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빈 "'주몽' 후 캐스팅 안들어왔다" 왜?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7.08 10: 17

조선시대의 '백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담백함, 소박함, 깨끗함 등의 이미지일 것이다. 고려시대 화려한 청자와는 다르게 정갈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백자는 그러한 소박함 덕분에 오랫동안 우리의 곁에서 함께 해왔다.
이런 백자의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자신과 딱 맞는 영화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영화 '백자의 사람:조선의 흙이 되다(이하 '백자의 사람')' 주연 배우 배수빈이 그 주인공.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의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일본인 아사카와 타쿠미의 이야기를 다룬 '백자의 사람'에서 배수빈은 타쿠미의 친구 청림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수빈은 '백자의 사람'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현재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혀있는 아사카와 타쿠미의 묘소를 찾으면서 정말 멋있는 사람을 알게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매니저가 '일본에서 제안이 들어온거야'라고 하시면서 시나리오를 줬어요.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예술영화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되게 드라마틱하면서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원래 등산을 다닐때 망우리 묘지를 가거든요. 거기서 자주 한용운 선생님 묘소에 들리는데 시나리오 속 주인공이 한용운 선생님 바로 옆에 안장이 돼있었던거에요. 거기가 독립운동가들만 매장이 돼있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일본사람이 어떻게 이자리에?'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멋있는 분이더라고요. 쉰들러리스트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대본도 재밌고 의미도 있고 해서 작품을 결정했죠."
'백자의 사람'을 연출한 다카하시 반메이는 50편 이상의 핑크영화들을 연출하며 다수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유명한 감독 중 한명이다. 그런 다카하시 반메이 감독이 '백자의 사람'을 연출할 때 주인공 청림 역에 배수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왜일까.
"감독님께서도 공식적으로도 말씀하셨는데 제가 시대극에 어울리는 얼굴이라서 캐스팅을 하셨대요.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웃음). 농담이고 워낙에 일본 거장 감독님이시니까 배울 점도 많을 것 같았어요."
영화는 일제강점기 시절 한-일 양국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 남자의 우정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때이다 보니 적국과 속국의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의 우정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놓을 수도 있는 터였다. 배수빈 역시 이 점을 걱정했다고 한다.
"걱정하긴 했어요.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 정서들이 있잖아요. 저 역시 그런 감정들을 많이 알고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조금 걱정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노력이 느껴졌어요. 3.1 운동 등 역사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는 노력도 보였고요. 그리고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과거의 사실을 기반으로 현재를 그리고 싶다고요. 앞으로 이렇게 영화를 찍으면서 알리고 하는 노력들이 있으면 과거가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취지들을 들으면서 저 역시도 영화에 치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백자의 사람'은 배수빈의 일본 스크린 진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백자의 사람'은 일본 시사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배수빈의 일본 진출 청신호를 켰다. 일본 반응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자 배수빈은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아사카와 타쿠미 헌정회 소속 할아버지들이 자신의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일본분들도 영화를 보시면 놀라실 것 같아요. 한국인인 저도 놀랐지만 '이런 사람이 있었나'  놀라셨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7~8년 전에 기획이 됐었거든요. 일본에서도 아사카와 타쿠미 헌정회가 있어요. 그 헌정회 소속 할아버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영화를 만들어야한다 노력하셨고 결국 이렇게 탄생하게 된 영화에요. 처음에는 대본이 재밌고 의미가 있어서 참여했는데 그 분들이 저의 손을 잡아주시고 고맙다 말씀해주시니까 정말 뜻 깊고 뿌듯해요."
극 중 아사카와 타쿠미는 일본 배우 요시자와 히사시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일본 유명 배우 오다 유지와 너무 닮아 '리틀 오다 유지'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귀여운 외모와 연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촉망받는 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두 주인공.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의외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낚시 등의 취미를 같이 하면서 정말 많이 친해졌다고.
"영어로 했어요. 콩글리쉬 비슷하게요(웃음). 서로 적당히 알아듣겠더라고요. 손짓발짓 써가면서요. 그리고 요시자와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까 눈치가 빠르더라고요. 요시자와랑은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빨리 찍으시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촬영 끝나고 쉬는 시간에 낚시도 하면서 친해졌어요. 정말 나라만 다르지 친형제 같아요(웃음)."
어느덧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결혼에 대해 생각이 없냐고 묻자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단다. 대신 점차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해야할 것들이 또렷해진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수록 편해져요. 해야 할 것들이 또렷해지고요. 어렸을때 느꼈던 프로페셔널은 치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치열해지는 건 있어도 뭔가를 잡으려고 내려놔지는 것이 있어요. 여유를 가지는 것 같아요."
포털사이트에 '배수빈'을 검색하면 특이한 연관 검색어가 나온다. 바로 '게이'. 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혹시 MBC 드라마 '주몽'에서 여장남자 역에 대해 묻자 그 역할 때문에 이후 캐스팅에 애를 먹었다며 호탕하게 웃은 뒤 너무나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시청자분들께 그런 이미지가 각인이 돼서 그런지 이후에 2년 동안 캐스팅이 안됐어요(웃음).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된다는거니까 저야 감사하죠."
워낙에 많은 작품을 해 온 그이기에 탐나는 역할이 있을까 조심스레 물었더니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단다. 보는 이들과 함께 같이 웃을 수 있는 밝은 것이 하고 싶다며 작은 바람을 밝혔다.
"로코물을 해보고 싶어요. 해피한거 있잖아요. 무거운 주제들과 했으니까 '26년' 끝나고 나서는 가볍게 놀 수 있고 같이 웃을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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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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