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곰의 침묵’과 두산의 위기 도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18 09: 59

“한계에 가까워지는 나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기량 면에서 한계가 온 선수는 아니다”.
아직 감독은 믿음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5경기 그의 성적은 고작 17타수 1안타(5푼9리). 장타-선구안에서도 예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점점 팬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두목곰’ 김동주(36, 두산 베어스)의 최근 슬럼프가 심상치 않다.
올 시즌 김동주는 26경기 2할6푼3리 1홈런 12타점(17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통산 3할1푼 270홈런 1061타점을 올리며 프로야구 최고 우타자 중 한 명으로 활약한 김동주였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특히 최근 5경기 성적과 장타율, 출루율을 살펴보면 더욱 심각한 수준. 지난 5경기서 김동주는 15일 잠실 한화전서 단 1안타를 때려냈을 뿐 나머지 4경기서 모두 무안타에 그쳤다. 허리 통증이 겹치기는 했으나 볼넷에 의한 출루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은 더욱 아쉽다. 올 시즌 김동주의 출루율은 3할8리이며 장타율은 3할5리에 그치고 있다.
타율과 출루율의 편차가 불과 4푼5리로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산한 OPS가 6할1푼3리. 규정타석을 채운 47명의 타자 중 42위로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홈런을 때려내지 못하더라도 볼을 골라내는 등 출루도 자주하면서 후속 타자에게 어김없이 찬스를 제공하던 김동주 답지 않은 모습이다.
훈련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사실 김동주는 예전부터 경기가 끝난 후 자택에 배팅 케이지를 세워 쉼 없이 배트를 돌렸던 ‘은둔형 연습벌레’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에도 김동주는 3루 수비 훈련과 타격 훈련을 이어가며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재취득 후 얻은 3년의 기간을 확실하게 장식하고자 했다. “주전 3루수로 100경기 이상 출장”을 목표로 삼았던 김동주지만 현재 김동주는 4번 지명타자가 익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김동주 답지 않은 타격 성적은 더욱 심각하다.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김동주에 대해 아직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가 있어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김동주는 여전히 힘을 내뿜을 수 있는 선수다. 아직 기량 한계점에 도달한 선수는 아니다”라는 것이 김 감독의 이야기. 그러나 당장만이 아닌 앞으로의 미래까지 생각하면 김동주의 최근 슬럼프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수근(전 롯데)의 이적으로 공석이던 톱타자 역할은 이종욱이 이어받았고 지금은 정수빈이 미래의 톱타자 감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주전 유격수였던 김민호 코치, 좌익수였던 장원진 코치의 빈 자리는 각각 신고선수 출신 손시헌과 김현수가 꿰차며 국가대표로까지 우뚝 섰다.
포스트시즌 컨텐더 위치에서 최하위권으로 전락하지 않는 등 팀 성적이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는 모습으로 야수진 리빌딩을 거쳤던 두산이지만 단 하나 자연스럽게 교체하지 못한 자리가 있다면 바로 김동주의 4번 타자 자리다. 아직도 팀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두산은 확실하게 ‘포스트 김동주’ 역할을 할 유망주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무방하다.
후보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입단한 윤석민이나 2006 쿠바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BEST 9 경력의 이두환(KIA)이 있으나 이두환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고관절 종양 수술까지 받으며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타 팀의 신고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른손 장타자로서 잠재력과 재능을 지닌 윤석민이 남아있으나 아직 1군에서 확실한 출장 기회는 갖지 못하고 있다.
주포를 전력에서 점차 배제하며 포스트 김동주를 전략적으로 찾으려면 타선 약화라는 악재를 정면으로 맞아야 한다. 김동주는 데뷔 이래 15시즌 동안 꾸준히 타선의 큰 축이 되던 선수다. 대들보가 없어지면 집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듯 경기력 붕괴를 피할 수 없다. 아직 팀 성적 기대치가 큰 편인 두산임을 감안하면 타선의 축이 되던 김동주를 섣불리 전력에서 제외할 수 없는 이유다.
인위적인 리빌딩을 위해 빼자니 시즌 성적의 급격한 하락이 걱정되고 믿고 있자니 최근 슬럼프가 마음에 걸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두산의 현재. 결국 김동주가 스스로 살아나지 않으면 두산의 5월은 가파른 하강곡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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