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최동훈 감독, "카메오 신하균까지..배우 복 터졌죠"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7.19 17: 18

영화 '도둑들'(25일 개봉)의 최동훈 감독은 배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좋은 배우는 매력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그의 지론.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팀이 된 한국과 중국의 프로 도둑 10인이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 김윤석을 필두로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카메오 신하균까지. '대세'들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쟁쟁한 캐스팅은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최 감독은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느냐가 영화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매력을 뽑아낼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력적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배우 복이 참 많은 감독"이라 말하며 웃어보였다.

-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 범죄 3부작의 완결판이라 불러도 되는 것인가?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범죄의 재구성'이란 반응이 많다.
▲ 3이란 숫자가 그런 것 같다. 뭔가가 끝난 느낌. 게다가 외양적으로는 규모가 크고 또 다국적이고 스타가 더 많이 나오니까 3부작의 끝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그게 맞는 것 같다.
- 혹시 다른 제목을 생각해보기도 했나?
▲ 아니다. 처음부터 '도둑들'이었다. '도둑들'이란 말 자체가 무식하기도 하고 솔직하기도 하고.
- 이번 시나리오는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나? 즉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 홍콩영화제에서. 매년 3월에 열리는데 '타짜' 때 초대받아서 가고 '전우치'는 초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그냥 갔다. 또 가고 싶어서. 그 전부터 홍콩에서 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가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들더라. 그래서 만일 한중(韓中) 도둑들이 한 사람의 오더를 받아서 온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데 그 사람은 김윤석 선배. 그런데 부르지도 않은 뜻하지 않은 한 명의 여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것들로부터 시작했다.
- 보통 감독은 자기의 경험을 얘기하는 부류랑 이야기꾼, 두 부류로 나눠질 거라고 보는데 감독님은 후자인 것 같다.
▲ 내 자신이 겪은 일을 영화로 만들면 한 300명 볼라나?(웃음). 후자가 맞는 것 같다.
- 이런 지능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영화를 보고 간접 경험을 하고 범죄자들을 만나봐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 유럽영화도 좋아하고 아시아 영화들도 좋아한다. 일본영화는 요새 영화는 안 보고 고전들을 다 좋아한다. 할리우드도 좋아하고. 그런데 '오션스일레븐'처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별로 신경쓰지도 않았고. (금고터는 자세한 묘사가 인상적인데?) 금고를 뚫는 과정은 자세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카지노를 털었던 대부분의 사건은 90% 넘게 총기 사건이다. 금고회사에 가서 물어보기도 했다. 도둑들은 만날 수가 없다. 다 상상해서 쓴다. 상상해서 쓰는 게 더 재미있다. 액션 장면은 마카오는 액션 장면을 찍을 수가 없다. 몰래 찍을 수는 있다. 그런데 걸리면 다음에 한국영화가 마카오에 갈 수 없지 않나. 우리는 그런 짓은 안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 (운전석이 한국차와 반대인) 5대의 차를 사서 그 5대를 한국으로 들고와 그대로 찍기도 하고..복잡한 과정을 겪었다. 하하.
- '전우치' 때 남았던 아쉬움을 혹시 이 작품에서 다 풀진 않았나?
▲ '전우치'가 문제다. 하하. 액션 장면 같은 경우는 '전우치'를 찍었으니까 찍을 수 있었다. '전우치'가 있었기에 '한 단계 어려운 걸 해도 찍을 수 있을거야'란 생각을 했다. '캐릭터를 더 잘 만들자'라는 생각들은 했었다.
- 전지현이 전화해서 적극 구애했다고? 그렇다면 그 전에 혹시 다른 사람 생각했던 건 아닌가?
▲ 그 전에 저는 전지현이랑 한 적이 없었는데, 안수현 PD랑(케이퍼 필름, '도둑들' 제작자)은 '4인용 식탁'을 해서 아는 사이였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꼭 한 번 더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유명한 말대로 '기회는 찬스다'가 된 거다. 시나리오 쓰고, 그러고 나서 줬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연기하는 게 사실 되게 어려운 건데 저는 전지현 씨도 연기파 배우라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영역이지만. 연기란 게 스펙트럼 굉장히 넓은 거라서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인 거다. 이번 영화에서 좀 더 그런 고민이 많이 들었다. '좋은 배우란 뭘까?'란 생각. 연기를 잘 하는 것의 정체는 뭘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근데 그것은 그냥 단 하나인 것 같다. 매력을 발산하는 것. 연기라고 하는 것은..예를 들어서 이정재의 경우, 사전에 만나 얘기를 많이 나눴지만 첫 대사를 딱 하는순간 '이정재 죽이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건 정재 씨가 딱 만들어낸 뽀빠이의 향기다. 본인이 만들어낸. 그런거다. 가만히 생각하면 뽀빠이도 이정재가 아니었음 누가 했을까. 영화를 찍고 나서 대체가 안 된다고 느끼는 순간이 좋다. '도둑들'의 배우들이 그런 것 같다.
- 전지현이 최고 수혜자란 얘기가 많다.
▲ 속보이는 얘기이긴 하지만 예니콜의 매력이 처음봤을 때는 확 온다. 그 다음에 보면 다른 배우들의 매력이 또 확 온다. 혜수씨는 안개처럼 와서 확 감는 매력이 있다.
- 김혜수는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사실 펩시가 어렵다. 시나리오를 읽으면 정체를 알고 재빨리 파악되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래서 혜수 씨네 집 앞 커피숍에서 '내 생각에 펩시는 이런 여자 같다'란 얘기를 많이 했다. 근데 저는 배우로서 김혜수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편이라, 이걸 안 하면 다음에 또 하자 이런 얘기를 했는데 새벽 3시에 문자가 왔다. 해야될 것 같다고. 그래서 답문을 보냈다. '도둑들에 합류한 것을 축하합니다'라고. 그리고 술 마셨다. '아싸' 하고.
- 정말로 김혜수-전지현 키스를 생각했나?(미디어데이에서 나온 말)
▲ 농담이었지. 그런데 혜수 씨와 전지현이 딱 붙어있는 게 너무 보기 좋다. 이 영화가 뭔가 낭만적인 구석이 있는게 다른 범죄영화와 달리 여자가 4명이나 나오니까 남자들만으로 이뤄져있는 것과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
- 김윤석과 계속하는 이유는?
▲ 누가 시켜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 좋아한다. 인간으로도 김윤석은 멋있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게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안 든다. 흔히 우리말로 안 들킨다고 하는 건데 진짜 그 사람 같다. 매번. 촬영하다가 영화 '완득이'가 개봉했는데 '나도 저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더라. '도둑들'에서 마카오박은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란 생각이 드는 비밀스러운 사람인데 그런 것을 연기 하는 게 어렵다. 실체를 까면 연기가 쉽다. 노래처럼 확 지르면 되니까. 근데 그걸 꾹꾹 참는거다. (서로 같이 안 하더라도 섭섭해하지 않는 쿨한 사이인가?) 만일 시나리오도 후진데 어떻게 할 수 있나, 가장 좋은 것만 하자. 이렇게 같이 얘기했다. '다만 할 때 좋은 걸 하자'란 말을 했다.
- 김수현을 보고 첫 만남에 극찬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
▲ 알려지지 않는 배우를 찾고 싶었는데 그 때 수현이는 이미 '드림하이'로 떴다. 각광받는 유망주였으니까. 아, 유망주치고는 너무 유명한 거 아닌가린 생각을 했다. 사실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냥 '노(NO)'를 하기 미안해서 집 앞에서 밥이나 먹으면서 '다음에 하자, 나는 20대 배우랑은 잘 안해서' 그런 얘길 하러 갔는데 1시간 반 동안 밥 먹고 나오면서 안수현 PD한테 '쟤 진짜 너무 멋있다'라고 했다. 김수현은 뭐랄까 서서히 사람을 감염시키는, 정확한 표현을 찾기 어려운데 나중에 큰 배우가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한국에는 잘 없는 배우인 것 같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
- 신하균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 전작에서 안수현 PD가 '박쥐'를 한 인연이 있다. 카메오인데 배우들이 특별출연을 해서 자기를 소진시키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그래서 오히려 신하균이 나오는 장면을 열심히 썼다. 신하균한테 미안하지 않나 특별출연만 하게 하면. 전체 틀을 방해하지 않지만 앞 뒤에 나오면 어떤 작용을 할까란 생각을 해서 썼고, 고맙게도 하균 씨도 흔쾌히 응해줬다. 촬영하면서 드라마 '브레인'으로 또 확 떠가지고. 하하. 난 배우 복이 많다.
- 캐스팅 과정이 언제나 순탄했나?
▲ 그건 아니다. '범죄의 재구성' 때는 8개월 동안 (캐스팅이) 안 된 적도 있었다.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느냐가 영화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매력에서 뽑아낼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력적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 영화의 찰진 대사, 최동훈 감독의 실제 화법과 상당히 닮았다던데?
▲ 에이 난 아줌마다. 배우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영화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나는 영화를 찍을 때 배우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 (과묵한 감독들도 있을텐데?) 과묵함도 소통의 한 방법이다. 알아서 기라는 거지. 하하. (메모광이라고?) 그냥 요즘에는 휴대폰으로 메모한다. 메모광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유심히 듣는다. 구어체는 어떤 걸까?란 고민도 하고. 제 지론은 모든 사람들이 3일에 한 번은 명대사를 뱉으면서 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꽤 좋은 대사를 많이 한다. 사람들과 말을 하다보면 좋은 대사를 건지기도 하고 그렇다.
- 감독들이 의외의 취향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더라.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와 남들은 좋다고 평하지만 별로였던 영화를 말한다면? 애 별로였던 영화
▲ 최근 영화로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죽인다. 한 동안 멍했다. 그 정도로 좋았다. 한국영화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도 좋았고. 그런데 나빴던 얘기는 안 한다. 그런 것은 가슴 속에 담아두는 게 좋다. 못생긴 여자한테 못생겼다고 못하지 않나. 키 작은 남자한테 키 작다고 얘기 못하고. 별로인 영화를 봐도 공부는 된다. 좋은 영화를 봐도 되고. 영화는 영화 자체에 미덕이 있다. 뭔가, 사람이랑 똑같은 것 같다.
-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나?
▲ 실은 내가 '범죄'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더 관심이 있다. '범죄의 재구성'도 크게 사기꾼에게 사기치는 얘기고, '타짜'도 전문 도박사에게 전문가가 사기치는 얘기다. 일반 사람을 제물 삼아서가 아니라. 그러면서 자기끼리 사랑하고 증오하고 속여먹고 하는 거고. 지금 이 영화도 어디를 턴다는 것은 일종의 스토리적 미끼고 그들끼리 사랑하고 속여먹고 인물들끼리 붙는 챙챙한, 불꽃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관계들이 재미있다. '범죄의 재구성' 때는 잘 하지는 못했고, 점점 그런 것들을 더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왔다가다 한다. 오전에는 경찰 얘기를 하고 싶다가 오후에는 '도둑들2'를 하고 싶다가도, 밤에는 나도 로코를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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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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