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응답하라 1997’, 추억은 아름답다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9.19 08: 57

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종영했다. 아름다운 추억을 가졌고 사랑으로 치열하게 아파했던 이들이 맞이한 오늘은 그야말로 소박하게 찬란했다.
지난 18일 ‘응답하라 1997’ 마지막회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라는 부제로 전파를 탔다. 표면적으로 볼 때 첫사랑이 아픈 기억으로 남은 사람은 강준희(호야)가 유일했다. 하지만 도피유학으로 생이별을 했던 도학찬(은지원), 모유정(신소율) 커플과 3년의 시간차를 두고 사랑을 시작해 6년을 떨어져 지냈던 윤윤제(서인국), 성시원(은지) 커플은 어찌됐든 같은 파트너와 한 번의 첫사랑을 끝내고 두 번째 끝사랑으로 재회했다.
중간에 아팠던 기억들은 다 사라지고 ‘응답하라’의 주인공들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도학찬, 모유정, 윤윤제, 성시원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고 동생을 위해 사랑을 포기한 윤태웅(송종호)은 동방신기의 전국 팬클럽 회장 부인을 얻었다. 방성재(이시언)는 기장군 공익근무요원을 마치고 보험회사에 취업했고, 속도위반이지만 성시원, 윤윤제의 결혼으로 성동일(성동일), 이일화(이일화)는 손녀를 얻었다. 그리고 강준희는 새로운 인연을 찾았다. 현재진행형의 인물들은 아름답게 자리한 추억으로 인해 매일이 해피엔딩이다.

은지가 “제작진이 천재인 것 같다”는 음모론(?)을 내세울 만큼 ‘응답하라’는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했다. 스치듯 만났던 과거의 인연이 현재로 이어지기도 하고 초반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마지막회에서 해명되기도 했다. 레코드숍에서 성시원을 생각하며 H.O,T CD를 구입하던 윤태웅과 부딪혔던 여자가 미래의 아내(이주현)라는 설정이 그 예다.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설정된 ‘응답하라’인 만큼 캐스팅 첫 번째 조건이 네이티브 스피커급에 준하는 사투리 구사능력을 가진 배우였다. 울산 출신 서인국, 부산 출신 은지, 호야, 이시언 등이 출연한 것은 당연했고 다행이었다. ‘응답하라’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배우들은 ‘입에 도란스를 단 듯’ 표준어와 부산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자연히 연기력 논란도 없었다. 은지와 호야는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했음에도 쏟아지는 호평 속에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서인국은 이미 MBC 새 주말드라마 ‘아들녀석들’에 출연을 확정했다.
톡톡 튀지만 주변에 있을법한 캐릭터 열전도 볼거리였다. 사람이 들어갈 법한 큰 대야에 음식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일화, 욕연금술사로 등장했던 강준희의 드센 누나(박지윤), 딸의 팬질이 영 탐탁지 않은 성동일까지 감초 캐릭터들이 ‘응답하라’를 더욱 빛나게 했다.
삐삐와 PCS를 쓰고 다마고치를 키우고, 드라마를 테이프로 녹화해서 보던 시절이 추억이 됐듯, 그 추억을 꺼내 보여줬던 ‘응답하라’ 역시 18일 방영을 끝으로 추억이 됐다. 시청자들의 시즌2 제작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관한 논의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등 ‘응답하라’ 제작진은 먼저 tvN의 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plokm02@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