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가요계 핫 키워드 7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12.09 09: 01

올 한해 가요계는 안팍으로 매우 다사다난했다. 우리의 가수들이 세계적 스타로 성장하는가 하면, 대중가요에 케케묵은 심의 잣대가 적용되기도 했다. MBC '나는 가수다'는 전설적인 가수들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라놨고, 진지한 뮤지션들은 예능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는 데뷔 이후 최초로 사생활이 밝혀졌고, 아이유는 새로운 국민 여동생에 등극했다.
# 아이유 '3단고음'
아이유는 올해 가수 중 가장 '핫'하게 떠올랐다. 지난해 연말 발표된 '좋은 날'은 노래 잘하고 귀엽고 씩씩한 18세 소녀가수 아이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음원차트를 섭렵했다. 하나같이 섹시함을 내세우던 걸그룹이 쏟아져나온 상태에서, 실력만 강조한 풋풋한 아이유의 이미지는 상당히 신선했고, 가창력을 입증한 '3단고음'은 상반기 최고의 히트 아이템이 됐다. KBS '드림하이'로 연기자 변신에 나선 그는 그외 다양한 CF를 섭렵하고, 11월 발표한 '너랑 나'로도 음원차트를 강타하는 등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문근영, 김연아를 잇는 2011년 최고의 국민 여동생이었다.

# 카라 '해체 위기'
카라는 2월부터 해체위기를 맞으며 내외신을 바쁘게 했다. 니콜, 한승연, 강지영, 구하라 등 무려 네 명의 멤버가 소속사 DSP미디어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낸 것. 이후 하루만에 구하라는 다시 DSP미디어의 품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3인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들은 투명한 정산과 매니지먼트 전문 인력을 요구하며, DSP미디어와 회의와 갈등을 거듭한 끝에 분쟁 100일만인 4월 극적으로 화해했다. 인기 정상 걸그룹의 갑작스런 다툼에 한일 매체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고 자극적인 루머들이 돌았다. 
그러나 9월에 발표한 '스텝'은 보란듯이 각종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카라는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 나가수 '재도전'
지난 상반기 가장 말 많았던 프로그램.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나가수'는 김건모, 이소라 등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아티스트를 데려다놓고 '누가 더 노래 잘하나' 경연을 시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더 큰 화제를 모은 건 첫 경연부터 시작된 김건모 재도전 사건. 가장 선배였던 김건모가 탈락하자 제작진은 한번 더 도전할 기회를 줬는데, 이 프로그램을 진지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였던 대중은 크게 분노했다. 그동안 온갖 편의를 누려온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이 김건모에게 투영된 것. 급기야 김건모는 하차했고, 프로그램은 한달이나 쉬었다.
다시 시작한 '나가수'는 여러 스타를 쏟아냈다.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이 전성기를 맞았고 임재범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래도 잡음은 여전했다. 경연 음원을 유료 서비스하면서, 신곡을 내는 가수들이 '나가수' 음원에 묻혀 빛을 못보는 사례가 생겼고, 옥주현은 '나가수'에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안티팬과 맞서야 했다. 조규찬은 출연하자마자 탈락을 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 서태지 '비밀결혼'
4월에는 서태지와 이지아가 한때 부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서태지가 몰래 결혼을 했었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그 상대가 인기 탈렌트 이지아였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이지아가 '외계인설'이 나돌 만큼 과거를 꽁꽁 숨겨왔던 이유가 이제야 밝혀지면서, 이들의 사생활을 더 캐내기 위한 시도가 잇따랐고, 사생활 숨기기 '달인'인 서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서태지는 사태 열흘만에 "미국에서 1997년 이지아와 결혼한 후 2년7개월 가량 결혼생활을 했고, 2006년 이지아가 단독으로 이혼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이지아가 청구한 위자료 청구 소송은 7월 양측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이지아는 하반기 MBC '나도 꽃'으로 컴백해, 활동을 재개했다.
# 여가부 '술은 안돼'
가요는 연일 엄격한 잣대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여성가족부의 활약이 컸다. 여성가족부는 술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청소년들에게 해롭다며 19금 딱지를 남발해 큰 반발을 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음원차트에서 크게 사랑받던 이 노래는 '술을 그만 마셔야겠어'라는 가사가 문제가 돼 청소년 유해매체로 분류됐다. 술을 마시자는 것도 아닌데 19금 딱지는 너무했다는 여론이 생겨났다. SM더발라드의 '내일은..'도 술로 인해 같은 처분을 받자 SM엔터테인먼트는 행정소송에 돌입했고, 법원은 SM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소송이 잇따랐고, 여성가족부는 결국 심의를 사실상 완화했다.
걸그룹들의 선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포미닛은 '거울아 거울아' 무대에서 일제히 앉아 섹시한 표정을 짓는 춤이 일명 '쩍벌춤'으로 명명되며 뜨거운 감자가 됐고, 현아는 솔로곡 '버블팝' 퍼포먼스가 야하다는 이유로 방송활동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여가수들이 가슴 부분에 천을 덧대서 입거나, 부랴부랴 안무를 수정하는 등 예전 가요계를 떠올리게 하는 해프닝이 다수 생겼다.
# 예능과 뮤지션
올 한해는 뮤지션들이 진지한 음악 뒤에 감춰왔던 개그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한해였다. 정재형은 MBC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정형돈과 짝을 맞추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이봉원을 닮았다는 외모부터 막말과 자기 자랑을 일삼는 언행까지 모두 폭소를 자아냈고, 이후 정재형은 각종 예능은 물론이고 CF 모델, MC로도 활약했다.
윤건은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합류, 차세대 예능 주자로 떠올랐다. '하이킥'이 처음 시작되자 마자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이 바로 윤건. 아무 대사 없이 학교 창틀에 앉아있는 모습이 3초 가량 노출된다고 해서 '창틀남', '3초 미친존재감' 등 다양한 별명이 붙었다. 윤건 역시 예능 분야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중이다.
# K-POP '월드스타'
K-POP은 전세계를 호령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6월 소속 가수들이 모두 출연하는 'SM타운 라이브 공연'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매진을 시키는가 하면, 일본 도쿄돔 공연도 성황리에 마쳤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12월 영국과 브라질에서 연이어 '유나이티드 큐브 콘서트'를 개최하며, JYJ도 스페인에서 단독 공연을 마쳤고, 이후 월드투어를 예고했다.
유튜브에서는 한국 가수들이 신곡 뮤직비디오로 2천만 클릭수를 가뿐히 넘기며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슈퍼주니어의 '미스터 심플'은 무려 2860만여건으로 올해 K-POP 스타 중 1위를 차지했고,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와 현아의 '버블팝',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도 각각 2천만 클릭수를 넘기며 2위와 3위, 4위를 차지했다.
각종 설문조사와 시상식도 K-POP 스타를 '월드스타'로 입증시키고 있는 중. 빅뱅은 11월 영국에서 열린 '2011 MTV EMA'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제치고 월드 와이드 액트 상을 수상했다. 슈퍼주니어는 12월 미국 IT 전문 매체 매셔블이 2011년 한 해 동안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순위를 선정한 가수 부문에서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조나스 브라더스를 이어 4위를 차지했다. 5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였다. 2NE1은 11월 미국 MTV Iggy가 발표한 '2011년 세계 최고의 밴드' 투표에서 우승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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