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사자 나와라!" SK, 작년과 부쩍 달라진 것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3 07: 10

1년 전과 똑같은 한국시리즈 매치업이다. 홍코너에는 삼성이, 청코너에는 SK가 들어섰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도전자로서 링에 오르는 SK의 사정이 지난해보다 더 낫다는 사실이다.
SK는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6-3으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SK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나선다. 분위기도 괜찮다. 1년 전보다는 여러 요소에서 나아진 구석이 보이기 때문이다.
▲ 선발싸움, 해 볼만 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플레이오프 종료 후 “SK가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했다. “단기전에서 많이 이겨본 팀이다. 기본적으로 강팀이다”라며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감도 드러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선발진이다. 류 감독은 “투수력에서 우리가 앞선다”며 “선발 10승 투수가 4명이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삼성은 정규시즌에서 장원삼(17승) 탈보트(14승) 배영수(12승) 고든(11승)이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윤성환(9승)도 부상만 없었다면 충분히 10승이 가능했다. 차우찬 등 대기 자원까지 합쳐 ‘1+1’ 전략이 가능한 구성이다. 삼성은 이런 선발진의 힘으로 SK의 타선을 초반부터 묶어놓겠다는 전략이다. 정현욱 안지만 오승환이라는 필승조가 대기하기에 6회 정도만 책임지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 있다.
지난해 삼성이 5경기 만에 한국시리즈를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1+1’ 전략이 잘 먹혔기 때문이다. 반면 SK는 선발투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부상 후유증에 시달린 김광현은 끝내 일어서지 못했고 윤희상은 부상으로 1이닝 소화에 그쳤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송은범, 1·5차전에 등판해 나름의 몫을 한 고든으로는 삼성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SK도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김광현(1차전) 윤희상(2차전) 마리오(4차전)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이끌어갔다. 3차전에서 다소 부진했던 송은범, 5차전 역투의 주인공이자 언제든지 선발로 돌릴 수 있는 채병룡까지 감안하면 “해 볼만 하다”라는 게 SK의 생각이다. 이만수 SK 감독이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을 공언한 외국인 투수 데이브 부시도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 체력, 큰 문제 없다
포스트시즌 1경기는 정규시즌 3경기의 체력 소모와 맞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한국시리즈까지 많은 경기를 치를수록 불리한 여건이 될 수밖에 없다. SK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하면서 당초 구상이었던 ‘3승1패’ 승리 시나리오가 어그러졌다. 5차전까지 오면서 생각보다 많은 힘을 뺐다. 그래도 준플레이오프를 거쳤던 지난해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이다.
SK는 지난해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를 모두 거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삼성과 만나기 전에만 9경기를 치렀다. 가뜩이나 부상 선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선수단 체력은 말 그대로 ‘방전’이었다. 이만수 SK 감독은 “던질 투수가 없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덕에 그나마 여유가 있다.
 
선수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정근우는 “사실 지난해도 플레이오프까지는 크게 힘든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 들어가니 몸이 너무 무거운 것을 느꼈다”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장 불안한 부분은 필승조인 박희수와 정우람의 체력이다. 두 선수는 3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나섰다. 박희수는 7이닝 동안 총 107개의 공을 던졌고 정우람도 5이닝 동안 투구수 83개를 기록했다. 분명 체력적으로는 부담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박희수가 한국시리즈 전까지 6경기, 정우람은 5경기에 나섰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나빠질 것은 없다.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플레이오프 시작 전까지 열흘 이상의 휴식 시간이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박정배 채병룡 등 롱릴리프 자원들이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는 것도 불펜 운영을 한결 수월하게 해줄 수 있다.
▲ 분위기? 제대로 탔다
SK가 대구로 향하는 데까지는 위기도 있었다. 2·3차전을 내주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팀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4차전을 앞두고 이호준은 “우리가 포스트시즌에서 3연패를 당한 적이 있나 싶었다”라며 긴장감을 살짝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4차전을 잡은 SK는 5차전에서도 초반 0-3의 열세를 뒤집으며 역전승했다. 기진맥진했던 지난해 덕아웃 분위기와는 또 다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한 채 한국시리즈에 임한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극적인 역전 시리즈는 팀 내 결속을 더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팀이 가지고 있는 저력을 믿고 홀가분하게 한국시리즈에 임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타격도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계속 침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것이 한국시리즈에서는 약이 될 수도 있다.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우위(10승9패)를 점했다는 것도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이 된다. 류중일 감독은 “단기전은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또 SK 선수들의 설욕 의지도 강하다. 한 선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패배 후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진 것이 분하다”라고 했다. SK는 당시의 수모를 기억하고 있다. 독기를 품은 SK만큼 어려운 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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