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제춘모 살린 정근우의 빅캐치 퍼레이드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5.23 21: 38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뿐이다. 국가대표 2루수 SK 정근우(30)가 동갑내기 선발 투수 제춘모(30)의 호투에 감각적인 수비 퍼레이드로 힘을 보탰다.
정근우는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톱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 수차례 예술성(?) 높은 수비 능력을 뽐냈다. 비록 팀이 2-5로 패하고 정근우는 타석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수비에서는 펄펄 날았다.
우선 제춘모가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준 1회 2사 1루. 최준석이 친 타구가 중견수 김강민, 우익수 박재홍 사이에 떨어지는 짧은 안타가 되려는 찰나였다.

이 때 끝까지 볼을 따라 가던 정근우는 자신이 잡겠다는 콜을 한 후 백핸드 캐치로 타구를 잡아냈다. 2사 후였다는 점에서 추가점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타구를 등진 채 잡아내는 고난도 수비로 위기에서 벗어난 제춘모는 정근우에게 하이파이브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1-1로 맞선 3회 1사에서는 정근우의 정확한 중계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이종욱이 1루수 옆을 스쳐 펜스까지 굴러가는 안타를 쳤다. 이종욱은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이 때 박재홍의 볼을 받은 정근우는 정확하게 3루수 최정에게 송구, 이종욱의 태그아웃을 도왔다. 결과론이지만 다음 타자 오재원의 중전안타가 나온 터라 사실상 또 한 번 추가점을 막은 어시스트였다.
4회 1사 후에는 그야말로 환상의 다이빙캐치를 선보였다. 최준석의 잘맞은 타구는 1루쪽으로 급격히 꺾여 날아갈 정도로 역회전이 걸렸다. 그러나 정근우는 이를 계산해 점프하며 날렵하게 글러브로 낚아챘다. 곧바로 양의지가 좌측 안타 후 2루로 뛸 때 박재상의 정확한 송구를 잡아 2루에서 태그아웃을 성공시킨 것은 보너스에 불과했다.
제춘모는 이날이 지난 17일 문학 LG전에 이은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당시 제춘모는 지난 2010년 9월 26일 문학 넥센전 이후 600일만의 1군 마운드였다. 2005년 5월 22일 문학 현대전 이후 6년 11개월 24일(2552일)만의 1군 선발 무대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7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3볼넷 2탈삼진으로 1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펼쳐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제춘모는 부담을 안고 나서야 했다. 아직 완전히 선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또 전날(22일) SK가 두산에 2-4로 패하며 연승행진을 '3'에서 마쳤다. 상대 두산은 5연패를 마감한 만큼 다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경기였다.
정근우의 호수비 덕분일까. 제춘모는 5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으로 1실점한 후 엄정욱과 교체됐다. 제춘모는 마음 놓고 이날 우타자 바깥쪽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직구와 체인지업은 몸쪽을 향했지만 결국 수비수의 안정된 모습에 호투를 펼칠 수 있었다. 비록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으나 다음 선발 로테이션에도 나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letmeout@osen.co.kr
인천=민경훈 기자/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