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이상한 '파행', 피해자는 '선수와 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6.27 17: 04

# 2005년 창단된 경남FC는 K리그 도-시민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인 재정자립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리한 선수 영입이 없는 대신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키워 타 구단으로 이적시키며 구단 운영비를 수급했기 때문이다.
# 그동안 경남은 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도에서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축구를 잘 아는 인물을 사장으로 영입해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비록 우승권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타구단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높았다. 쓸 데 없는 비용은 줄이고 축구단 운영을 위해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 비용뿐만 아니라 도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에게까지 자금을 이끌어 내며 타 도-시민구단의 부러움을 받았다.
# 전직원의 사표를 통해 메인 스폰서에게 구조 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멀쩡히 잘 운영하던 관계자들 대신에 상위의 직함에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겠다고 한다. 오히려 금액적 지출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늘어났다. 계약직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구단을 위해 뛰던 직원들은 없어지고 위에서 명령을 내릴 직원들이 더 늘어난다는 말이다.

지난 26일 경남에 따르면 구단이 최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이유로 갑작스런 구조조정을 결정하면서 최진한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구단 전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경남은 25일 이사 8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형두 대표이사 유고에 따라 권영민 경남체육회 상근부회장을 임시대표이사로 선출했다.
경남은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메인 스폰서인 STX와 재계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당초 STX는 연간 40억 원씩 4년 간 160억 원을 후원하기로 했지만 최근 조선 해양 분야의 경기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돼 4년간 100억 원으로 계약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경남은 갑작스러운 후원금 절감은 구단 운영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올해 말까지는 종전대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경남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감독 및 코칭 스태프를 비롯해 전 구단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운영비는 줄이겠다며 STX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STX로 부터 받아온 운영자금은 도가 관리하지 않았다. 도지사가 구단주라고 하지만 직접적인 운영에는 나서지 않았다. 도 역시도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경남 지역 축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비롯해 운영 자금을 가져올 수 있는 사장들이 재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형두 사장이 건강상 이유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도의 입김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구단 운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계자들의 영향력이 늘어나면서 구단 운영이 파행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김두관 도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면서 프로 구단을 관리하는 관계자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 관계자의 입김이 늘어난 것은 새롭게 신설되는 직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긴급 이사회서 결정된 재정이사·홍보이사·기술이사 등의 선임이다.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을 영입해 구단 운영을 하겠다는 명분이다.
구단 운영을 책임지는 부분에서 큰 문제가 없었던 경남의 사정상 이 부분의 적임자를 새로 영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상황이다. STX에서 받았던 지원금 외에도 여러 지 수익원을 만들어 내거나 경남 지역의 관계자들에게서 이끌어 냈던 후원금을 만들어낸 관계자들을 내치고 새로운 인물들을 내정한다는 의미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경남은 창단 후 삐끗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안정적인 전력을 만들었다. 조광래 전 감독 부임 후 구단 운영이 안정됐다. 선수 수급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 최진한 감독으로 이어지면서도 성적뿐만 아니라 구단의 위상도 유지됐다. 감독 및 구단 원들이 노력한 결과다. 그런데 쓸 데 없는 간섭을 막아냈던 큰 바람박이가 없어지면서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선수들이 볼 수밖에 없다. 정치력이 발휘돼 창단이 이뤄졌지만 이후에는 관의 입김이 미쳐서는 안 되는 것이 프로 스포츠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새로운 경남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도 관계자의 입김이 늘어나는 것은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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