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한화와 궁합 안 맞나? QS도 소용 없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17 09: 26

한화가 통곡의 5연패에 빠졌다. '스토퍼' 박찬호(39)도 추락하는 독수리를 막을 수 없었다. 한화의 불운은 곧 박찬호의 불운이었다. 여러 기록들이 불운의 흔적들로 남아있다. 
박찬호는 지난 16일 문학 SK전에 선발등판해 6⅓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뿌리며 6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했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건 또 하나의 패전. 시즌 5패(3승)째였다. 한화도 1-3으로 역전패하며 시즌 두 번째 5연패 늪에 빠졌다. 
박찬호는 역투를 펼쳤다. 6회까지 실점없이 SK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그러나 7회초까지 한화 타선은 단 1점을 지원하는 데 그쳤고, 6회까지 77개 공을 던지며 투구수 80개에 다다른 박찬호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그렇다고 한화에 그를 대체할 만한 투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박찬호는 7회 시작부터 제구 난조 속에 볼넷 2개와 2루타로 무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고, 결국 조인성에게 몸에 맞는 볼로 동점을 허용한 뒤 정근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역전을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박찬호는 시즌 6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퀄리티 스타트한 6경기에서 2승4패로 패가 승보다 2배 더 많다.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패전을 당한 게 4경기로 리그 최다.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를 못한 것도 억울한데 패전투수가 되어야 했다. KIA 서재응과 두산 이용찬도 퀄리티 스타트 선발패가 3패씩 있지만 박찬호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타선이 제 때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박찬호가 마운드를 지킨 60이닝 동안 한화 타선은 고작 23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9이닝당 득점지원이 3.45점. 규정이닝을 채운 23명의 투수 중에서 넥센 강윤구(3.42점) 다음으로 낮은 득점지원이다. 그러나 강윤구는 퀄리티 스타트가 한 번밖에 되지 않는 투수다. 박찬호와는 케이스가 완전히 다르다. 
한화 타선은 박찬호가 마운드에 있을 때 무득점이 3차례나 있었고, 1득점도 3차례 있었다. 2득점 지원도 1차례. 11경기 중 7경기가 2득점 이하 지원으로 박찬호로서는 2점 이상 주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박찬호는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7푼7리로 규정이닝 투수 23명 중 브랜든 나이트(넥센·0.155) 다음으로 낮다. 위기일수록 더 강한 면모를 보이며 어떻게든 점수를 주지 않는 피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불펜투수들도 박찬호를 도와주지 못했다. 불펜에서 박찬호의 선발승을 날린 건 지난 4월29일 청주 넥센전 안승민의 역전 홈런 허용이 유일하다. 하지만 불펜은 승리를 날리는 대신 그의 평균자책점을 높여줬다. 박찬호는 11경기에서 총 13명의 책임주자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 중에서 실점으로 연결된 게 모두 9명. 승계주자 실점률이 69.2%로 박찬호의 승계주자를 잔루로 남기지 못했다. 
올해 박찬호의 33실점 중 27.3%인 9실점이 불펜투수들의 승계주자 실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9실점 중 비자책점 2점을 제외하면 7자책점. 만약 이 7자책점을 제외할 경우 박찬호의 평균자책점은 지금의 4점대(4.05)가 아니라 3점대(3.00)가 된다. 물론 주자를 남긴 박찬호의 책임도 있고, 불펜이 모든 주자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한화 불펜이 조금 더 강했다면 박찬호의 평균자책점은 3점대가 되어있을 것이다. 최하위 한화의 현실은 퀄리티 스타트 최다패 투수 박찬호의 기록에 남은 불운의 흔적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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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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