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게임위, 삼진 아웃되나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1.12.05 12: 05

게임업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벼랑 끝에 몰렸다. 국회를 상대로 약속했던 '민간권한이양 자율심의' 지연은 물론이고 법원에서도 그간 심의했던 게임 타이틀 심의기준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폐지론이 일고 있다.
지난 2005년과 2007년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문회체육관광부와 게임위는 '국고지원 없는 민간권한이양 자율심의'를 3차례 약속했다. 그러나 게임위 국고지원 만료 시한을 두 달 앞둔 지난 정부는 게임위를 영구존치하는 게임법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정부안은 국고지원도 영구히 한 것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이수근 게임위 위원장이 말한 "반드시 2년 내에 민간 이양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답변과는 정반대라 국회에서는 게임위에 대한 반감이 크게 일고 있다.

지난 2007년과 2009년 국회 문방위 법안소위에서 국고지원연장 반대의사를 조정하며 게임위의 당분간 존속에 힘을 실었던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5일 OSEN과의 통화에서 “이제 게임위는 약속대로 국고지원이 중단돼야 한다. 세계 사례와 추세, 흐름을 보더라도 민간권한 이양의 과도기 형태로 존재했던 게임위의 기능은 민간자율심의 기구로 전환시키고 절대 권력화된 게임위는 이제 국회가 지정했던 시간에 따라 페이드 아웃되어야 한다"고 말한 뒤 "영화에서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기법이 페이드아웃이다. 게임위는 이제 페이드아웃이 될 시간"이라고 게임위의 폐지 의견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2009년 당시 문화부와 게임위에 반기마다 민간이양, 자율심의 방안을 보고토록 의무화라고 했지만 지켜진 것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전병헌 의원의 이같은 말은 지난 2005년과 2007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살펴보면 2005년 박준형 의원, 2007년 장윤석 의원의 질문에 문화관광부 담당자와 게임위 관계자들은 "민간 자율심의와 게임위는 국가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에 이관 돼야 한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어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게임위를 두고서 불만은 비단 국회 뿐만이 아니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위를 향해 '무소불위 절대권력'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게임을 서비스하기 전에 ‘사전 이용 연령 안내 고지’까지만 합헌(구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5항 위헌소원, 2007. 10. 4. 판결 2004헌바36 전원재판부)이고, 게임물 등급보류, 등급거부 등의 행정력은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위헌(구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 위헌제청, 2008. 10. 30. 판결 2004헌가18 전원재판부)이다. 문제는 아케이드게임은 2010년 등급거부율이 94%에 달했다는 점. 100건 중에 단 6건만 등급심의로  나온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사전검열’의 결과로 되어 버렸다.
결국 지난 1일 서울행정지방법원은 지난 10월 게임위가 황금포커성에 대해 내용수정신고 반려 및 등급거부처분을 내린 것에 제조업체 다조인이 내용수정신고 반려 및 등급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 결과에 의해 게임위는 1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행정권만큼 몸집도 불려졌다. 게임위는 당초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분리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영등위 보다 3배나 큰 조직이 됐다. 게임위의 현재 전체직원은 95명(위원장, 계약직 포함)이고, 영등위는 34명(위원장, 계약직포함)이다. 게임위가 분리되기 전 영등위의 전체직원은 38명(위원장, 계약직 포함)이었다.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몸집이 커졌다.
게임위의 폐쇄성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왜 내 돈 들여 만든 우리 게임이 등급거부가 되는 지, 왜 이런 등급을 받았는 지 자료를 받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게임위는 2010년 2월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등급심의 분석 자료인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비공개로 전환시켰다. 게임위는 96%가 전문위원의 권고안대로 등급분류가 된다. 그런데 이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다. 업계나 국회나 왜 이러한 등급심의가 났는지 알 길이 없다.
운영정보표시장치(일명 블랙박스)운영에 대해서도 게임위 마음대로다. 원가가 4만 원에 불과하다는게 업계평가임에도 가격은 14만 4900원이고, 구매할 장치도 게임위가 지정하는 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반품이나 A/S는 기대할 수 없으며, 당초 구매해 놓은 운영정보표시장치를 다른 게임기에 달수도 없어 눈물을 머금고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임위의 무소불위 권력의 실체를 가장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심의 대행사’의 존재다. 게임을 개발한 회사는 심의를 받을 수 없으니, 심의를 대신 받아주고 게임기 판매수수료를 챙기는 업자도 생겼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세상에 같은 게임을 제작한 회사가 심의를 내면 ‘불가’이고, 심의대행사가 심의를 내면 ‘허가’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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