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PD "서인국·정은지, 갈수록 맛이 난다"(인터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8.18 16: 19

범상치 않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tvN '응답하라 1997'의 신원호 PD는 기대이상의 반응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연출자로서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A급 배우들을 대신해 선택해야 했던 '등급 없음' 초짜 연기자들, 지상파와 전혀 다른 채널 환경에서 내놓는 처녀 연출 드라마가 이렇게 큰 호평을 받고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신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콘텐츠에 대한 확인은 있었는데 케이블이란 채널에서 처음 프로그램을 내놓다 보니까 채널 환경에 대한 부담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시청률 면에서) 파이도 다르고 특성도 다르지만 결국 어디에서나 '공감'이라는 게 중요하단 거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것들을 잘 잡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라는 포인트가 잘 통한 것 같다. 결국 어느 프로그램, 어느 채널에서나 공감과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신 PD는 알려진 것처럼 KBS 예능국 출신이다. 지난 해 스타PD들의 이적 바람이 거셀 때, 그 역시 누군가로부터는 '배신자' 소리를 들으며 이곳으로 건너왔다.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메인 연출로 사랑받았고 과거 버라이어티 '여걸 식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의 연출에 참여했다. 지금 '응답하라 1997'을 메인 연출하는 데는 '올드미스 다이어리' 조연출 때의 경험이 큰 재산이 되기도. KBS, '철 밥통' 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케이블로 건너온 신 PD. 얼마나 잘 하나 보자 싶었는데 예능도 아니고 드라마를 만든다니 주위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들이 수군댔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과 '1박2일', '여걸 식스' 등을 함께한 동지 이우정 작가와 서로 의지하며 1년 넘게 눈치 보고 적응하고 진통하며 내놓은 첫 작품이 바로 '응답하라 1997'.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자 지상파 때와는 또 다른 희열과 보람이 밀려온다.

특히 신 PD가 이번 작품의 인기 요인으로 꼽은 것은 또 한 가지, '등급 없던' 배우들의 명품 연기력이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 제작진이 원하던 대로 정확하게 (대본을) 리딩한 건 서인국 뿐이었다"며 "인국이는 워낙 부산 사투리 자체도 안정적이었고 연기가 됐다. 하지만 막상 '이 아이한테 주연을 맡겨도 되나'하는 고민은 떨칠 수가 없었다. 캐스팅 당시에는 KBS 드라마 '사랑비'도 방송 전이었다. 가르치면 더 잘할 아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슈퍼스타K' 출신 스타인 가수 서인국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첫 발탁하기 까지, 제작진의 만만치 않은 고심이 이어졌다는 후문. 하지만 결국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고 '응답하라 1997' 방송 이후 서인국은 온갖 드라마와 영화의 출연 제안을 한 몸에 받는 '연기 꿈나무'로 평가받고 있다.
또 신 PD는 "은지는 사실 우리 작품에 들어오기 전까지 연기 연습조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며 "사투리 구사는 탁월했지만 연기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이 친구를 주연으로 낙점하기 까지 역시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서인국, 정은지 외에 여러 후보들과 꾸준히 오디션을 진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친구들만큼 맛이 나는 친구들이 없다' 싶었단다. 천 번 고민하고 만 번 다른 수를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결론은 났다. '미친 척 한 번 해보자', 그래서 완성된 '피디가 미쳤어요' 캐스팅 명단. (이미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신 PD는 이번 캐스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두 남녀주인공은 '응답하라 1997'의 중추를 잘 잡아주며 인기 몰이를 주도하고 있는 중이다.
신 PD는 "두 사람 외에도 은지원 씨나 인피니트 호야, 소율 등 대부분 연기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지만 기대이상으로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며 "전원이 함께 모여 첫 대본 리딩을 한 날, 작가와 함께 머릿속에 생각했던 그 캐릭터들 그대로 출연진 모두가 너무도 부드럽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안심이 됐다. 다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센스가 좋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고. 카메라 앞에서 배우는 속도들이 빠르다"며 배우들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는 "결국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시고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같이 공감해주시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 시청자들과 소통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즐겁다"며 "작가는 몇 달째 작업실에 처박혀 대본만 쓰다 보니 살이 많이 쪘고.. 나는 2달간 집에 거의 못 들어갔다. 많이 피곤하고 고된 작업이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니 살만 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편 '응답하라 1997'은 1997년 부산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여섯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감성복고드라마. H.O.T. 광팬인 주인공 시원(정은지 분)과 유정(신소율 분)의 ‘팬질’에 대한 것과 시원과 윤제(서인국 분)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감 소재가 다수 등장해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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