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어록, 한화에서는 어떤 말을 쏟아낼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16 10: 42

한화 김응룡(71) 감독은 지난 1983~2000년 해태, 2001~2004년 삼성에서 무려 22년간 감독직을 맡았다. 오랜 기간 현장에있었던 만큼 그의 입에서 나온 어록도 많았다.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좌중을 휘어잡았었다. 
해태 시절에는 그 유명한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어록을 남겼다. 1996년 선동렬에 이어 1998년 이종범마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로 입단하며 투타 양대 기둥을 잃은 김응룡 감독의 처지를 그대로 나타낸 말이었다. 김 감독은 "그런 말한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투수는 선동렬,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란 말도 남겼다. 
1996년에는 선동렬의 일본 진출, 김성한의 현역 은퇴로 팀이 곤두박질치자 "너네들이 들러리냐"라는 한마디로 선수들을 일으켜세웠다. 유독 해태로 오기 싫어한 선수들도 많았는데 그때도 김 감독의 말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양준혁에게는 "1년만 뛰면 보내줄게"라며 설득했고 실제로 1년 뒤 그를 트레이드시켜줬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대회 초반 약체 호주에게 덜미를 잡히는 등 예선 통과가 불투명한 시점에서 일부 대표선수들의 카지노 출입으로 비판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이 내 말을 듣지 않은 적은 없다. 술집에 가지 말라고 한 적은 있어도 카지노에 가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며 선수들을 두둔했다. 결국 대표팀은 위기를 딛고 동메달로 야구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삼성으로 옮긴 뒤에도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부임 초 "삼성이 우승 못한 이유를 알겠다. 쓸만한 선수가 별로 없다. 정신력이 약한 줄 알았는데 전력이 약한 것이었다"며 선수들을 기선제압했다. 주루사가 많았던 박한이에 대해서는 "정신병자"라는 과격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잘 던지는 정현욱에게는 "작살나는 피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무엇보다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마치 야구의 신과 경기하는줄 알았다"는 말로 적장인 LG 김성근 감독을 한껏 추켜세웠다. 김응룡 감독의 한마디로 김성근 감독은 '야구의 신'이라는 의미의 '야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이는 김응룡 감독이 상대를 띄워주는 만큼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할 의미도 있었다. 한마디로 김응룡 감독은 '야신을 이긴 감독'이라는 것이다. 
2004년을 끝으로 현장 감독에서 물러난 뒤 삼성 사장을 지낸 김 감독은 "이대로 가면 프로야구 망한다", "난 야구단 사장을 그만둬도 야구인이다. 관속에 들어갈 때까지 야구인이다", "선동렬 감독이 나보다 한수 위다", "류중일 감독은 마치 40년 된 감독처럼 차분하다" 등의 발언으로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화로 온 뒤에도 김 감독의 어록은 살아있었다. 선임 직후부터 "프로는 못하면 죽는 것이다", "내가 가진 건 카리스마 뿐이다. 강하게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종범 주루코치와 김성한 수석코치를 데려올 때에는 "야, 한 번 도와줘"라고 부탁했다. 물론 농담도 빠지지 않았다. "내가 전에는 육지의 왕이었다. 별명은 코끼리였고. 독수리는 하늘의 왕이잖아"라며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이 이끈 해태와 삼성은 호랑이와 사자 팀. 독수리 팀에 온 만큼 이제는 하늘의 왕이 되겠다는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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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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