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의 시대’ 프로야구, 부쩍 늘어난 도루 이유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14 06: 22

지난달 개막한 프로야구는 13일까지 총 110경기가 벌어지며 20.7%의 진행율을 기록하고 있다. 초반 전문가들의 예측을 무색하게 하는 현재 순위표는 더욱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덕분에 관중 역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800만 관중을 바라보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뛰는 야구’의 대두다. 13일 경기까지 모두 244개의 도루가 나왔다. 현재 페이스대로 간다면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총 도루는 1200개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지난해엔 8개 구단 모두 합해 933개의 도루가 나왔다. 지금 페이스대로 간다면 무려 30%가 넘는 증가세를 보이는 셈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최근 5년간 연간 평균도루가 971개 수준이었음을 감안해 보면 올 시즌 도루 페이스는 확실히 비범하다.
▲ LG-KIA-넥센, 도루군단 탈바꿈

지난해와 비교해 도루페이스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팀은 LG와 KIA, 그리고 넥센이다. 이 가운데 LG는 김기태 감독의 구상 아래 ‘뛰는 야구’를 팀컬러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LG의 팀 도루는 116개로 전체 3위였다. 그렇지만 올 시즌엔 벌써 46개(1위)를 성공시켰다. 현재 페이스대로 간다면 시즌 230개의 도루로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르게 된다.
작년 113번 베이스를 훔쳤던 KIA 역시 현재까지 37번(3위) 도루를 성공, 벌써 185개 페이스다. 여기에 지난해 도루 최하위(99개) 넥센 역시 올해는 마음껏 뛴다. 34개(4위)의 팀도루를 기록, 무려 170도루 페이스다.
작년보다 도루 페이스가 떨어지는 팀은 SK와 두산, 한화다. SK는 이만수 감독 부임 후 홈런이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도루는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SK는 105개의 도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불과 19개(7위)의 도루만 기록하고 있다. 또한 작년 100도루를 기록한 한화는 19도루로 SK와 함께 공동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인 ‘육상부’였던 두산은 지난해 130번 도루를 성공시켰으나 올해는 불과 22번만 도루를 했다.
▲ 한 번 훔치면 순위가 바뀐다, 치열한 대도경쟁
도루왕 경쟁 역시 치열하다. 현재 KIA 이용규는 12개의 도루를 기록, 단독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이용규는 올해 타율 2할1푼4리, 출루율 3할5푼3리로 타격감은 다소 주춤하지만 일단 출루를 하면 다음 베이스를 노린다.
롯데 전준우는 11개로 도루 단독 2위다. 전준우의 도루기록이 눈에 띄는 점은 아직 단 하나의 도루실패가 없다. 지난해 1번 타자로 활약하다 3번으로 자리를 옮긴 뒤 오히려 도루가 늘었다. 이에 대해 전준우는 “그린 라이트(작전지시를 받지 않고 언제든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것)를 받고 난 뒤 도루가 더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 뒤를 세 명의 10도루 그룹(삼성 김상수‧LG 박용택, 이대형)과 두 명의 9도루 그룹(삼성 배영섭‧KIA 김선빈)이 바짝 쫓고 있다. 한 경기에 따라 도루 순위가 마구 요동치는 ‘춘추전국시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늘어난 도루, 부족한 장타력 보충위한 자구책”
그렇다면 확연하게 늘어난 도루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루능력이 향상된 덕일까 아니면 같은 조건에서 더 많은 도루 시도를 하다 보니 개수가 늘어난 것일까.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둘 다 정답이 될 수 있다”고 현재의 ‘도루고’ 현상에 진단을 내렸다.
양 위원은 올 시즌 도루 숫자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LG와 KIA를 꼽았다. 양 위원은 “두 팀 사령탑 모두 부족한 공격력을 기동력으로 메우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다. 특히 KIA같은 경우엔 이범호, 김상현 등 장타력 있는 타자가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득점력을 최대화하기 위해선 도루가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KIA 타선이 좋은 예다. 힘 있는 타자들이 빠진 KIA는 시즌 초반 득점력 빈곤에 고전하고 있다. 팀 타율, 홈런, 장타율 모두 최하위다. 그렇지만 도루만은 2위를 기록하며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아직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팀 득점은 도루만으로 채우기엔 부족하지만 잦은 한 점차 승부를 벌이는 KIA에 도루는 훌륭한 공격 옵션이다.
또한 ‘뛰는 야구’가 한국 야구의 한 흐름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은 총 158번의 도루로 전체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작년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을 세운 SK 역시 기동력 야구를 전면에 내세웠었다. 양 위원은 “선수들의 주루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동시에 더 많은 도루가 더 많은 승리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삼성, SK 등 도루에 능한 팀들이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좋은 예”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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