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스크린 데뷔, 자신 없으면 시작도 안했죠”[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10.29 09: 06

항상 댄디하고 깔끔한 재벌남 이미지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배우 박시후, 그러나 막상 만나보니 서글서글하고 잘 웃고 얘기하다 보니 동네 오빠같은 친숙함이 풍겨 나오는 충청도 사나이였다.
반전매력이 있는 이 남자, 박시후가 또 다른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겨울 제대로 고생 한 번 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로 스크린 데뷔를 한 박시후는 그의 첫 영화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살인 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과 그를 법으로는 잡을 수 없는 형사의 끝나지 않은 대결을 그린 영화. 박시후는 극 중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곡 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고 2년 후, 자신을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히며 살인참회 자서전 ‘내가 살인범이다’를 출간한 작가 이두석으로 분한다. 이두석은 살인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다.

박시후는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딱 이두석과 같은 이중적인 면이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많은 배우가 양면성을 띤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 한다. 그것도 간절하게. 아무래도 이러한 캐릭터가 배우의 새로운 면 또는 그간 굳어졌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찬 베일과 같은 순식간에 돌변하는 캐릭터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이두석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 시나리오를 보고 좋은 기회인 것 같아 기대감을 갖고 촬영을 했어요.”
그러나 사실 ‘내가 살인범이다’ 출연이 좋은 기회인 걸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당시 박시후는 드라마 ‘공주의 남자’ 촬영으로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태였기 때문. 영화에 출연하려면 드라마 종영 후 이틀 만에 촬영장에 투입돼야 했다.
“‘공주의 남자’가 끝나고 바로 이틀 뒤에 영화촬영을 해야 한다고 해서 ‘말이 되는 상황이냐’며 시나리오도 안 봤어요. 정말 며칠 동안 안 봤어요. 그런데 살인범인데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솔깃했죠.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느낌이 좋았어요. 두 달 정도 쉬려고 했는데 욕심이 나서 바로 한다고 했죠.(웃음)”
박시후는 이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은 과정을 거치며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그에게 첫경험이 쉽지만은 않았다. 말 그대로 몸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고 마음고생도 해야 했다. 누구에게나 첫경험은 익숙하지 않고 어렵지만 박시후는 스크린 데뷔를 제대로 했다.
“영화는 드라마와는 다르게 여유가 있어서 그게 장점인데 한 신을 열흘 동안 찍으니 쳐지는 게 있더라고요. 그런 점이 쉽지 않았죠. 대사 몇 마디를 가까이서 찍고 멀리서 찍고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번 찍더라고요. 정말 답답했어요. 그러면서 적응해 나갔죠. 액션신도 너무 힘들게 찍어서 정재영 선배에게 ‘영화가 원래 이렇게 힘들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첫 영화이기도 하고 첫경험이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영화촬영 현장에 적응하고 액션신을 찍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중에 가장 박시후를 힘들게 했던 건 수영장신이었다. 열장치가 고장 나서 한겨울에 차가운 물이 담긴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는 장면을 장장 18시간이나 찍어야 했다. 말 그대로 ‘고난’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노출신이라 몸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런데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몸의 수분을 빼야 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촬영하기 4일 전부터 물도 거의 먹지 않고 탄수화물 섭취도 안 했어요. 찬물에 다이빙하다 보니 어지럽기도 하고 그래서 정말 포기하고 싶었죠.”
박시후, 어렵게 스크린 데뷔전을 치른 탓일까. 데뷔 7년 만에 영화에 도전한 소감에 대해 “좋은 추억이었다”고 말하면서도 다음에는 다른 장르의 영화를 찍고 싶단다. 하고 싶은 역할로 마초적이거나 차가운 남자, 또는 뱀파이어 역할을 들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욕심이 나는 역할은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남자.
“나쁜남자인데 여자들이 거부할 수 없고 마성의 매력 때문에 여자들이 어쩔 수 없이 쓰러지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의 라이언 필립과 같은 캐릭터 말이죠.(웃음)”
어찌 됐든, 박시후는 우선 첫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큰 기대와 함께 욕심도 있다.
“스크린에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첫 작품인데 잘 돼야죠. 잠깐 맛봤다가 안되니까. 특히 영화는 심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욕심 같아서는 끝이 없지만 일단은 관객이 200만 명을 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 있어요. 자신 없었으면 시작도 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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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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