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포스팅 금액, "과거처럼 굴욕은 없을 것"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05 09: 48

과연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은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류현진(25·한화)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장 먼저 소속팀 한화가 기회의 문을 열어 줘야 하고,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입찰 금액을 받아야 한다. 한화가 교섭의 문을 열면 결국 포스팅 입찰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프로야구의 포스팅 도전은 실패와 굴욕으로 점철돼 있다는 점에 부담있지만 과거와 지금은 분명 달라졌다.
▲ 포스팅 실패 사례들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성공 이후 한국야구 시장도 메이저리그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아니었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로 이상훈과 구대성이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일본프로야구를 경유한 뒤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최향남이 포스팅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했으나 트리플 A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정대현은 최초의 한국프로야구 출신 메이저리그 직행을 눈앞에 뒀지만, 그만 간염 문제에 발목이 잡혀야 했다.
류현진은 올해 7년차로 시즌 후 구단의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하는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서 최고 입찰액을 내는 팀과 협상권을 준다. 그러나 지금껏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 선수들은 상당수 상처를 입었고 한국프로야구 자존심도 함께 무너져내려 앉았다.
1998년 3월 최초 포스팅 시스템으로 도전한 LG 이상훈은 60만 달러의 입찰액에 실망해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2년 2월 두산 진필중은 아예 응찰한 구단이 한 곳도 없었으며 같은 해 12월에 재도전했으나 2만5000달러라는 굴욕을 당했다. 임창용도 같은 해 12월 최고 65만 달러의 기대이하 입찰액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2009년 1월 최향남이 세인트루이스로 입단할 때 롯데가 받은 입찰액은 101달러로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다.
▲ 류현진은 분명 다르다
과연 류현진의 포스팅 도전은 어떻게 될까.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전문가 송재우 IPSN 해설위원은 "다르빗슈나 마쓰자카처럼 어마어마한 포스팅 금액은 생각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진필중이나 임창용의 경우 포스팅을 받을 때 아주 절정의 기량이라 보기 어려웠다. 구단에서 선수를 보러온 게 아니라 선수들이 직접 현지에서 트라이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창용은 비시즌 푸에르토리코로 날아가 윈터리그에 참가해 테스트를 받기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류현진은 만 25세로 전성기 나이이며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를 통해 충분히 기량이 검증돼 있다. 그를 모르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없다. 송재우 위원은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진다. 대만인 투수 천웨인이 잘 하고 있는 것도 류현진에게 영향이 미친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같은 동양권으로 바라본다. 류현진이 한두 해 잘한 것도 아니고 스카우트들과 구단들도 그를 잘 알고 있다. 과거처럼 포스팅 금액에서 굴욕적인 제안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현장 취재 경험이 풍부한 민훈기 XTM 해설위원도 "과거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의 팀 성적도 좋았지만, 정상급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도 많이들 놀라워했다"며 "지나치게 높은 금액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류현진이라는 투수가 어느 정도 급인지부터 시작해서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금액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 다르빗슈·마쓰자카급은 무리
그러나 현실적으로 류현진에게 다르빗슈 또는 마쓰자카처럼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다르빗슈는 5170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원소속팀 니혼햄에 안긴 뒤 텍사스와 6년간 6000만달러에 계약했다. 이에 앞서 2006년 마쓰자카는 포스팅 금액이 5111만 달러로 원소속팀 세이부에 안기며 보스턴과 6년간 5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이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수준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전문가들도 "2000만 달러설은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류현진의 가치·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판단하는지가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3선발급으로 평가하면 대략 800~1200만 달러 연봉을 받기 때문에 이게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기대 요소를 제거하면 쉽지 않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수준급 활약을 하고 지난해 FA가 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대만인 투수 천웨인은 볼티모어와 3년간 1130만 달러에 계약했다. 계약금은 25만 달러였고, 3년간 연봉 307만-357만-407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선발투수 자리를 보장하는 조건에서 계약한 것이다.
다르빗슈와 마쓰자카를 제외하면 역대 일본인 선수들의 포스팅 금액은 2000년 스즈키 이치로 1312만5000달러, 2002년 이시이 가즈히사 1126만 달러, 2004년 오츠카 아키노리 30만 달러, 2006년 이가와 게이 2600만 달러, 이와무라 아키노리 455만 달러, 2010년 니시오카 쓰요시 530만 달러, 2010년 이와쿠마 히사시 1600만 달러, 2011년 아오키 노리치카 250만 달러 등이 있다.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프로야구는 일본프로야구보다 한 수 아래로 메이저리그에 비쳐지고 있다. 이 같은 시선은 류현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몸값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선호하는 팀도 없다"며 메이저리그 도전에 의미를 두고 있다. 관건은 과연 한화 구단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연봉을 낮게 책정할 경우 포스팅 금액도 낮아지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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