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이어 조준호도…판정 번복에 울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7.29 22: 15

대회 첫 날에 이어 둘째날마저 한국 선수단에 어이없는 판정 번복 사태가 일어났다.
판정 번복의 첫 번째 희생양은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23, SK텔레콤)이었다. 박태환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벌어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라운드 3조 경기에서 3분46초68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1위로 들어와 마지막 터치패드를 찍고 수경을 벗은 박태환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박태환의 이름은 1위 자리가 아닌 마지막 자리에 있었고 이름 옆에는 기록 대신 DSQ(Disqualified, 실격)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있었다.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부정출발부터 잠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설(說)들이 제기됐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유는 스타트 후 정지 자세로 대기해야 하는 사이 박태환이 움찔하는 동작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 측은 세계수영연맹에 발빠르게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두 번의 재심 끝에 판정이 번복되면서 박태환은 400m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판정 번복 사태로 눈물까지 보이면서 제 컨디션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29일 새벽 열린 400m 결선에서 쑨양에 뒤져 2위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의 경우 판정 번복은 엄밀히 말하자면 심판의 오심을 바로 되돌린 바람직한 사례였다. 그러나 박태환의 판정 번복 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하루 만에 또 한 번 한국 선수단에 어이 없는 판정 번복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유도였다.
29일 런던 엑셀 제2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유도 -66kg급에 출전한 조준호는 8강전까지 수월하게 진출하며 메달의 꿈을 밝혔다. 문제는 8강전에서 일본의 강호 에비누마 마사시와 만나면서 벌어졌다. 경기 내내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조준호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포인트 없이 우세승을 거뒀다.
주심과 부심 2명이 조준호의 우세라고 깃발을 들었다. 그러나 조준호의 우세승이 선언되자마자 경기장을 찾았던 일본인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에비누마는 매트를 떠나지 않고 강하게 불만을 표현했고 이에 심판위원장은 주심과 부심 2명을 불러 재심을 지시, 조준호의 우세승 판정을 뒤집으며 에비누마의 승리를 선언했다.
순식간에 눈 앞에서 판정 번복으로 준결승 진출의 권리를 빼앗긴 조준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매트 위에 남아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작스레 재심을 선언한 심판위원장의 행동에 경기를 지켜보던 전기영 SBS 해설위원은 "유도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심판도 사람인 이상 오심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연달아 일어난 판정 번복 사태는 올림픽 정신으로 경기에 임해 필사적으로 싸운 선수의 노력에 흙탕물을 끼얹는 행위다. 불과 이틀 새 판정 번복에 시달린 한국 선수단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자연스레 앞으로의 판정에도 불안을 느끼지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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