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내가 관객을 웃길수 있을까 고민했다"[인터뷰]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11.22 08: 04

‘손예진표 로맨틱 코미디’가 탄생했다. 로맨틱 호러 코미디 ‘오싹한 연애’를 통해 오랜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은 그간 숨겨뒀던 코미디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며 런닝타임 내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손예진이 또 한꺼풀 껍질을 벗고 나왔다.
영화 ‘오싹한 연애’는 예기치 않은 사고 이후로 귀신을 보게 된 여자 여리(손예진)와 귀신과 마술하는 남자 조구(이민기)의 스릴 넘치는 연애담을 그린 작품. 극 중 손예진은 귀신을 보는 남다른 능력 때문에 연애는 물론 평범한 생활조차 곤란한 ‘강여리’로 분해 전매특허인 사랑스럽고 발랄한 모습부터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오싹한 모습까지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다.
영화 ‘클래식’ ‘연애편지’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청순가련의 상징으로 등극했던 그가 ‘작업의 정석’에서 도발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선보였을 때만해도 대다수의 관객은 깜짝 연기 변신을 위한 단순한 ‘외도’일거라 여겼다.

손예진은 남자들의 절대불변 이상형이자 스타였고, 대중은 손예진의 정형화된 이미지에 열광했다. 하지만 ‘무방비 도시’ ‘아내가 결혼했다’ ‘백야행’ 등을 통해 손예진은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갔고, 스타에 머무르기보다 진짜 배우로 거듭나는 길을 택했다. 오랜 시간, 험난한 여정이었다.
“처음 데뷔했을 때, 그 나이 특히 그 시기엔 청순한 멜로 여주인공 밖에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었다. 풋풋한 첫사랑 역을 주로 맡았다. 내가 데뷔했을 때만해도 청순가련한 여성상이 각광받았다.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배역이 정해져 있다 보니 그렇게 이미지가 굳어졌다. 하지만 그때도 그런 이미지, 역할만을 원하진 않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내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더 꺼내보이고 싶었다.”
여리고 순수한 이미지와는 달리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강단이 있고 욕심 많은 손예진은 신인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늘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열정파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 머릿속에 지우개’를 비롯해 아파서 죽는 캐릭터를 많이 했다. 그 때마다 왜 아픈 역할, 죽는 캐릭터를 또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었는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업의 정석’이 첫 시도였다.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다. ‘과연 너가 잘 할 있겠냐’는 우려였다.”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 연기의 열정은 흥행과 인기가 보장된 안전한 길에서 스스로를 벗어나게 했다. 손예진은 “솔직히 나도 겁이 많이 났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 선택했지만 사실 겁이 났다. 내가 관객을 웃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간 관객들은 나를 통해 슬픔, 연민의 감동을 느껴왔다. 내가 웃음의 감동까지 관객들에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넌 못할 거란 주변의 말에 오기가 생겼다. ‘작업의 정석’을 찍고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재미있어 하시더라. 웃는 관객들 보면서 너무 행복했다.”
손예진은 변신이란 단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견고하게 쌓아놓은 자신의 틀을 깨는 걸 겁내지 않는다. 그래야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이 늘 신선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날 비슷한 연기, 비슷한 역할을 맡는다면 관객들이 날 보는 재미가 없지 않나. 다양하게 보여드려고 한다. 또 이런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변신을 위한 변신은 싫다. 새로움을 추구하다 너무 극단까지 치닫게 되면 대중과의 공감대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관객들보다 반발만 앞서 가자고 생각한다. 너무 앞서가면 관객분들이 너무 힘들 것 같다.(웃음)”
로맨틱 코미디에 호러를 접목시킨 ‘오싹한 연애’ 역시 기존 로코의 문법을 뛰어넘는 이색적인 작품. 호기심이 동한 손예진이 지나칠 리 없었다.
“로코에 호러를 접목시킨 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강약을 조절하기 위해 귀신을 보고 놀라는 장면 등을 찍을 땐 두려움의 강도를 조절해 몇 테이크씩 찍었다. 귀신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촬영현장에서 피곤한 채로 토막 잠을 자다보니 가위에 많이 눌린다. 그 경험을 살려 영화 촬영에 임했다.”
그간 촬영장 막내로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던 손예진이 이젠 어엿한 선배로 후배들을 거느리는 위치에 올랐다. 이번 영화에서는 최초로 연하남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영화에서 연하 상대남과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었다. 그 부분에서 설레기도 했지만 걱정도 있었다. 항상 후배 입장이었기 때문에 실수를 하거나 연기를 못해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선배는 다르다. 책임감도 커지고 후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이 쓰이더라. 민기는 진지하고 속이 깊어서 내가 장난을 쳐도 씩 웃고 만다. 귀여운 면도 있지만 어른스러운 스타일이다. 특히 민기는 연기를 하는 동안 그 캐릭터에 완전히 빠진다. 그의 진정성을 높게 사고 싶다. 다행이 우리 둘의 연기 호흡은 잘 맞았다.”
이제 서른에 접어든 손예진은 뜨거운 20대를 지나 성숙한 배우로 거듭나는 길목에 접어들었다. 손예진은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까보다 자기의 연기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을 생각하는 배우다. 또 관객에게 어떤 색깔의 감동을 줄 수 있을지를 고뇌하는 연기자다. 스타를 벗고 배우로 성장한 손예진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손예진, 이민기 주연의 ‘오싹한 연애’는 12월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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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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