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 "대호형 자리, 부담스러운 게 사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2.07 06: 46

"(이)대호형만큼 하기가 힘들잖아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죠".
'빅보이' 이대호(29,오릭스)가 빠져나간 거인군단의 4번 타자 자리는 누가 채울 것인가. 유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은 전준우(25)다. 지난해 350타석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19홈런이나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전준우는 올 시즌 타율 3할 1리, 11홈런 64타점 97득점을 올리며 롯데 타선의 뇌관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전준우는 지난달 30일 납회식 행사를 끝으로 올해 일정을 마치고 꿀 맛 같은 휴식을 얻었다. 10일 2살 연상인 부인 김미경(28)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전준우는 "이제 바쁜 준비도 모두 끝나 모처럼 편하게 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준우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막판 전준우는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계속 고생했다. 전준우는 "부상 때문에 고생했는데 시즌 끝나고 쉬면서 이제는 좀 괜찮아졌다. 지금은 아픈 곳 없이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 "4번 타자, 솔직히 부담되는 것도 사실".
전준우는 경주고-건국대 시절 주로 1번과 3번을 쳤다. 그래서 올해 맡았던 1번과 3번은 전준우에게 편한 자리였다. 올 시즌 주로 1번 타자로 나선 전준우는 시즌 막판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줄곧 3번 타자에 들어갔다. 전준우는 "1번이나 3번은 익숙한 자리"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내년 전준우는 4번 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 진출하게 되며 롯데는 '포스트 이대호'를 찾아야한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전준우와 홍성흔이 내년 4번 타자 후보"라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전준우는 "팀이 필요하다면 4번을 쳐야 한다"면서 "만약 감독님께서 4번을 치라고 지시하시면 전지훈련동안 맞춰서 준비할 것이다. 4번 타자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책임감 등 정신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맞춰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4번 자리에 대한 부담감도 토로했다. 전준우는 "롯데 4번 타자라는 자리는 영광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부담이 가는 자리기도 하다. 솔직히 (이)대호 형만큼 한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냐"면서 "프로에 데뷔하며 한 팀의 클린업을 맡아보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 20-20? 골든글러브? 내년에도 '목표는 없다'
2년째 프로야구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없다.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으로 손꼽히는 전준우 역시 20-20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도루는 23개를 기록해 요건을 갖췄지만 홈런이 11개에 그쳤다. 지난해 114경기에 출전하고도 19홈런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홈런이 줄었다. 이에 대해 전준우는 "아무래도 1번 타순으로 많이 출전해서 그런 것 같다"면서 "올해는 홈런 욕심을 전혀 안 냈다. 가볍게 맞춰서 출루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전준우는 "20-20이라는 기록에 대해 따로 욕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 내 야구를 하다 보면 저절로 따라오는 기록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그런 전준우에게 내년 목표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저는 매년 따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이유로 전준우는 "목표를 세우고 하는 선수도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특정 숫자를 목표로 세우면 거기에 집착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매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한다"고 답했다. 20-20 등을 따로 목표로 설정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래도 골든글러브는 목표 가운데 하나다. 올 시즌 전준우는 전 경기 출장 속에 3할 타율을 넘겼고 득점은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롯데 핵 타선의 톱타자로서 팀을 창단 첫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전준우는 "솔직히 골든글러브는 타고 싶다"며 "올해는 성적이 좋았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탈 수 있을 때 타고는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준우는 본인이 프로 무대에 빠른 속도로 적응한 비결로 '저돌성'을 꼽았다. "저는 이것저것 계산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일이 있으면 무조건 덤비고 봤어요. 타석에서도 그렇게 주루도 그렇고요". 이제 전준우는 팀 사정상 또 다시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저돌성으로 무장한 전준우가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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