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가민가했던 박찬호가 잘 던지는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01 09: 51

코리안특급에게는 특별한 게 있다.
4월 개막 한 달간 박찬호(39)는 기대이상 호투를 펼쳤다. 4경기에서 1승1패로 승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평균자책점이 2점대(2.91)로 전체 13위. 국내 투수 중에서는 9위였다. 투구이닝도 21⅔이닝으로 전체 11위이자 국내 6위. 당초 4~5선발급의 위치였던 박찬호는 이제 류현진과 함께 한화의 강력한 원투펀치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이 불혹의 투수답지 않은 기대이상 피칭. 과연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가장 두드러지는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 땅볼 유도에 있다. 박찬호는 땅볼 32개, 뜬공 13개로 땅볼-뜬공 비율이 무려 2.46에 달한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 LG 기교파 좌완 이승우(2.80) 다음 가장 많은 비율. 과거 박찬호가 전형적인 플라이볼 유형의 투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인상적인 변화상이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였다. 17년간 땅볼-뜬공 비율이 0.79로 땅볼보다 뜬공이 훨씬 많았다. 힘이 좋은 전성기 시절에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장타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2008년 데뷔 후 처음으로 땅볼-뜬공 비율 1.05를 기록하며 땅볼 투수로 거듭났다. 2010년에는 가장 높은 1.15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도 박찬호의 땅볼-뜬공 비율은 1.51로 데뷔 후 가장 높았다. 올해는 그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이며 전형적인 땅볼 투수로 거듭났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투심과 커터가 타자들의 타자들의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지 않는다. 제구도 낮게 잘 되고 있기 때문에 정타가 되지 않은 땅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구 외에도 컷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처럼 볼끝 변화가 많은 공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땅볼 유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 홈플레이트에 똑바로 들어오는 공이 없다. 그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는 포수 신경현은 "워낙 볼끝의 변화가 많다. 제구도 낮게 낮게 이뤄지기 때문에 땅볼을 유도하기가 좋다"고 말했다.
땅볼 유도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장타에 대한 위험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박찬호는 안타 17개 중 장타는 2루타 2개와 홈런 1개밖에 없다. 피장타율이 0.278로 규정이닝을 채운투수 중 전체 6위. 피장타율에서 피안타율을 뺀 순수 피장타율은 0.063으로 전체 4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장타 허용을 최소화하는 땅볼 유도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올해 박찬호의 땅볼 유도가 많아진 데에는 한국식 스트라이크존 적응 과정에서 온 순기능도 있다. 박찬호는 "(한국야구) 스트라이크존이 높은 쪽은 인색하지만 낮은 쪽은 후하다. 어려움이 있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높은 쪽보다는 낮은 쪽에 후하기 때문에 낮은 코스로 제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제구가 낮게 이뤄져 긍정적인 땅볼 유도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박찬호의 변화는 그가 대전·청주구장을 홈으로 쓰는 한화 소속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펜스까지 거리가 짧은 대전·청주구장에서는 많은 땅볼 유도해 장타 허용을 최소화하는 게 답이다. 박찬호는 대전·청주구장에서 어떤 투구를 해야하는지 모범 답안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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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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