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일침, "한국 마운드, 흙부터 바꿔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1.24 10: 38

"마운드 땅이 좋았다면 한국 야구 투수 수준도 더 높아졌을 것이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이틀 연속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박찬호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를 통해 2일째 불펜피칭을 던졌다. 첫날 30개를 던진 뒤 이날 50개를 던지며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피칭 후 박찬호는 "첫 날보다 훨씬 좋았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이날 훈련 전 불펜 피칭장에서는 구장 관리요원들이 마운드 주변 땅을 메우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힐토퍼(hilltopper)라는 특수 흙으로 마운드를 메운 뒤 다시 모래로 덮는 작업이 펼쳐졌다. 작업이 끝난 뒤에야 훈련이 시작됐다.

첫 불펜피칭에서 박찬호는 "이렇게 던져서 팬들이 감동하겠나"며 스스로에게 불만족을 나타냈다. 첫 피칭이라 전력 투구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마운드의 땅이 파이는 게 문제였다. 제대로 된 밸런스를 잡기 어려웠고, 만족스러운 투구를 하지 못했다. 박찬호의 요청으로 불펜 피칭 둘째날 구장 관리요원들이 훈련 전 땅을 메웠다.
박찬호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마운드의 흙이 무른 편이었다. 땅이 딱딱하지 않으면 다리를 제대로 지탱할 수 없다. 한국의 땅도 그렇다고 하더라"면서 "첫 날은 마운드 흙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관리요원들이 훈련 전에 마운드 땅을 메웠다. 그래서인지 오늘 피칭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마운드 흙이 무르거나 움푹 파이면 왜 문제가 될까. 박찬호는 "투구할 때 타점이 달라진다. 높은 곳에서 던지는 것과 낮은 곳에서 던지는 것은 각도 자체가 다른 것이다. 투구 밸런스 유지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며 "한국의 마운드 흙이 평평했다면 한국 투수들의 수준도 더 높아졌을 것이다. 앞으로 달라져야 할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호는 "미국은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도 경기장과 그라운드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장 관리 전문가들이 돈도 많이 받고, 다른 곳에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그만큼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며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은 문학구장과 대전구장이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나머지 구장들은 너무 무르다.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마운드는 진흙 투성이가 되기 일쑤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도 박찬호의 의견에 동감했다. 정 코치는 "화살을 쏠 때 평지에서 쏘는 것과 달리는 말에서 쏘는 건 분명 차이가 크다. 평지에 놓는 디딤발이 불안정하면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우리나라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지금껏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지만 사실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코치는 "나도 현역 시절 오른쪽 플레이트에서 미끄러져 홈런을 맞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투수에게 자칫 핑계가 될 수 있기에 이슈화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만 무려 17년을 뛴 박찬호는 마운드 흙의 문제를 냉정하게 짚었다. 고쳐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화 이상군 운영팀장은 "지금 대전구장은 리모델링 중이다. 필요하면 여기에 있는 흙을 가져가 대전구장의 마운드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박찬호 효과라 할 만하다. 박찬호의 일침이 과연 한국프로야구의 인프라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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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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