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한일전, 에이스 윤형배 '부진' 어쩌나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9.06 10: 40

"지금 같은 (윤)형배 볼이면 일본 타자들은 다 친다".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팀의 에이스는 지난 8월 NC 다이노스에 우선 지명된 윤형배(19, 천안북일고)다. 윤형배는 빠른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로 드래프트 전부터 최대어로 꼽혔다.
이정훈 한국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대회가 열리기 전 "형배는 결승전 이전까지 마무리로 쓰다가 결승전에 선발로 내세울 것"이라며 윤형배를 아껴쓸 것임을 시사했다. 윤형배의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윤형배는 지난달 31일 A조 1라운드 베네수엘라전부터 팀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무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윤형배는 3일 콜롬비아전에서 1-1로 맞선 9회 견제 실책과 폭투 등을 범하며 1-3 패배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 후 이 감독은 "6일 일본전에 전력을 총동원하겠다. 그러나 윤형배는 현재 컨디션이 최악이다. 지금 같은 볼이면 일본 타자들은 다 친다. 5일 대만전에 올려 시험해보고 6일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윤형배는 5일에도 3⅓이닝 동안 승계주자를 모두 들여보내며 5피안타 2사사구 1실점으로 부진했다.
한국은 이날  윤형배를 내세우고도 일본전 중심 투수진으로 내정했던 이건욱, 심재민, 이수민을 모두 마운드에 올려 전력을 소진해야 했다. 그러나 항상 위기에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에이스는 감독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고 윤형배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본전에서도 위기가 닥칠 경우 윤형배를 내야 할까. 윤형배를 3년 동안 학교(천안북일고)에서 지도하며 봐온 이정훈 감독이 가장 잘 아는 문제겠지만 그만큼 윤형배를 지나치게 믿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 감독은 콜롬비아 패배 요인에 대해 "윤형배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교체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밝혔다. 
윤형배 외에는 마땅한 자원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엔트리 20명 중 2학년이 5명이나 포함된 약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감독 또한 대회 전부터 "윤형배 외에는 한 경기를 온전히 소화할 투수가 없다"고 말해왔다.
제대로 된 전력 모집과 연습이 이뤄지지 못한 이번 대회에서 높은 성적은 바랄 수 없다. 그러나 숙명의 한일전은 이야기와 주목도가 다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에이스는 '도박'이다. 윤형배를 다시 낼 것인가, 다른 투수들을 믿어야 할 것인가. 이 감독의 용병술이 발휘돼야할 시간이다.
autumnbb@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