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황선홍, '부산=질식수비' 비난에 반론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4.15 07: 19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과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의 질식수비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일침을 가했다.
최근 부산의 전술이 화제다. 수비 지향적인 전술로 FC 서울과 전북 현대를 상대로 모두 0-0을 기록했기 때문. 부산으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기록이었다. 부산에 비해 전력이 앞서는 두 팀을 상대로 승점 1점씩을 따낸 부산은 시즌 2승 4무 2패 승점 10점으로 리그 8위를 기록, 중위권을 유지했다.
부산은 최근 두 경기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웃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산의 수비 지향적인 모습에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공격수 한 명을 놓아둔 채 극단적인 수비를 펼치는 부산의 모습에 '질식수비'라고 평하며, 상대 팀은 물론 재미없는 경기에 축구팬들마저 질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익수 부산 감독은 "16개 구단의 전술이 모두 같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다"며 "팀 사정에 대해 폄하하는 발언은 안 된다. 6개월간의 선수들의 노고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렇게 폄하하는 발언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부산팬들도 축구팬들이 부산의 축구에 질식한다는 표현에 "부산을 상대하는 팀의 팬들이 모든 축구팬은 아니다. 우리는 기쁘기만 하다", "골을 못 넣어서 책임을 전가하는 거다", "닥공, 신공, 무공해 같은 공격축구만 축구냐", "수비축구를 하는 게 죄인가", "지금 부산 선수층에 공격축구를 하면 대전(리그 최하위, 8경기 3득점 14실점)꼴이 난다"고 항의하며 질식수비를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질식수비 논란에 박경훈 감독과 황선홍 감독은 부산의 손을 들어줬다.
박 감독은 "이번 시즌부터 강등제가 시행된다. 부담이 된다. 그러다 보니 승률을 높이기 위해 지는 것보다 비기려고 한다. 어떤 감독도 이와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고 연패를 하면 최우선적으로 수비를 안정시키고 공격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계속 실점을 하는데 후방을 허술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강팀을 만나면 수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의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을 보면 알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마저 수비적으로 나온다. 어떤 팀들은 8명의 선수가 수비진을 이룬다"고 덧붙였다. 박경훈 감독의 말처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 1위를 자랑하는 레알 마드리드조차 최근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수비성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 3명을 기용하는 트리보테 시스템으로 맞서고 있다.
박 감독은 "강팀이라면 상대가 아무리 수비적으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공격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좁은 공간에서도 헤쳐나와야 진정한 강팀이다. 전력이 약해서 내려서는 팀을 상대로도 득점을 해야 강팀이다"고 주장하며, "안익수 감독의 부산은 수비를 하면서도 승리와 무승부를 거두고 있다. 확실한 축구 철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골을 내주지 않고 철저한 역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역습에 나서도 무작정하지 않고 있다"며 부산의 최근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도 박경훈 감독과 궤를 같이 했다. 황 감독은 "극단적인 수비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하나의 전술이지 않나. 좋은 팀과 강팀들이 냉정하게 나서서 수비진을 부숴야 한다. 수비적이라고 해서 '좋은 축구다. 나쁜 축구다'고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도 지난해 상대의 수비적인 모습에 무승부가 많아 1위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속도감을 높이면서 변화를 꾀했다"며 질식수비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뚫지 못하는 것을 탓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도 자신들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들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하든지 그건 전술이다. 우리 나름대로 득점을 해야 하는 플레이를 펼쳐야 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상대의 수비를 뚫지 못하는 것은 자신들의 문제다고 밝힌 바 있다.
sports_narcoti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