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부산으로 어학연수 다녀왔다"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1.29 08: 59

[OSEN=김경주 인턴기자] 영화 '추격자'의 4885 지영민.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쳐야했던, 영화 '황해'의 구남. 그리고 승률 99%의 변호사, 영화 '의뢰인'의 강성희까지. '배우 하정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아마도 강한 남자, 거친 남성 혹은 조금은 마초적인 분위기들일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섹시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초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나쁜 놈들이 정부가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 속에 서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한판 승부를 다룬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는 부산 최대 조직의 넘버원 보스 최형배 역을 맡았다. 그는 극 중 그리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로 묘하게 여심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하정우가 섹시한 매력으로 여심을 흔들고있다 하지만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니만큼 극장을 찾는 여성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이 있을터.

지난 2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 역시 여성 관객들이 이번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에 대해 궁금한 점이 크다고 전했다. 남자들끼리 주고 받는 코미디를 과연 여성 관객분들도 이해하실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남자들끼리 주고 받는 코미디를 이해하실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있습니다. 남자가 웃는 코드와 여자가 웃는 코드가 다른 것 같아서요. 우리 영화는 남성 관객분들이 좋아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인것 같은데 여성 관객분들도 그러하실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런데 남자들의 세계가 궁금하시지 않을까요(웃음)."
그렇다면 '범죄와의 전쟁'이 가지고 있는, 전 세대와 성별을 아우를수 있는 매력과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시대가 주는 판타지라는 답을 내놓았다.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세대에게는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어린 세대들에게는 어른들에게 그 시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우리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시대가 주는 판타지, 80년대가 주는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를 가지고 아버지와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큰 삼촌과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의 세대들과 소통의 재료들이 되지 않을까하는거죠. 요즘 영화들은 너무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들이 강화된 것 같습니다. 과연 요즘 시대에 영화가 주는 잔향을 가지고 간 채 집에 누워서 다시 한 번 그 잔향을 곱씹어보는 영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 이처럼 묵직하고 잔향이 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조직의 보스 역할을 맡았다. 영화 제작발표회 당시 "난생 처음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역할을 하니 좋더라"는 말을 했던 그는 실제 생활에서 보스처럼 군림한 것은 아니니 특별히 좋은 점은 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몸을 쓰는 것을 지켜보는 상황이 재밌었다고 촬영 당시 즐거웠던 기억을 전했다.
"실제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니까 좋을 게 있나요(웃음). 그렇지만 크게 안 움직이고 뒤에서 쓱 지켜보고 있는 게 재밌었습니다. 제가 몸을 안 써도 다른 사람들이 몸을 움직여주니까 재밌더라고요(웃음)."
'황해'에서 연변 사투리로 연기를 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부산에 어학연수(?)를 다녀올정도로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부산 사람들과 붙어다니며 사투리를 연마했다고. 그러나 사투리 연기가 힘들었겠다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사투리가 힘들기보단 연기라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며 연기를 통해 자신을 연마하고 있다는 겸손한 말을 건넸다. 
"사투리가 힘들었다기보단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연기하는것 자체가 힘든 일이죠. 다른 사람과 조율해나가고 부딪혀서 일한다는게 쉽지 않은 거잖아요. 저 혼자 그림을 그려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동 작업을 통해서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항상 연기를 하면서 제 그릇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를 닦는 기분이에요. 영화를 찍으면서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 영화계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나가는데 그럴때마다 여유롭게, 넓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고 모자란 것 같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충전해나가고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해선 계속 생각하며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해 나가며 캐릭터에 온전하게 밀착된 연기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가장 극대화됐던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추격자'일 것이다. 극 중 연쇄 살인마 역을 맡았던 하정우는 보는 사람들에게 소름돋는 공포를 안기며 이 영화로 하여금 조금은 무서운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이처럼 너무나 강한 이미지가 배우에게는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어쩌면 손해가 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는 이마저도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배우 하정우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이미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만큼 강렬하게 관객분들에게 재미를 준 것이기 때문에 그런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있다라는 점이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떠나서 하정우라는 인물이 그 다음 작품 행보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떻게 늙어가는지 보여드릴 수 있는 재밌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냉정했던 하정우가 영화 '러브픽션'에서는 찌질한 남자로 나오는 것, 얼마나 재밌겠어요. 이러한 재미를 하나 더 관객분들한테 드릴 수 있다는 보람이 있습니다."
자칫 굳어버릴 수도 있는 이미지마저 연기적인 측면에서 즐겁다고 말하는 하정우는 영화 '국가대표' 촬영 이후 초등학생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훗날 이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영화들을 보며 '하정우가 이런 연기도 했었구나'라고 감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국가대표'를 찍고 나서 기뻤던 것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저를 알아봤다는 겁니다(웃음). 수영장엘 갔는데 저한테 물총을 쏘더라고요. 부모님들은 '추격자'때문인지 저를 무서워하시는데 아이들은 그 영화를 못봤으니 '국가대표'의 밥으로 기억하고 있는거죠. 그런데 그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예전에 영화 '나홀로 집에'를 보면 웃긴 도둑으로 나오는 배우가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알았죠. 알고보니 엄청난 연기파 배우였던 거에요. 악역을 엄청나게 하셨던 분이었죠. 지금 어린 아이들이 저를 만만하게 보다가 훗날 나이가 들어서 '하정우라는 사람이 '추격자'라는 영화도 했었구나. 이 사람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라며 놀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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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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