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주 빗속 ‘혈전-설전’, 승자는 박경훈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4.21 18: 28

“제주에는 지난 3일간 비가 왔다. 선수들 모두 이미 젖은 그라운드에 대한 적응이 다 끝난 상태다. 오히려 물 좀 뿌리고 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더 잘 됐다” (제주 박경훈 감독).
“(제주 박경훈 감독이 수중전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하자) 나도 비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 낭만파는 아니지만 비만 오면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쳤다” (FC 서울 최용수 감독).
경기 전 FC 서울 최용수 감독과 제주 박경훈 감독은 오전부터 흩날리기 시작한 빗줄기에 약속이나 한 듯 자신감을 불태웠다. 그러나 양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두 팀의 빗속 혈투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비록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지만 이날 승부는 4분의 후반 인저리타임이 다 소진될 때까지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막판 산토스의 골로 1-1 동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제주 박경훈 감독의 승리나 다름없었다.
그에 반해, 산토스 골의 오프사이드 논란을 떠나 마지막 한 번의 위기를 못 넘기지 못하고 다 잡았던 경기를 1-1 무승부로 끝낸 최용수 감독의 표정은 '패배'한 것 만큼이나 무척 어두웠다.
더욱이 경기 전 “(서울이 제주를 상대로 홈 5연승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두고) 제주가 많이 벼르고 있는 걸 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오늘은 (제주가 이길) 날이 아니다. 데얀이나 몰리나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다”며 승리를 장담했던 최용수 감독이기에 1-1 무승부의 결과는 더욱 뼈아팠다. 
 반면 박경훈 감독으로선 승점 3점을 얻은 것과 같은, 승점 1점 이상의 값진 무승부였다. 서울을 상대로 2008년 8월 이후 이어진 12경기 연속 무승(8승4무) 기록을 끊어내진 못했지만, 상암 원정 5연패에 일단 종지부를 찍으며 한 시름을 놨다.
경기 전 “제주 부임 후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아직 1승도 못했다. 신경이 쓰인다”고까지 말했던 박 감독이기에 극적인 무승부가 승리 못잖은 의미로 다가왔다.
또한 송진형과 홍정호, 박병주 등 핵심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의 중심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난적 FC 서울을 상대로 승점을 쌓았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이번 무승부로 제주는 최근 6경기 무패행진(5승1무)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리그 상위권 팀들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서울과 제주전. 패자가 없는 무승부로 사이좋게 마무리됐지만 서울의 최용수 감독에겐 패배 이상의 큰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던 반면 박경훈 감독으로선 제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승점 3점 이상의 무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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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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