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상대 벤치가 장난치는 것 같았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9.13 16: 55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렸다가 다시 죽여 놓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LG 김기태 감독이 전날 잠실 SK전에서 9회말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한 이유를 전했다. 김 감독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SK와 시즌 17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감독실에 초대해 어제 일에 대해서 설명했다.
9회말 SK의 투수교체에 대해 김 감독은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여 놓는게 아닌가 싶었다”며 “덕아웃에서 선수들 전원에게 상대가 우리를 얼마나 약하게 생각하길래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는지 잘 생각하라고 강조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김 감독은 “투수 신동훈을 타석에 올린 것은 내 판단이었다. 신동훈이 우리 팀에서 막내인데 신동훈 선수에게 미안하다. 감독 입장에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대타를 썼다”며 “SK가 이재영을 내는 게 내 입장에선 장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만일 최선을 다한다면 9회부터 정우람을 냈어야 했다. 패하는 우리 상황에서 상대에게 일침을 가하는 방법은 이 방법 뿐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60패 이상을 당하면서 우리 팀보다 강한 선배 감독님 팀들을 향해 항상 박수치고 많이 배워왔다. 그러나 어제는 박수칠 수 없었다. LG 선수단, 그리고 팬들의 자존심이 있다. 마치 가족이나 동료가 욕먹는 기분이었다”며 “경기는 지더라도 오늘의 1패가 앞으로의 2승, 3승을 유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봤다”고 의외에 대타 기용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전날 LG는 0-3으로 뒤지고 있던 9회말 2사 2루에서 올 시즌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를 밟은 적 없는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했다. 대타로 처음으로 1군 그라운드에 들어선 신동훈은 타석에서 가만히 서 있은 채 삼진으로 물러났고 LG는 한 점도 올리지 못하고 SK에 영봉패 당했다.
9회말 LG의 마지막 공격 상황을 돌아보면, LG는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온 좌투수 박희수에 맞서 2번 좌타자 이대형 타석에서 우타자 최동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최동수가 삼진으로 물러나자 SK는 우투수 이재영을 투입했고 3번 타자 이진영은 좌익수 플라이를 당했다.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 만을 남긴 상황에서 LG는 4번 타자 정성훈이 이재영을 상대로 중견수를 넘기는 2루타를 날려 2사 2루,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문제의 상황은 바로 그 다음에 나타났다. SK는 마무리 좌완투수 정우람을 투입했고 그 순간 LG는 신인 우투우타 신동훈을 좌타자 박용택 대신 대타로 타석에 올렸다. 또한 김기태 감독은 대기 타석에 있던 정의윤을 덕아웃으로 불러들였고 경기는 신동훈의 삼진과 함께 막을 내렸다.
김 감독은 “만일 SK가 박용택을 상대로 정우람을 내지 않고 이재영을 그대로 끌고 갔다면 신동훈 대타 기용을 없었을 것이다”면서 “박희수가 이진영을 상대하지 않고 이재영이 나올 때부터 마지막 대타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지금까지 SK와 상대하면서 어제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만수 감독님은 대선배시고 메이저리그에서 경험도 쌓으신 분이다. 어제는 야구를 하는 사람들끼리 다 아는 상황이었다”고 상대 SK에 대한 감정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당시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에게 미안한 선택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올 시즌 내내 관중수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고 있는데 항상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수장으로서 각오하고 내린 결단이었고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팬들께는 정말 죄송하다. 그러나 팀을 이끄는 사람 입장에서 앞으로의 선수들을 위해 내린 처사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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