 출연했던 작품 다운 받아 보여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 사람들이 날 길거리에서 알아보자 ‘그간 내가 너무 몰라봤던 거 아니냐. 너무 무례했던 건 아니냐’며 걱정하시면서도 기분 좋아하시더라.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효도하고 싶다.”
배우,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늘어놓던 그에게 ‘강심장’ 출연에 대해 물었다. 진중하고 속 깊은 그에게는 사실 뼛속 깊이 예능의 피가 흐르는 건 아닐까.
“사실 출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요즘은 배우도 장르, 영역의 구분 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야 하지 않나. 섭외가 들어오면서 예술가로서의 자존심, 고집보다는 내 직업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했다. 배우 역시 대중을 즐겁게 하고 위로하는 역이니까. 한 두명이라도 더 즐거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사실 예능 출연은 무모한 시도였는데 다행히 잘 편집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예능 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난 한번 출연하고도 후유증이 크다.(웃음)”
타고난 예능감이나 끼에 대해서 손사래를 치면서도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윤희석. 지금까지 보여 왔던 묵직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었다.
“앞으로는 불륜, 치정극 말고 밝고 명랑 만화 같은 작품들을 하고 싶다. 조니 뎁처럼 미래의 자녀를 위해 동화 같은 이야기에 출연하고 싶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볼 수 있는 영화, 잘 만들어진 아동극에도 욕심이 난다. 보면 신나는 흐뭇해지는 영화 말이다.”
선한 미소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윤희석.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tripl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