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홈런 치고 웃은 강민호에 "일본에나 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04 09: 44

"야, 너 뭐하러 왔어? 얼른 안 나가?".
3일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앞둔 사직구장. 홈 팀인 롯데의 훈련이 먼저 끝나고 넥센의 훈련이 진행되던 때였다. 더그아웃 뒷편에서 갑자기 롯데 강민호(27)가 스윽 나타나 넥센 김시진(54) 감독에 다가갔다. 김 감독은 강민호에게 "너 뭐하러 여기 또 왔냐. 얼른 안 나가냐"며 구박(?)을 했지만, 입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이 하는 말은 이것이었다. "아니, 저 녀석이 어제 홈런치고 난 뒤 3루를 돌고나서 날 보고 씩 웃더라니깐. 참 나, 상대 감독보고 홈런치고 웃는 녀석이 어딨어요".

2일 경기에서 강민호는 1회 2사 만루에서 넥센 선발 김영민을 상대로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낮게 제구가 잘 된 148km 직구를 그대로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렸다. 비거리는 115m. 김 감독이 "직구 기다리고 있는 선수한테 떡 하니 직구를 던져줬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장면이다.
이 홈런으로 2일 경기는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롯데는 홈런 2개를 추가하며 8-0으로 넥센을 꺾었다. 자연히 김 감독의 심기가 좋지만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 속도 모르는지 강민호는 "어제 홈런치고 나서 감독님을 보니깐 뒷목을 잡고 계시더라"며 "그래서 오늘 목 주물러 드리러 왔습니다"라고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은 한참 강민호를 구박하더니 갑자기 "민호야, 너 FA가 언제냐"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미 강민호가 오기 전 김 감독은 "요즘 야구 시작하는 학생들은 다들 포수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포수가 금 값이다. 민호 봐라. FA때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포수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넥센 역시 전유수-최경철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포수를 수혈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3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는 강민호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젊고 클린업트리오를 맡을 정도의 타격도 갖췄으면서 1년 120경기 출전을 바라볼 수 있는 체력까지 겸비한 강민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질문이 나오자 강민호는 씩씩하게 "감독님, 내년 마치면 FA입니다"라고 답했다. 강민호를 한참 바라보던 김 감독의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 "에이, 그냥 일본에나 가 버려라". 이미 몸 값은 오를대로 올라 버렸고, 롯데에서도 결코 놓치려하지 않을 강민호, 차라리 이대호 처럼 일본에 가 버려서 아예 맞상대를 안 하고 싶다는 김 감독의 '언중유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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