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은퇴' 황두성, "현대 마지막 경기 잊을수 없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2.01 14: 48

자유계약선수로 방출된 넥센 히어로즈의 터줏대감 투수 황두성(35)이 은퇴를 택했다.
15년차 우완 정통파 투수 황두성은 2010년부터 오른 어깨 통증으로 재활에 전념하느라 1군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는 1군과 2군 등판이 아예 없었다. 그는 2년째 부활을 위해 재활에 매진했으나 결국 마운드에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자유계약 선수로 방출되자 선수 생활을 접었다.
1997년 2차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당시 포수로 지명된 그는 1999년 해태로 이적해 투수로 전환했다. 그러나 방출된 뒤 2001년 현대로 옮겨 꽃을 피웠다.  통산 성적은 243경기36승33패 16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3.94.

▲ 새로운 시작… "은퇴 아쉽지만 후배들에게 도움 주고파"
황두성은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황두성은 1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도자 쪽으로 마음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라면 투수코치에 욕심이 있겠지만 재활코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도안 2군에 있었고 재활도 겪어봤기 때문에 그 상황에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선택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는 그였다. 그는 "사실 선수 생활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올 시즌까지 던져보고 안돼서 포기하는 거라면 괜찮은데 던져보지 못하고 꿈을 접는다는 게 가장 아쉽다"며 마운드에 대한 미련을 드러냈다.
황두성은 "마운드에 다시 한 번 서보고 싶었다. 팬들의 응원 속에서 다시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재활하면서 야구 경기를 보면 '나는 뭘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선수 생활할 때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행복한 거였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 떠나는 '현대' 출신, "마지막 경기 잊을 수 없다"
그의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자면 현대 유니콘스와는 떼어낼 수 없다. 이번에 함께 방출된 박준수(34)와 그는 2007년 시즌 후 해체된 현대의 예전 영광을 함께 했다. 황두성은 2001년 현대로 옮긴 뒤 선수로서 빛을 봤기 때문에 추억도 남다르다.
특히 현대가 어려워진 2000년대 후반 그는 가장 열심히 뛰었다. 황두성은 "2005년 4월 24일 첫 승을 했다. 연장전 1사 만루에서 조용준 대신 마운드에 올라 구원승을 거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수원 LG전 첫 승 당시의 추억에 젖었다.
그런 황두성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7년 10월 5일. 그는 현대 유니콘스의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에 마무리 투수로 나섰다. 그는 이날 수원 한화전에서 시즌 첫 세이브를 거두고 팀의 마지막 경기 승리를 손수 마무리지었다. 그는 "나에게 기회를 준 팀이고 팀의 마지막 마운드에 내가 올랐다는 점 때문에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대의 후신인 넥센을 떠나야 한다. 그는 "얼마 전 (송)지만 형과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넥센이 그래도 현대를 넘겨받았고 선수들이 그대로 이어져 왔는데 이제는 팀을 이끌어온 고참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아쉽긴 하지만 그건 또 구단의 사정이 있을테니 선수로서 할 말은 없다"고 신중한 생각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가 힘든 경험을 해봤기에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팀이 어려울 때 가장 빛을 발했던 버팀목 투수 황두성은 새로운 야구 인생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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