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이정재, "분량 불만? 그럴 영화가 아니다"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8.01 17: 28

배우 이정재가 영화 '도둑들'의 미워할 수 없는 악당 뽀빠이로 분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팀이 된 한국과 중국의 프로 도둑 10인이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 영화 '타짜', '전우치' 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작품으로 배우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그리고 임달화, 이신제, 증국상까지 한·중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한 영화에서 원톱 주연을 맡을 만한 톱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이 빅 사이즈 캐스팅 대작 속 혹시 분량에 대한 불만도 있었을까? 이정재의 대답은 명확했다. 그럴 필요가 없는 영화라는 것.
-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도둑들' 이정재, "분량 불만? 그럴 영화가 아니다" [인터뷰]

▲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이 훌륭해서 하고 싶었다. 2, 3년 전 김용화 감독 집들이 때 최동훈 감독을 처음 뵙다. 그 때 제안 받았는데 선택 안했던 작품이 '범죄의 재구성'이다. 느닷없이 언론매체 발표회 때 그런 얘길 하더라. '같이 하면 좋죠'라고 했다. 그래서 몇 개월 정도 지났다가 김용화 감독이랑 또 보자 해서 만났는데 '도둑들'이란 시나리오를 썼는데 도둑들 한 명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하자 이랬다.
- 태풍 같은 진지한 연기보다 태양은 없다, 도둑들 같은 역할. 미워할 수 없는 비열함이 있는 연기를 할 때 관객들의 뇌리에 더 크게 남고, 관객들도 더 사랑하는 거 같은데. 본인이 성격이 그런 건 아닌가?
▲ '뽀빠이' 역을 보고 이거 내가 하면 잘 할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걱정이 되기도 했다. '팬들이 과연 좋아할까?'란 우려. 나쁜 역이지 않나. 하지만 도둑놈들이 다 나쁜 놈들인데 조금 더 나쁜 것으로 밖에 안느껴지더라. 재미있게 봐주실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하녀' 에서보단 덜 나쁘다. 그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었지 않나. 하하. 관객들이 그런 모습을 더 원하시는 것 같다. 장동건도 사실 '친구' 캐릭터를 했을 때 더 좋아하셨듯이, 여태까지 했던 것과 조금 다른 역을 했을 때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다. 나 역시 '하녀', '도둑들' 뽀빠이 이런 걸 관객들이 그런걸 보시면서 새롭다고 생각하시는건지 뭐라는 건지..태양은 없다라고 생각하시
- 팬들을 많이 염두에 두는건가?
▲ 팬들은 저한테 격려의 글들을 보내주시는 분들이니까. 직접적인 감사는 못드리지만 좋은 연기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둑들' 이정재, "분량 불만? 그럴 영화가 아니다" [인터뷰]
- 최동훈 감독이 이정재의 첫 촬영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던데?
▲ 걔네들이 미술품 훔치고 장물아비를 만나 얘기하는 신이었다. 제 역할이 그런 걸 해줘야 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를 약간 띄워주는 역할. 내가 먼저 분위기를 띄워놓고 어떤 때는 씹던껌이, 어떤 때는 예니콜이 그 분위기 안에서 잘 어울릴 수 있게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최동훈 감독과 캐릭터를 놓고 의견 차이는 없었나?
▲ 뽀빠이를 만든 사람도 감독이고, 뽀빠이가 이 영화에서 기능해야 할 역할이 딱 있으니까 의견 차이는 없었다. 감독님이 '최대한 안 멋있게 보여야 한다'고 그걸 맨날 얘기하긴 했다. 어떻게 하면 이정재를 더 허술하고 허당으로 만들까 이것만 생각한 것 같다.
- 전지현과는 '시월애' 이후 처음 작품에서 만났다.
▲ 전지현 씨랑은 멜로를 한 번 해야하는데 이 아가씨가 아줌마가 되가지고.
- 김수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의외로 영화 속 둘의 교류가 별로 없다.
▲ 잠파노 김수현과 얘기가 별로 없었다. 어떻게하면 얘네들이 좀 더 친근하게 보여야 될까란 고민을 했다. 주고받는 대사들이 너무 없으니까. 김수현이 자기 첫 영화라고 하더라. 다행히도 본인이 현장에서 분위기를 띄울라고 노력을 많이 하더라. 스태프들하고도 잘 지내고. 나는 사실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다. 현장
에서 내꺼하기도 바쁘다. 신경이 다른 데로 잘 안간다. 김수현이 25살인가 26살이더라. 젊음을 부러워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다. 나보고 25, 26살 때로 돌아가면 좋다고 가야하나? 어떤 면을 생각하면 가고 싶기도 하고 어떤 면을 생각하면 가기 싫고. 대체적으로 생각하면 지금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 김윤석과의 호흡은 어땠나?
▲ 생긴 것과는 다르더라. 되게 무뚝뚝하고 그럴 것 같은데 '나 너랑 굉장히 친해질 거야'라는 듯 다가온다. 숙소생활을 하면서 자기 방에서 음식을 하고 손님 접대를 하더라. 사실 그게 되게 귀찮거든. 자기 방에서 조용하게 쉬고 싶고 이럴텐데 그럴 매일 그렇게 하더라. 누군가는 그렇게 팀웍을 더 단단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하지만 대부분 제작부나 감독이 한다. 근데 배우가 그걸 하더라. 돼지도 삶고. 촬영 때는 술을 안 마시는데, 김윤석 방에는 매일 가긴 했다. 맥주 한 두잔 정도 한다.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 하러 간다.
'도둑들' 이정재, "분량 불만? 그럴 영화가 아니다" [인터뷰]
- 분량이 적다는 생각은 안 했나?
▲ '분량이 좀 작네?' 이런 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것 같다. 그 안에서 좀 더 뭘 해보이겠다는 것은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이 좋은 시즌에 한 번 딱 개봉하는 영화인데 좋은 생일 파티에 끼여있다는 느낌이다. '나 그 파티에 초대됐어' 이런 느낌. 그걸로 만족하는거다. 다른 배우들도 다 똑같은 생각이다.
- '오션스 일레븐'의 브래드 피트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 브래드 피트가 이렇게 허당이었나? 하하. 그럼 김윤석은 조지클루니? 스타일리시해 보고 싶은 욕망은 있었다. 도둑인데 멋을 부리는 도둑은 아니지만 멋이 나는 도둑이고 싶었다. 머리도 이렇게 해 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최동훈 감독이 '수염 한 번 길러봐요'라고 해서 수염을 기르고 갔다. 턱수염은 깎고 콧수염은 그대로 뒀다. 뽀빠이와 수염하고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게 가짜였다는 설정도 허세 강한인물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뽀빠이는 남들하고 다르게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게 있다. 허세다. 허술하니까 귀엽고 웃기기도 하다.
- 최동훈 감독의 장점은?
▲ 최동훈 감독은 되게 명확하다.
- 다음 작품은 '신세계'인데?
▲ 최민식, 황정민 선배들과 함께 하는데 멋있게 잘 나올 것 같다. 오랜만에 남자다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연기들을 너무 잘 한다. 무서울 정도다.
- 지금 가장 훔치고싶은 것이 있다면?
▲ 섬? 하하. 관객들의 마음. 뽀빠이 캐릭터가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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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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