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픽션 vs 건축학개론', 극과 극 방식으로 사랑을 묻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3.14 08: 13

'사랑'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두 편의 영화가 등장했다.
지난 달 29일 개봉해 150만 관객을 돌파한 '러브픽션'(전계수 감독)과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건축학개론'(22일 개봉)이 그 작품들이다. 비수기 극장가를 달콜씁쓸한 사랑으로 물들인 두 영화의 비교가 흥미롭다.
두 작품은 각각 사랑의 변화와 변치않는 사랑이라는 두 대조된 주제를 스크린 앞에 펼쳐놓는다. 주제 뿐 아니라 영화의 구성이나 분위기 역시 극도의 형식미와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극과 극의 방식으로 풀어져있다. 

'러브픽션'은 완벽한 사랑을 찾아 헤맨 나머지 31살 평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소설가 주월(하정우 분)이 꿈에 그리던 완벽한 여인 희진(공효진 분)을 만나 펼치는 쿨 하지 못한 연애담을 그린 코믹 로맨스.
남자가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지속되다가 싸우고 식어가는 과정을 극중 극 형식, 허구적 인물의 등장, 내레이션, 문어체 대사,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요소들로 재치넘치게 꾸몄다. 형식이 강조된 영화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세련미가 있어 국내에서는 자주 볼 수 없던 독특한 로맨틱코미디란 느낌을 준다.
반면 '건축학개론'은 봄날 햇살같이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아날로그 영화다. 봄날 찾아 온 '러브레터'처럼 아련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는 건축가 승민(엄태웅 분) 앞에 15년 만에 나타나 집을 지어달라는 서연(한가인 분), 두 사람이 함께 집을 완성해가는 동안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나 새로운 감정을 쌓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기막힌 반전도, 배우의 온 몸 바친 열연을 자랑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야기도, 배우도 그냥 천천히, 잔잔히, 따뜻하게 '영화는 감성이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우리 옆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보통의 도시남녀들의 별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가 추억의 복고 장치들 속에 펼쳐진다. 하지만 그렇기에 보는 사람의 감성과 추억을 더욱 날카롭게 자극한다.
두 영화는 이처럼 전혀 다른 색깔로 사랑에 대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공통점은 영화 상영 후 진짜 관객들의 영화가 펼쳐진다는 것에 있다. '러브픽션'은 '사랑은 왜 변하는 걸까?'란 물음을, '건축학개론'은 '왜 첫사랑은 잊혀지지 않을까', '내 첫사랑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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