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사랑해요", 황재균 헬멧 'H/H'의 비밀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02 13: 02

"야, (황)재균아. 너 또 인터뷰하고 있냐".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1일 목동구장.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경기시작 전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던 황재균(24)를 보며 농담을 던졌다. 양 감독은 평소 젊은 선수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황재균은 양 감독이 진심담긴 농담을 자주 건네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 빈도는 올 시즌 더욱 잦아졌다. 지난해 하위타순에서 타율 2할8푼9리 12홈런 68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던 황재균을 두고 양 감독은 지나가는 말로 "너 올해는 한 번 4번 쳐 볼래?"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또한 "황재균이 30-30 달성하면 올해 롯데는 그냥 우승"이라며 그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했다.

그렇지만 올 시즌 초 황재균이 부진에 빠지자 양 감독은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타격감각이 무뎌져 있는 상황에서 번번이 황재균에 찬스가 걸려 경기 흐름이 끊기기도 했고, 벌써 실책 3개를 저지르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재균이가 실책 안 하려고 몸 사리면 오히려 수비가 더 안된다. (실책) 해도 좋으니 편하게 하라"고 독려한다.
황재균의 타격이 한창 안 될 때 양 감독은 "너가 오늘 3안타 치면 내가 30만원 줄게. 대신 못 치면 10만원을 달라"고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밀었었다. 황재균은 결국 3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양 감독은 "어떻게 돈을 달라고 하냐. 대신 잘 좀 쳤으면 좋겠다"며 사람좋은 미소를 보냈었다.
양 감독의 강력한 소망 덕이었을까. 황재균은 최근 4경기에서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펄펄 날고있다. 1일 경기를 앞두고 양 감독은 황재균을 보고 "저 봐. 얼굴에 '뺀질이'라고 써 있잖아"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난데없이 비방(?)을 당한 황재균은 양 감독에 다가가 와락 안으며 "감독님 사랑해요"라고 애정표현을 했다. 양 감독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황재균은 곧바로 자신의 헬멧 한 쪽에 써 있는 'H/H'라는 글을 가리키며 "감독님, 황(H)재균과 양승호(H)에요. 사랑해요"라고 거듭 구애공세를 펼쳤다. 양 감독은 "됐다 됐어"라고 말은 했지만 내심 흐뭇한 눈치였다.
과연 'H/H'의 정체는 무엇일까.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분명한 것은 양 감독과 황재균의 이런 모습이 현재 롯데의 '더는 좋을 수 없는' 팀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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