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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늘 커트머리 해보고 싶었어요” [인터뷰]


[OSEN=김나연 기자] 시원하다 못해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손에 잡히지도 않을 만큼 짧게 잘려진 머리칼은 박시은의 자그마한 얼굴, 가녀린 몸매와 어우러져 보이시한 매력을 넘어 묘한 신비함까지 뿜어내고 있었다. 무슨 심경에라도 변화가 있는 것인가 싶어 걱정스레 묻는 기자에게 박시은은 서른을 넘기면 꼭 잘라야지 했었는데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며, 할리우드 스타 엠마왓슨을 보고 이 머리를 꼭 해보고 싶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자른 지 4주 정도 됐어요. 늘 커트 머리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드라마 속 캐릭터를 보고 ‘이거다!’ 싶어서 과감히 잘랐죠. 주위에서는 머리 자르고 싶어 이 역할을 한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구요.(웃음)”

박시은은 JTBC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당신에게’에서 그동안의 새침하고 도도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도한수(구본승 분)와 과감한 비밀연애를 펼치는 귀여운 반전녀 패션 매거진 편집장 강명진 역을 맡아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친애하는 당신에게’는 결혼 3년 차 연상연하 커플에게 과거의 인연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는 드라마로, 우리나라에 ‘연애시대’로 잘 알려진 일본 극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박시은은 연극판 ‘연애시대’를 공연한 적이 있다. ‘친애하는 당신에게’의 조현탁 감독은 우연히 지하철 역에 붙은 ‘연애시대’ 연극 포스터를 보고 강명진 역에 박시은을 떠올렸다. 박시은은 맨 처음 제의를 받고 의외의 캐스팅에 놀랐다. 드라마 ‘스타일’ 속 편집장 김혜수처럼 강한 캐릭터인 강명진은 박시은이 주로 브라운관에서 해오던 역이 아니었기 때문.

“이 역할에 감독님이 절 떠올렸다는 자체가 너무 놀라웠어요. 제가 만약 ‘스타일’의 김혜수 씨처럼 연기한다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요. 어차피 저희는 굉장히 가난한 패션매거진이에요.(웃음) 강명진은 일만 하고 연애경험도 없어요. 센 척 하지만 허당인 캐릭터랄까. 드라마에서 가장 밝은 부분이라 재밌어요.”

 

박시은은 SBS ‘일요일이 좋다-정글의 법칙 in 바누아투’(이하 정글2)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인지도도 높아졌다. ‘정글2’ 출연 전에는 주로 어머님들이 알아봤다면 이제는 꼬마팬들이 먼저 박시은을 알아본다. 지금은 ‘아 이런 게 예능의 힘이구나’하는 보람도 느끼지만 막상 정글행을 결정하기까지는 고민도 많았다. 여배우 박시은을 어디부터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그 선을 몰랐고, 또 정해놓고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 그럼에도 정글행을 택한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박시은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제가 원래 깍쟁이스럽고, 얌체 같고 얄미울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맡은 역할들이 좀 그랬죠?(웃음) 근데 제 주변 사람들은 알아요. 전 무던하고 이성적인 편이라 큰 일도 덤덤하게 넘겨요.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듣고 이야기도 많이 하구요. 정글에 가면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왜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었냐고요? 정확히 말하면 나뭇잎에 떨어진 음식을 먹은 거에요.(웃음) 전 원래도 식탁에 떨어진 음식도 신경 안 쓰고 먹어요. 먹어도 안 죽으니까...(웃음) 음료수도 남들과 그냥 같이 먹어요. 어때요 좀 같이 먹으면.”

홍일점이었지만 남자들과의 정글 생활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남녀가 아닌 그냥 너와나, 오빠와 동생, 가족 구성원 같은 느낌이었다.

“잠을 자도 옆에 누워 있는 게 여잔지 남잔지.(웃음) 그냥 하나의 가족 구성원 같았어요. 남자들이랑 있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오히려 편했죠. 힘든 거 다 해주셔서.(웃음) ‘남자는 애구나’라는 것도 절실히 느끼고 왔어요.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경쟁심에 불타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이해가 잘 안 됐어요. 그게 원래 멋있어 보여야 하나요?(웃음)”

최근 방송된 ‘정글2’에서는 박시은이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광희의 막내 이모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박시은은 덤덤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며 “그때는 아이돌이라는 말이 없었다. 하이틴이었다”며 풋풋했던 학창시절 사진을 공개했고, 그의 빼어난 미모가 새삼스레 화제가 됐다. 가수 이효리는 과거 한 방송에서 학교 앞에 길게 줄 선 남학생들이 자기를 보러 온 줄 알았더니 다 박시은을 보러왔었다는 증언(?)을 남겼을 정도. 그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교회에 저를 보러 오는 친구들이 좀 있었고, 쫓아오는 친구들이 좀 있던 정도?(웃음) 효리가 저희 반으로 전학을 왔는데 저를 쫓아다니던 남자 아이가 효리 씨 친구여서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박시은은 1998년 KBS 드라마 ‘김창완의 이야기 셋’으로 데뷔해, 1999년 장혁, 안재모, 김규리, 양동근, 배두나, 최강희 등을 배출한 KBS 드라마 ‘학교1’에 출연하며 최고의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다. 90년대 하이틴스타 출신으로서 요즘 아이돌들 중 눈여겨 본 후배가 있는지 물었다.

“요즘 아이돌들은 다들 워낙 쟁쟁해서... 지금의 아이돌이 아니라는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지 씨가 요새 눈에 띄긴 하더라구요. ‘건축학개론’이나 ‘빅’을 봤냐구요? 워낙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잘 하고 있나보다 하는 정도에요. 이제 보려구요.(웃음)”

‘하이틴스타’ 박시은은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스케줄에 지쳐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곁에 멘토처럼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 순간 한 순간이 너무 소중한데, 제가 어릴 때는 그 시간들을 그냥 흘려버렸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모든 걸 조금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어느 상태에 와 있는지를 자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자신은 볼 수 없으니 주위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겠죠.”

예능 출연 이후 첫 드라마 복귀라고 해서 큰 인기를 기대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저 스스로가 즐겁고 발전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또 다른 기회를 얻고, 더 좋은 캐릭터를 만났으면 하는 기대감은 있지만 대중들에게 크게 반응하는 시기는 지났다.

“인기는 파도와도 같아요. 작품 할 때는 확 쏠렸다가도 안 하면 사그라들죠. 어렸을 때는 대중들의 반응에 신경도 많이 쓰고 의지했다면, 이제는 ‘내가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라는 게 제일 커요. 일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은 거고, 제자리 머무는 게 아니라 한 단계 발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얻어가는 게 하나만 있다면 성공 아닐까요?”

nayoun@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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