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전망 野부리] 선발은 SK 우세, 불펜은 백중세 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16 07: 12

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다시 만난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입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SK, 그리고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상위 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롯데가 16일부터 플레이오프를 치릅니다. 준 플레이오프때와 마찬가지로 라이벌인 두 팀의 담당인 김태우 기자(SK)와 이대호 기자(롯데)가 야구를 주전부리 삼아 가볍게 전망을 내 놓았습니다.
김태우(이하 김)-롯데는 분위기 좋지?
이대호(이하 이)-물론 최고죠. 그냥 들떠있는 것보다 '드디어 포스트시즌 징크스를 끊었다' 이런 감격이 더 큰 것 같아요. 결국 큰 경기에서 처음으로 이겼다는 자신감 아닐까요?

김-그렇겠지. SK도 그 분위기를 가장 경계하는 것 같더라고. 4차전에서 끝난 것도 좀 아쉬워 하는 것 같고. 확실히 팀으로서의 힘은 좀 붙은 모습이야. 결국 SK의 1차 관문은 롯데의 분위기를 어떻게 제어하느냐네.. 1차전이 그래서 중요한 거고.
그런데 워낙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해서..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것 같기는 하고 우리 것만 하면 이길 수 있다. 뭐 이런 분위기?
이-SK야 그냥 가을야구 기술자들 아닌가요 ㅋㅋ 자기들 하던 것만 하면 될 텐데요.
김-기술자들을 넘어 장인들이지. 경기를 풀어나가는 힘이라는 게 사실 금방 쌓이는 게 아닌데 다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기분? 롯데도 지난해 경험에서 어느 정도 트라우마는 있을거야.
정규시즌 맞대결 성적과는 별개의 문제지. 그래도 한창 깨질 때보다 SK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없어졌는가?
이-그렇죠. 큰 경기에서 정규시즌 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올해 롯데가 SK에 상대전적 앞선 게 의미는 있다고 보거든요. 200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SK를 이겼으니까요. 일종의 포비아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정규시즌에 일단 그런 토대는 만들어놨고. 일단 분위기 자체가 좋으니까. 의외로 이번 시리즈 때는 쫄지 않고 자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만수 감독은 "3일이라는 기간이 분위기를 어느 정도 다운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고.
이-3일이라는 공백기가 롯데에 꿀 맛 같은 휴식이 됐을지, 아니면 감각을 떨어뜨리는 시간이 됐을지가 관건이네요.
김-어쨌든 1차전이 중요한 건 틀림없는 사실인 거 같다. 어떤 의미에서든.
김-결국 사도스키는 아웃됐더라고.. 1차전 유먼의 짐이 커졌네. 유먼이 SK 상대로는 강했잖아.
이-무지 잘 던졌죠. 5게임 나와서 딱 1게임에 7이닝 4실점하고 나머지 4게임은 아예 무실점이었어요. 그때 유먼이 SK 타자들한테 직구승부 고집하다 몰려서 맞았거든요. 워낙 자기 직구에 자부심이 강한 선수인데 포수가 어떻게 다독여서 적지적소에 유인구 던지게 하느냐가 관건 같아요.
김-지금 롯데 선발로테이션으로 봤을 때 SK로서는 유먼만 쓰러뜨리면 시리즈를 편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거든. 2차전부터는 어떻게 되지?
이-2차전은 송승준인데 3차전부터가 애매해요. 진명호가 들어가야 할 것 같거든요. 아니면 이승호가 나갈 수도 있고요. 어쨌든 로테이션상 3차전은 임시선발이 들어가야 합니다.
김-SK는 김광현-윤희상에 이어서 3,4차전은 송은범 마리오가 나설 가능성이 큰데 일단 틀은 잡혀있는 SK가 선발은 유리하다고 봐야 할까? 채병룡이 1+1으로 나설 수 있는 사정까지 감안하면 그런 것 같아.
이-지금으로 봐서는 SK가 우위 아닐까 싶어요. 일단 양적으로 풍부하니까요.
김-결국 SK는 투수를 11명, 롯데는 12명. 양 감독이 고민을 좀 했던 거 같아.
이-그렇죠. 어차피 선발 힘에서 딸린다고 보고 불펜 엔트리 한 명 늘려서 중간계투 싸움으로 갈 것 같거든요. 오늘 본인이 양떼야구 이야기도 했고요.
김-그럼 새로 올라온 진명호 이정민이 키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네.
이-이정민이 키가 될 수도 있어요.
김-음.. 어떤 의미에서?
이-SK전에서 기가막히게 던졌잖아요 ㅋㅋ
김-ㅋㅋ 문학에서 날랐지. 그날 공은 다시 그렇게 던지라고 해도 던지기 힘들 정도로 예술이었거든 ㅋ SK 타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하니 말 다했지 뭐. 도통 그런 이야기는 잘 안 하는 선수들인데.
이-사실 올해 SK전에 이용훈이 굉장히 강했거든요. 3게임 나와서 ERA가 0.98에 2승을 했는데 본인은 빨리 끌어올려서 PO에 몸 맞춘다고는 했는데 아직 하프피칭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롯데는 이용훈 공백이 제일 아쉽게 됐어요.
 
김-SK도 부상 전력이 있었던 선수들 때문에 고민이 많거든. 김광현은 어깨, 송은범은 팔꿈치, 마리오는 무릎. 양적으로 우세한 건 확실하지만 여기도 변수는 있는 것 같아. 특히 1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내정했는데 이건 예상과 좀 다른 일이었거든. 몇 가지 의미가 있는 거 같아. 일단 미디어데이 때 이만수 감독이 이야기한대로 에이스에 대한 예우 차원이 있을 거고 올 시즌 롯데전에서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두 가지 더 추측하자면 롯데 선발이 유먼이라는 점, 그리고 투수들의 어깨가 싱싱하다는 점. 만약에 김광현이 1차전을 내주더라도 2~4차전 선발은 SK가 뒤지지는 않으니까.
이-게다가 김광현이 잘 던져서 시리즈 통과하면 KS때 진정한 위력이 나오겠죠. 여러 복안이 깔린 게 아닐까 싶어요.
김-그리고 롯데와는 달리 SK 투수들은 싱싱하잖아. 김광현이 3~4회까지만 대등하게 가도 채병룡. 박정배 이런 투수들이 7회 정도까지는 끌어줄 수 있으니까. 1+1을 염두에 둔 전략일 수도 있는 듯 해. 나중에 4차전쯤 이런 작전을 세우기에는 부담이 좀 크지. 그래서 난 이 선택이 나쁘지 않다고 봐.
이-확실히 선발은 SK쪽에 무게가 실리네요. 그럼 불펜은 어떨까요?
김-불펜은 백중세 아닐까;롯데 불펜의 체력은 어때?
이-모두들 출석체크야 했는데 사실 아직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가 있진 않아요. 시즌 내내 양승호 감독이 가장 주력한 게 투구수 관리였으니까요. 근데 전 롱 릴리프에서 SK가 앞서는 걸로 보거든요. 필승조는 박희수-정대현 사기캐릭터 하나씩 갖고 있고 두 팀 모두 좌-우-언더로 구색 잘 갖추고 있잖아요. 결국 두 팀의 불펜에서 차이가 나는 게 SK는 선발 일찍 내려가면 채병용이 나올 수 있고, 롯데는 이승호가 나와야 한다는 게 차이 같습니다.
김-그런데 SK 불펜도 변수가 없는 건 아니거든. 일단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예열을 하고 왔고 잦은 투수교체로 선수 개개인의 단점은 만회할 수 있는 구조잖아? SK는 그런 건 불가능하거든. 왼손은 박희수 정우람밖에 없고 죄다 오른손들이야. 언더도 없고. 박희수 정우람은 쓸 때가 분명하다고 보면 의외로 롯데의 물량공세가 먹힐 수도 있다고 봐.
이-근데 그 두 명의 콤비네이션이 너무 강력해요. 그냥 2이닝을 지워버리는 두 명이니 말이죠.
 
김-그런데 이제 롯데도 정대현이 있잖아? ㅋ SK도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는 구조지. 휴.. 준PO때는 살벌하더라. 반대로 롯데는 7~8회까지만 끌고 가면 지킬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있겠지. 롯데가 팽팽한 승부에서 강인함을 발휘하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정대현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어.
정대현의 컨디션은 계속 올라가는 것이 비해 박희수 정우람의 컨디션은 시즌 막판 하락세였거든. 피로가 누적된 만큼 휴식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가 관건이네. 좌타자가 많은 SK인데 좌완들의 상대는 괜찮은가?
이-사실 롯데도 그게 걱정이긴 하거든요. 강영식이나 이명우 모두 완벽하진 않아요.
김-롯데 불펜 입장에서는 SK 대타들이 까다로울 수도 있겠다. 타자 하나랑 투수 하나 바꾸면 손해잖아 ㅋㅋ 이재원 모창민.. 오른손 대타 요원은 많거든. 수 싸움이 중요할 것 같아.
이-또 양승호 감독은 좌우를 철저하게 따지는 편이거든요. 벤치 싸움이 승부처가 될 것 같네요.
김-그럼 불펜 쪽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나. 롯데도 선발만 버텨주면 대등하게 끌고 갈 수 있고. SK가 다만 롱릴리프 쪽은 좀 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겠네. 아직 투수들의 어깨가 싱싱하니깐.
skullboy@osen.co.kr/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