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 "연기하면서 펑펑 울었어요"[인터뷰]
OSEN 장창환 기자
발행 2012.05.30 18: 07

비련의 여주인공부터 만인의 연인까지 가능하다. 거기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녔다. 또 아담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감탄을 유발하는 이 배우 누굴까. 바로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한지민이다.
대한민국 신체-정신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만난 한지민은 솔직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성격까지 호감이었다. 한마디로 완벽한 여인이다.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한지민은 3~4개월 진행된 드라마 촬영 탓에 피곤할 법도 한데 활기가 넘쳤다. 어쩌면 기자를 배려해 더 그렇게 보이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지민은 "가슴에 남는 작품"이라며 '옥탑방 왕세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어느 드라마나 끝나면 시원섭섭한데 이번에는 섭섭하다는 느낌보다는 기분이 굉장히 많이 가라앉았어요. 마지막 회 느낌이 강렬했거든요. 가슴이 먹먹해요. 다른 드라마보다 여운이 긴 것 같기도 하고요. 촬영 마치고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웃음) 워낙 오랜 시간동안 쪽잠을 자고 촬영을 해왔으니, 쫑파티 이후에도 아침 7시에 눈이 저절로 떠지더라고요. 뭔가 가슴이 아린 느낌이 가장 많이 남았어요. 부용으로 촬영을 마무리해서  그런지 아직도 조금은 그때의 느낌이 많이 남은 것 같네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지상파 3사는 '수목극 전쟁판'이었다. 3사 드라마 모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시작했고, 시청률 대결에서도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또 같은날 종영했다. '옥탑방 왕세자'는 마지막 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렇지만 한지민은 시청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시청률에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어떤 작품을 할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이었죠. 마무리가 캐릭터 적인 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드라마가 시청률이 안 나오면 기운이 빠지긴 해요. 그래도 세 드라마 모두 각자 다른 색깔로 많은 분들에게 골고루 사랑 받았잖아요? 세 작품 모두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돼서 좋았어요."(웃음)
연상의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던 한지민이었다. 그러나 이번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연하남 박유천이 상대역이었다. 한지민은 매 작품마다 파트너 복이 많다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보였다.
"너무도 감사한 게 지금까지 제가 파트너복이 많았어요.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 같아요. 촬영 내내 박유천 씨가 저보다 어리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남자주인공으로서 현장에서 저를 잘 이끌어 줬거든요.(웃음) 캐릭터 몰입이나 현장 분위기나 유천 씨는 제가 기대한 이상으로 잘 했어요.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옥탑방 왕세자'는 유천 씨와의 호흡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과의 호흡이 중요했던 작품이었죠. 그래서 다들 '우리 배우들은 모두 둥글둥글하다'고 말했어요.(웃음) 그래서 '감사한 시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대역 박유천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세 작품 만에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준 박유천이 한지민도 대견스러운가 보다. 선배 입장에서 조언도 해줄만 한데 한지민은 "아직 그럴 위치가 아니다"며 손 사레를 쳤다.
"제가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고 이렇다 저렇다 말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감히 말하자면 유천 씨의 가장 큰 장점은 굉장히 노력을 많이한다는 거에요. 유천 씨는 본인 장면이 끝나도 대사를 항상 읊조리더라고요. 리허설 때도 저를 배려하는 마음에 본인이 알아서 많이 바꿔줬어요. 유천 씨는 그 어떤 배우보다 감수성이 충분한 친구이고 흡수력도 빨라요. 스폰지처럼 쭉쭉 잘 빨아들이더라고요.(웃음) 또 고집을 부리지 않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잘 맞춰가요.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제가 감정을 잡을 때도 옆에서 함께 눈물을 흘려줬어요. 그런 부분에서 정말 잘 맞았어요."매작품마다 한지민을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상대배우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말이다. 그 비결(?)은 본인의 자그마한 체구라고 한다.
"그런 말(상대배우와 잘 어울린다)을 많이 듣죠.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웃음) 제 체구가 워낙 자그맣고, 개성도 뚜렷한 스타일은 아니잖아요?(웃음) 그래서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 상대배우와 어울림이 좋다고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연기자로서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웃음)
'옥탑방 왕세자'의 박하라는 캐릭터는 한지민에게 고마운 캐릭터다. 촬영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박하는 한지민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나 보다.
"박하에게 정말 고마워요. 드라마 '빠담빠담' 때는 가슴이 아팠지만, '옥탑방 왕세자'에서 박하 역을 맡으면서 씩씩해지고 원 없이 웃게 됐어요. 박하를 만나면서 밝고 맑은 에너지를 많이 얻었어요. 그래서 촬영이 신났죠.(웃음) 끝난 시점에서 드는 느낌은 부용이도 아련하고 박하도 아련한 느낌이에요."
씩씩한 박하는 사랑 앞에서는 수줍어 졌다. 그래도 먼저 이각(박유천 분)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갈구했다. 실제 사랑 앞에서 한지민은 박하처럼은 하지 못한다고 한다.
"억척스럽고 밝은 박하가 사랑을 하게 되면서 많이 변했죠. 누구나 사랑을 하면 다 변하는 것 같아요. 사랑 앞에서 잠시 수줍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씩씩한 모습을 보였어요. 실제 저 같았으면 얘기도 못 했을 텐데 말이죠.(웃음)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웃음)
'옥탑방 왕세자'의 출연 배우들은 유난히 또래가 많았다. 한지민도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바쁜 촬영스케줄 탓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웠나보다. 그래도 곧 한 번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낙관했다.
"사실 드라마 전에 대본 리딩하고 밥도 같이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촬영에 촉박하게 들어갔어요. 초반에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이각의 심복 3인방(이민호-정석원-최우식)의 도움이 컸어요. 또 유천 씨도 카메라 테스트부터 친해지려고 시도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정말 고마웠죠. 3인방 셋이 얘기하는 거만 봐도 재밌었어요.(웃음) 그런데 촬영 끝나고 나서 연락들을 안 하네요?(웃음) 조만간 다 같이 한번 볼 것 같기는 해요."
드라마 촬영 현장 분위기는 성패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옥탑방 왕세자'의 촬영장 분위기는 이미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실제로 한지민도 촬영 현장이 즐거웠다고 한다.
"잠도 못 자고 힘들었지만, 3인방이 나오면 졸다가도 많이 웃게 됐어요.(웃음) 제가 NG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닌데 특히 석원 씨 때문에 많이 웃었어요.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빨리 촬영을 해야 하는데 웃음 참는데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옥탑방 왕세자'의 안길호 PD는 한지민에 대해 "연기 몰입도가 놀랍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지민은 본인의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단다.
"연기를 하면서 '한 캐릭터만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청자가 보셨을 때 '한지민이구나'라는 느낌보다는 '박하구나'라는 말을 듣는 게 중요하죠. 또 캐릭터가 스토리 전체에 잘 조화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혼자만 튀는 연기를 하기보다는 서로에게 묻어나는 것이 필요해요. 그런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하고 있어요. 제 연기는 튀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해요. 그래도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웃음)
'옥탑방 왕세자'에서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이각이 조선으로 사라진 후 홀로 남겨진 박하가 오열하는 장면일 것이다. 한지민도 이 장면에서 몰입한 탓일까? 실제로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생각보다 마음이 정말 아프더라고요. 이상하게 다른 캐릭터로 울 때보다 박하로 울 때는 정말 아이처럼 울게 되는 것 같아요. 박하는 어릴 때 가족도 없었죠. 그래서 이각과 3인방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그들이 한두명씩 없어지다 결국 사랑하는 남자까지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깐 정말 슬프더라고요. 여러 각도로 촬영을 나눠서 했는데, 처음부터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있었어요.(웃음) 연기를 하면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그리고 300년 전 과거에서 부용이 이각을 대신해 죽기 전에 끙끙 앓는 장면이 있어요. 분장하고 거울을 봤는데 정말 죽을 것 같더라고요.(웃음) 저 자신이 불쌍했어요. 또 엔딩에서 용태용(박유천 분)을 남산 앞에서 만났는데, 곤룡포로 갈아입어 이각으로 변하는 장면에서 너무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세 장면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옥탑방 왕세자'의 엔딩은 이른바 '열린 결말'이었다. 박하가 현세의 용태용과 만난 것인지, 아니면 조선의 이각이 다시 현세로 돌아와 박하와 재회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한지민은 ‘열린 결말’이니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지만, 온전히 이각의 모습이 아니었겠지만, 부용이가 박하로 환생했듯이 용태용도 박하에게 끌리는 무엇인가 있는 것 같아요. 박하는 이 사람이 용태용임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태용의 손을 잡았을 때 '이 사람이 이각이구나'라고 느끼고 눈물을 흘린 것 같아요."
한지민은 전작 '빠담빠담' 이후 바로 휴식 없이 '옥탑방 왕세자' 촬영에 들어갔다. 피로도 누적됐지만, 한지민을 자신을 '강철체력'에 빗대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강철체력인가 봐요.(웃음) 다행히 '빠담빠담'은 종영 일주일 전에 모든 촬영을 마쳤어요. '빠담빠담'의 감독님과 스태프 모두가 집중해서 드라마를 마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어요. 처음으로 매일 잠을 자면서 촬영할 수 있었죠. 그래서 '옥탑방 왕세자' 때 체력이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항상 드라마가 끝나면 여행을 갔었는데 '빠담빠담' 종영하고 난 후에는 못 갔어요. 그래서 이번에 여행 계획을 잡고 있어요. 6월 말 정도에 여행을 가보려고 해요."
바야흐로 SNS 시대다. 스타들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한지민도 촬영 틈틈이 페이스북을 꾸준히 애용하면서 팬들과 소통했다.  
"사실 SNS를 처음 해봐요.(웃음) 수첩을 꾸미고, 사진을 올리고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주위의 권유로 페이스북을 시작했는데 재밌더라고요. 공식 홈페이지와는 다르게 팬들과 더 가까운 느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간 날 때 댓글도 보면서 힘을 얻었기도 했어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해외 팬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시면 신기하기도 하고 또 자극도 됐어요. 많은 분들이 보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지민에게 아직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 시기인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짓지는 않지만, 영화 촬영에 대한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한편 하고 싶은데, 작품을 선택할 때 영화나 드라마를 구분지어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이만큼 달렸으니 쉬어야야겠다고 생각하는 편도 아니죠. 또 조급하게 결정하는 편도 아니에요.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하는 편이에요. 아직 정해 놓은 작품은 없지만, 영화를 하고 싶긴 하네요."(웃음)
마지막으로 한지민에 대한 이상형이 궁금해 졌다. 서로 잘 맞는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제는 연상연하 구분 지을 나이도 아니라고 귀여운 투정을 했다.
"이제는 연상연하 구분 지을 나이가 아닌 것 같아요.(웃음) 사랑하는 데 있어서는 중요한 조건은 아니죠. 사람을 만나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한 사람을 오래 보는 스타일이에요. 시작하는 데 오래 걸리지만 서로 잘 맞는 성격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웃음) 요즘 주변에 결혼을 많이 하더라고요. 사촌이 저와 또래인데 곧 결혼을 해요. 이 친구가 결혼하니깐 부보님이 '내 딸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으셨나 봐요.(웃음) 그래도 결혼 시기보다는 누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요?"
pontan@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