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철 “엄친아 이미지, 괜히 미안해요” [인터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3.22 14: 49

“왠지 공부 잘할 것 같고 반듯할 것 같은 이미지. 그건 남들이 그렇게 봐주는 것뿐이잖아요.”
배우 정의철은 자신의 이미지를 부담스러워했다. 2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극본 서윤희, 연출 이권)에서 그는 경제수준 상위 1% 집안의 자식이자 천재 작곡가 유승훈으로 출연했다. 쌍꺼풀 진 큰 눈과 흰 피부는 굳이 유승훈이라는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정의철을 귀한 집 도련님으로 느껴지게 했다. 스스로 원해, 예를 들어 현대 의학 기술의 수혜로 지금의 외모를 갖게 된 것이 아닌 정의철은 친구들과 어울려 으쌰으쌰 의기투합하길 즐기는 남자 중에 남자. 자신의 본래 모습을 알기 때문에 화면에 비치는 이미지에 괜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배우 정의철이 말하는 인간 정의철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 막 글씨를 쓸 줄 알게 된 어린 아이가 연필심을 눌러가며 한 자 한 자 공책을 채워 가듯이 음절에 힘을 주어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정의철의 이야기를 모아 봤다.

#정의철의 관련 검색어1. ‘닥치고 꽃미남 밴드 NG왕’
정의철은 ‘닥치고 꽃미남 밴드’ 출연을 위해 2주 동안 체중 8kg을 감량했다. 꽃미모를 가진 배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한 극단의 조치였다. 3달이 지나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그는 “초반에는 일부러 살을 뺐는데 이제는 좀 찌우고 있어요. 살이 너무 빠져서 안돼 보이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다이어트 괜히 했어요”라며 귀엽게 볼멘소리를 했다. 여기에 다이어트 외에도 또다른 복병이 존재했으니 바로 교복. 올해 만으로 27세가 된 정의철에게 교복은 낯간지러운 설정이었다.
“제가 85년생이거든요. 이 나이에 교복을 입는다는 게 쑥스러웠어요. 촬영 할 때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아쉽네요.”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 교복을 입고 출연하는 배우들 중 맏형인 정의철은 “부모 마음으로 안구정화(성준, 엘, 이현재, 유민규, 김민석)와 처음 만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믿음직한 형님 정의철은 “NG는 제가 제일 많이 냈다”며 반전 있는 고백을 털어놨다.
“ ‘닥치고 꽃미남 밴드’ NG왕이요?(웃음) 저에요. 멘탈 붕괴라고 하잖아요. NG가 계속 10번 정도 난 적이 있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촬영을 했는데 제 대사에서 계속 음식 만드는 소리가 들어갔어요. NG도 한두 번이지 계속 이어지니까 제대로 정신을 놨죠.(웃음) 심지어 날을 새고 다음 날 아침 첫 신이었거든요. 스태프들도 다 힘들었을 텐데 정말 미안했어요.”
 
 
#정의철의 관련 검색어2. ‘액션배우 꿈나무’
“화면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정의철의 양심 선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연예계에 데뷔하기 전 농구선수였던 그가 다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3년을 쉬지 않고 사골 국물을 마시고 새벽 5시 30분에 시작해 밤 늦게 마무리 되는 합숙 훈련을 겪으면서도 “괜찮았다”고 회상하는 모습에 ‘독종’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하거든요. 조금 늦은 편이었죠. 중학교 때는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키가 컸는데 고등학교 농구부에 가니까 제일 작더라고요. 그래서 3년 내내 사골, 우유를 매일 먹었어요. 그렇게까지 했는데 주위에 선수로 활동하는 친구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죠. 내가 지금까지 운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면서요. 부산 KT 소닉붐 이상일, 울산 현대 모비스 송창익, 서울 삼성 썬더스 박성훈 선수 등이 같은 학교에서 운동했던 친구들이에요.”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 두기까지 철저하게 몸으로 자신의 영역 만들기에 몰두했던 정의철. 아직도 몸속에는 승부를 겨루던 사나이의 뜨거운 열기가 남아서 언젠가 강한 액션 연기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제 실제 성격과 사람들이 저를 보는 이미지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도 못했고 부잣집 아들도 아닌데 그런 배역을 맡으니까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운동을 해서 그런지 액션 연기에 욕심이 있어요. 예전에 버즈의 ‘남자를 몰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권투부 주장이었다가 건달이 되는 역을 맡았는데 좋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코믹한 캐릭터나 사기꾼 같은 역도 해보고 싶어요.”
#정의철의 관련 검색어3. ‘자타공인 신하균 빠돌이’
정의철이 드라마 ‘브레인’을 단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본방사수한 까닭은? 바로 배우 신하균 때문이다. 그는 닮고 싶은 배우를 묻자 주저하지 않고 신하균의 이름을 외쳤다. 정의철의 신하균 앓이에 이제 주변 사람들도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신하균 선배를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봤는데 그 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주변 친구들도 신하균 선배가 출연하는 작품 있으면 저에게는 의견을 안 물어요. 그럴 리 없겠지만 별로여도 박수를 칠 거라는 걸 아니까요.(웃음) 신하균 선배를 보면서 ‘저 배우는, 저 사람은 작품을 자기가 선택하는 걸까?’가 궁금했어요. 만일 그렇다면 정말 감각있는 사람인 거죠.”
자타공인 신하균 빠돌이, 정의철은 지인의 소개로 신느님을 알현하기도 했다.
“신하균 선배 뵌 적이 있어요. 아는 분 통해서 소개를 받았는데 정말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요.(웃음) 열정적으로 팬미팅을 마치고 그 후에 PC방 가서 게임도 했어요. 한동안 연락이 안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로 이상한 번호를 가지고 있었더라고요. 지금은 아쉽게도 연락이 끊어졌네요.”
‘닥치고 꽃미남 밴드’를 마친 정의철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커피 한 잔을 하고 20년 된 소꿉친구들과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할 예정이다.
“바스트샷, 풀샷 같은 현장 용어도 모르던 제가 조금이지만 적응을 했어요. 배우니까 매번 변화해야겠죠. 제 마음은 액션에 가 있는데 팬들은 부드럽고 착한 정의철을 기대하세요. 갑작스럽게 변할 생각은 없어요. 조금씩 천천히 기반을 다져나갈 거예요. 그래서 언젠가 액션 연기를 선보였을 때 연기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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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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