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20-20’ 찍고 골든글러브로 갈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06 10: 46

좀처럼 늘어나지 않던 도루 숫자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뛰자 순식간에 늘어났다.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최정(25·SK)의 눈앞에 ‘20-20’ 클럽의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4일까지 26홈런-17도루를 기록 중이던 최정은 5일 문학 롯데전에서 2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단숨에 도루개수를 ‘19’로 늘렸다. 시작부터 작정을 하고 나온 듯했다. 1회 좌전안타로 출루한 최정은 호시탐탐 2루 도루를 노렸다. 리드폭부터가 평소보다 넓었다. 그러나 이호준의 안타로 도루의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3회 기어이 2루 도루를 성공시킨 최정은 5회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한 후 3루를 훔쳐 팬들을 놀라게 했다. 과감한 스타트에 롯데 배터리는 손을 쓰지 못했다.
이제 20-20까지는 도루 하나가 남아있다. 시즌 최종전인 6일 문학 롯데전에서 한 번만 베이스를 훔치면 생애 처음이자 통산 36번째 20-20클럽 가입이 가능하다. SK 팀 역사에서는 첫 달성이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시즌 전 “무리하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20-20에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했던 스스로의 소망도 이뤄진다. 때문에 6일 경기에서도 기회가 되면 뛸 확률이 높다. 이미 2위를 확정지은 벤치에서도 말릴 이유가 없다.

20-20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2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의 근사한 발판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최정은 5일까지 3할 타율과 26홈런 84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2위, 타점은 4위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그런데 박석민(삼성)이라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 박석민은 올 시즌 타율 3할1푼2리와 23홈런 91타점을 기록 중이다. 개인성적에서는 오히려 최정을 근소하게 앞선다. 정규시즌 우승팀의 3루수라는 무시못할 프리미엄도 있다.
지금까지 최정이 박석민에 비교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수비였다. 최정의 3루 수비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끝에 리그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과감함과 안정감, 그리고 판단력까지 두루 갖춘 거미줄 수비다. 그러나 투표인단을 사로잡을 수 있는 뭔가의 한 방이 부족했다. 골든글러브 수성을 장담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20-20’ 달성은 지금껏 부족했던 ‘한 방’을 제대로 메우는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다. 3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35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20-20이다. 희소가치가 높다. 당장 20-20은 박병호(넥센)의 MVP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최정이 20-20을 무기 삼아 골든글러브 사냥에 나설 수 있을까. 어쩌면 ‘도루 하나’에 모든 것이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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