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악법' 없앤 이도형, "선수들이 목소리내야 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13 07: 15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2일 제5차 이사회를 통해 FA 규약을 개정했다. 지난해 임훈의 리턴픽으로 문제가 된 FA 신청 및 보상 관련 기간을 주로 손질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개정은 제160조 6항이다. '1월15일까지 계약하지 못한 선수는 해당년도에 선수활동을 금지한다'는 부분이 삭제된 것이다. 1월15일까지 계약하지 못한 선수도 마감에 관계 없이 언제든 모든 구단들과 협상이 가능해졌다. 더 이상 구단들이 1월15일 마감시한을 무기로 선수들을 압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조항이 사라진 데에는 두산-한화에서 포수로 활약한 이도형(37)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지난 2010년 시즌 종료 후 FA를 신청한 이도형은 같은 한화 소속이었던 최영필(현 SK)과 함께 시장에 나왔으나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하지 못한 채 FA 미아가 됐다. 이도형은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최영필은 멕시코와 일본독립리그를 거쳐 한화의 보상규정 포기아래 SK에 둥지를 틀었다. 

이도형의 활약은 은퇴 결심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도형은 지난해 2월15일 야구규약에 명시된 FA 제도 독소조항 등에 법적심판을 받기 위해 KBO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원에 '야구규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난 8월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프로야구 FA 제도와 관련한 야구규약 161조 및 164조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이도형의 야구규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일부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이도형 개인에게만 효력 발휘됐다. 하지만 이도형은 이미 유니폼을 벗고 은퇴한 상황이었고, 선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스스로 앞장섰다. 1년이 넘는 시간 끝에 KBO에서도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1월15일 마감시한까지 계약하지 못하면 1년간 활동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없앴다. 
FA 제도 개정 소식을 들은 이도형은 "선수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서 다행이다. 아직 근본적인 것들이 바뀌지 않았지만 한 번에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나씩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언젠가 바로 잡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1년간 활동금지 조항은 없어졌지만, FA 선수에 대한 보상 해제는 변함 없이 3년 이후로 한정된다. 이 부분이 스타급 선수들에는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준척급 선수들에게는 족쇄가 된다. 보상규정이 똑같이 적용되는 한 FA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은 계속될 것이다. 
이도형은 선수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통한 규정 변화를 바랐다. 그는 "구조적으로 선수들은 구단과 KBO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잘못된 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고참급 선수들이나 영향력있는 FA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제기해야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선수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은퇴 후 인천에서 사회인야구 사업을 하며 저소득층 어린이 야구단을 만든 이도형은 최근 은퇴선수협 일도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이도형에게 요즘 흐뭇한일이 있으니 바로 같은 FA 미아였던 최영필의 활약이다. 이도형과 함께 한화에서 FA 계약 실패한 최영필은 1년간 한국야구를 떠나있다 돌아와 올해 SK에서 7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0.69로 활약하고 있다. 이도형은 "영필이가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 영필이를 통해 FA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던 동료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