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괴물을 키웠나...올림픽 2연패 ‘흔들’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7.04 07: 47

‘검은 번개’ 우사인 볼트(26, 자메이카)가 이상하다.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육상 100m와 200m를 석권하며 단거리 최강자로 우뚝 섰던 볼트는 이번 런던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100m, 200m)는 물론 남자 400m와 1600m 계주까지 4관왕을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2008년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적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어도 100m와 200m 2관왕은 크게 문제가 없을 듯 보였다. 
그러나 런던올림픽 개막을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바로 ‘신성’ 요한 블레이크(23)다. 볼트는 최근 벌어진 2012런던올림픽 자메이카 대표선발전에서 자신의 훈련 파트너이자 후배인 블레이크에게 잇따라 덜미를 잡혔다.

지난 1일 벌어진 100m 선발전에서 9.86의 기록으로 블레이크(9.75)에 1위 자리를 내준 그는 이어진 200m에서도 블레이크에 0.03초 뒤진 19.83의 기록으로 2인자에 머물렀다. 스타트에서의 약점을 중반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로 만회했던 볼트였지만, 적어도 이번 100m 선발전만 놓고 보면 블레이크의 스퍼트가 더 강력했다. 더욱이 볼트는 200m 레이스를 끝낸 뒤에 허벅지에 이상이 있는 듯 통증을 느끼는 장면도 노출이 되며 우려를 자아냈다.
결과적으로 볼트는 이번 선발전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올 시즌 100m와 200m 최고 기록을 모두 블레이크에게 내줬다. 이것만 비교하면 현 2012년의 세계 챔피언은 볼트가 아닌, 블레이크인 셈이다. 
물론 이번 대회가 3위까지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대표 선발전이고, 경기를 하다보면 간혹 정상에서 밀려날 수도 있는 게 스포츠다. 그러나 자신보다 3살 어린 훈련 파트너를 상대로 100m와 200m 모두에서 패했다는 점은 런던올림픽 개막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영 개운치 않다. 볼트로서는 생애 가장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괴물을 키운 꼴이 됐다. 
블레이크의 출현으로 볼트의 올림픽 2연패의 꿈도 도전을 받게 됐다. 종목 특성 상 오랜 기간 세계 정상을 지키는 게 쉽지 않은 남자육상 100m는 그 동안 미국의 칼 루이스에게만 올림픽 2연패를 허락했다.
만약 볼트가 이번 런던대회에서 100m는 물론 200m 우승까지 차지하며 2관왕에 오른다면 사상 최초로 올림픽 육상에서 두 종목을 2연패한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칼 루이스를 뛰어넘는 업적으로 그야말로 세계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를 새기는 것이다. 물론 블레이크라는 신성을 잠재웠을 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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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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