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제 10구단 올해 창단, 사실상 ‘물 건너갔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6.11 17: 38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제 10구단 창단 문제를 둘러싼 한국야구위원회(KBO) 주변 공기가 그렇다.
KBO는 12일 정례 이사회를 연다. 정례 이사회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로 예정돼 있는 프로야구단 사장단 모임으로 여러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10구단 창단과 관련한 안건을 상정할 수조차 없는 형편이다.
KBO는 그 동안 10구단 창단을 반대하고 있는 구단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여왔다. 그런데도 그와 관련한 안건을 정식으로 내놓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설득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통과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에서 섣불리 거론했다가 자칫 동티가 나지나 않을까, KBO는 저어하고 있다. 5월 이사회(8일)에서 어렵사리 제 9구단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진입을 아퀴 짓기는 했지만, 몇 구단은 제 10구단 문제만큼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KBO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면서 만약 6월 중에 10구단 문제를 정리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올해 안 창단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도 신인 드래프트가 8월20일로 잡혀 있어 창단까지 하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수급과 관련, 9구단 2차 지명 특혜도 5명에서 3명으로 줄일 정도로 기존 구단들이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설사 간담회 형식으로 10구단 문제를 논의한다손 쳐도 본격 거론이 어렵다면,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NC 다이노스의 김택진 대표가 자신의 지분 일부를 같은 게임업체인 넥슨에 넘긴 것도 뜻밖의 악재가 됐다. KBO의 한 관계자도 엔씨소프트의 지분 변화가 10구단 문제로 불똥이 튀었음을 시인했다. 가뜩이나 반대하고 있는 구단들이, “거봐라, 벤처기업이라는 게 그렇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소재로 삼게 됐다는 것이다. 김택진 대표가 “NC 다이노스는 예정대로 2013년 1군 진입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는 언급을 했음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야구계는 원점에서 10구단 문제를 살필 필요가 있다. 반대 구단들이 펼치고 있는 ‘리그 질적 저하’를 침묵시킬만한 청사진과 대응 논리를 개발해 설득을 해야 한다는 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막연하게 ‘동정여론’에 호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8개 구단 적정선’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몇 구단들은 리그 질적 저하와 연계해 우리나라 실정상 8개 구단이 가장 적절한 수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구단들의 오너들의 뜻이 그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구단이 ‘자연스레’ 도태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이 같은 와중에 KBO 이사회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7일 느닷없이 전직 야구 지도자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가 보도 자료를 내고 ‘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참가와 제10구단 창단을 기원하는 공개 호소문’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야구계의 일을 권력의 힘에 기대에 해결해보고자 하는 구태의연한 발상에 대해 한 KBO 관계자는 ‘엉뚱한 짓’이라며 혀를 찼다. 야구계가 자율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를 놓고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서 뭘 어쩌자는 건지, 한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임기 말에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고, 여기저기서 곪아터지는 소리가 낭자한 판이다.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잘 못 짚어도 한 참 잘 못 짚었다. 해당 구단의 모기업에 대통령이 나서서 압력이라도 넣어달라는 소린가.
그런 헛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의결권을 쥐고 있는 구단을 찾아가 호소하고 설득하는 편이 이성적인 행동이고, 작은 도움이라도 될 것이다. 
야구계의 ‘해바라기 성향’은 여전하다. 프로야구 판 뿐 만 아니라 아마야구계도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을 벌써부터 흔들어대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강 회장이 현역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일 때는 ‘찍 짹’ 소리도 안 하다가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받지 못하자 일각에서 ‘준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야구인들의 일터 확장과도 연결돼 있는 10구단 창단 문제에 야구계 어른들 격인 일구회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권력의 힘을 빌려 자율이 아닌 타율로 일을 해결하려는 것은 버려야할 구시대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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