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롯데 양떼불펜, SK 파쇄법은 대타야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6 10: 41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인데 롯데는 많이 달라졌다. 2011년 타격의 팀이었던 롯데는 2012년 불펜의 팀으로 변신해 다시 한 번 SK를 가로 막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SK도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떼불펜’의 파쇄법을 연구했다. 그 중 하나가 대타 카드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3승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올라왔다. 분위기는 최고조다. 게다가 자신감도 붙었다. 중심에는 불펜이 있다. 롯데는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항상 뒷문을 걱정했던 팀이었다. 2~3점을 리드하고 있어도 항상 불안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불안감이 없다. 경기 중반까지만 대등하게 끌고 가도 이길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선수들에게는 큰 심리적인 안정감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불펜은 그 위력을 다시 한 번 발휘했다. 고비 때마다 줄줄이 올라와 두산 타선을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구위도 수준급이지만 구색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오른손(김사율 최대성), 왼손(이명우 강영식), 옆구리(김성배 정대현)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상대 타자 유형에 맞는 자신의 몫이 있어 불펜 투수들로서도 계산이 편하다. 롯데는 플레이오프 때도 불펜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SK도 마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양떼불펜을 깰 비책 마련에 고심했다. 그 중 하나가 대타 카드다. 적절한 시점에 대타를 투입해 롯데 불펜을 괴롭힌다는 계획이다. 대타 자원은 롯데보다 더 풍부하다는 자신감도 있다.
왼손 투수가 나왔을 때는 이재원이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상무에서 모든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해봤다”고 하소연하는 이재원이지만 왼손 투수 천적의 이미지는 여전하다. 올 시즌 제대 후 왼손 투수를 상대로 16타수 7안타(.438)의 맹타다. 장타력도 가지고 있어 롯데로서는 부담감이 크다.
이재원 외에도 힘이 있는 오른손 타자가 엔트리에 더 있다.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모창민도 적절한 시기에 대타로 낼 수 있는 카드다. 연습 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재홍 안치용 등 베테랑 선수들을 밀어냈다는 것은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조인성이 포수 마스크를 쓸 때는 정상호도 대타 카드다. 올 시즌 언더핸드 투수에게 3할1푼8리로 강했다. 좌타자 임훈도 언더핸드 공략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다.
설사 대타 작전이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효과는 있다. 대타를 내는 자체만으로도 롯데 불펜을 소모시킬 수 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비교적 ‘좌우’를 확실히 지키는 유형이다. ‘좌우’보다는 컨디션과 스스로의 감을 믿는 이만수 SK 감독과는 대비된다. 대타 카드로 상대의 투수 교체를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두 팀의 명운을 가른 9월 18일과 19일 사직 2연전이 그랬다. SK는 확대엔트리의 힘을 등에 업고 끊임없이 대타를 냈다. 롯데도 그에 맞게 투수를 바꾸며 대응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양승호 감독은 “야수와 투수를 맞바꾸면 무조건 투수를 주는 쪽이 손해다”라고 웃었다. 비록 엔트리가 26명으로 한정돼 SK가 그만한 효과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롯데 불펜에 압박은 줄 수 있다. 이를 둘러싼 양 팀 벤치의 눈치 싸움도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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