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 해외유출…김응룡은 오죽했으랴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9.06 09: 10

"과연 어떤 감독이 류현진을 순순히 보내줄까?".
한화 류현진의 조기 메이저리그행이 비상한 관심을 받는 가운데 선동렬 KIA 감독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보았다. 한화의 새로운 감독이 성적 때문에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을 허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류현진은 올시즌을 끝으로 해외진출자격을 얻는다. 메이저리그행에 강렬한 의욕을 보이자 포스팅시스템(입찰제도)를 통한 진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단은 여론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차기 감독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의중을 살짝 내비쳤다. 사실상 조기 ML행이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선 감독은 지난 5일 광주구장에서 "새로운 감독이 결정권을 가진다면 류현진이 한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때 과연 보내줄 것인까?  이것은 한 팀의 15승 투수가 있고 없음의 문제가 된다. 어떤 감독이 순순히 OK하겠는가. 감독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류중일 삼성 감독도 역시 해외진출 자격을 얻은 오승환의 조기 ML행에 대해서도 "OK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 역시 선 감독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감독은 성적을 내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마무리 투수를 내주기는 쉽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계를 17년 전으로 돌려보자. 95시즌을 마친 김응룡 해태 감독은 대들보를 빼앗겼다. 해태의 소방수 선동렬은 한일 슈퍼게임을 마치고 "일본에 안보내주면 은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그리고 언론과 여론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일본 주니치에 입단했다.
10년 왕조를 지켜온 대들보가 없어졌으니 김응룡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그래도 그때는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임창용 등 마운드가 건재했다. 20승 투수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야구천재' 이종범 등 왕조의 기둥들이 든든하게 박혀 있었다. 선동렬이 없었지만 결과는 96~97년 2연패였다. 
그러나 이종범 유출의 충격파는 컸다. 해태는 IMF 여파로 구단 살림이 궁핍해지자  이종범을 주니치에 매각했다. 그는 5년동안 그라운드의 지배자로 해태를 지탱했던 주춧돌이었다. 다른 기둥들도 이적과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국 김응룡 감독의 입에서는 "음,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말이 신음처럼 흘러나왔고 왕조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대들보의 유출에 대해 그때나 지금이나 감독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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