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김광현, 한국시리즈가 더욱 궁금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3 07: 09

아쉬움이 진한 경기였다. 그래도 팀은 이겼다. 그렇기에 아직 김광현(24·SK)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광현은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1⅔이닝 동안 6피안타 2사사구를 내주며 3실점했다. “선발투수들을 믿는다”고 누차 강조한 이만수 SK 감독이 일찍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같은 장소, 같은 타자들을 상대로 한 1차전에서 6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수치상 드러난 구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가 찍혔다. 1차전 최고 구속 151㎞와 큰 차이가 없었다. 직구 평균 구속도 147㎞에서 소폭 하락한 145㎞를 기록했다. 오전에 내린 비로 날씨가 쌀쌀했음을 고려하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비교적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이른바 ‘바가지 안타’가 꽤 있었다. 스스로 저지른 실책 역시 실점의 빌미가 됐다.

아쉬웠던 점은 변화구 승부였다. 1차전에서는 직구 위주의 패턴으로 롯데 타선을 윽박지른 김광현이었다. 과감한 몸쪽 승부도 돋보였다. 그러나 5차전에서는 이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바깥쪽 승부가 많았고 그나마 제구가 잘 안 됐다. 공이 1~2개씩 빠지며 투구수가 불어났다. 대신 슬라이더로 대변되는 변화구를 많이 섞었다. 그러나 1차전에서 호되게 당한 롯데 타자들은 이에 잘 대처했다.
롯데 타자들은 예상 외로 직구보다는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췄다. 1회 손아섭은 슬라이더를, 2회 박준서는 커브를 받아쳤다. 노림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타격이었다. 또 모두 2스트라이크 이후라는 불리한 상황에 몰렸음에도 침착하게 변화구를 기다렸다. 김주찬 조성환의 안타도 2스트라이크 이후 나왔다. 김광현은 이런 롯데 타자들의 끈질김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1⅔이닝 동안 13타자를 상대하며 투구수는 65개나 됐다.
그러나 가능성도 봤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회복력에서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광현은 여전히 부상과 싸우는 처지다. 그러나 5일 휴식 후 나선 5차전에서 직구 구위 자체는 괜찮았다. 힘이 남아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김광현에게 주어진 임무는 ‘1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충분한 휴식, 그리고 1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상황이라면 좀 더 홀가분하게 표적을 조준할 수 있다.
볼넷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광현은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단 한 개의 볼넷을 내줬다. 5차전에서도 볼넷은 홍성흔에게 하나만을 허용했다. 풀카운트에서 회심의 바깥쪽 직구를 던졌지만 살짝 빠졌다. 포수 정상호가 삼진을 확신하고 일어섰을 정도로 미묘한 차이였다. 그 외 상황에서도 영점이 크게 벗어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광현은 정규시즌 삼성전 3경기에 나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40으로 좋지 않았다. 그 원인이 바로 볼넷이었다. 15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볼넷을 주며 스스로 무너졌다. 그러나 제구가 잡힌 김광현이라면 해볼 만하다. 삼성의 좌타자들에게 강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승엽에게는 8타수 무안타, 박한이 최형우에게는 7타수 1안타(.143)으로 우위를 점했다. 우타자들을 상대로 지금의 직구와 제구를 이어갈 수 있다면 분명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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