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양승호 "언젠가 야구장에서 다시 볼 것"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31 06: 14

"다시 야구장에서 볼 것 아닌가."
어깨에 메고 있던 짐을 벗어버린 덕일까. 30일 전격적으로 자진사퇴를 한 롯데 양승호(52) 감독의 목소리는 의외로 가벼웠다. "우승 못 시켰으니 내가 물러나는 게 맞다"라는 말에서는 책임감과 함께 일종의 후련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롯데는 올해 프로야구 마지막 경기였던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작년 플레이오프는 선수들이나 나나 정신없이 치렀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많이 준비를 했고 자신 있었는데 결과가 아쉽게 됐다"고 말한 양 감독은 "마지막 한 고비를 못 넘었다"고 한탄했다.

처음 자진사퇴설이 불거져 나왔던 23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양 감독은 "결코 자진사퇴는 없다. 통상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당시 배재후 단장을 만나 양 감독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24일 장병수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거듭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처음 사퇴설이 나왔던) 당시에는 확실하게 결정된 것도 없으니 섣불리 자진사퇴를 말할 수 없었다. 이해해 달라"고 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올해 플레이오프까지 힘든 길을 거쳤는데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라면서 "그래도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끝까지 제자들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간에 나왔던 사퇴설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이야기했다. 양 감독은 올 시즌 중반 사석에서 "우승을 못 한다면 감독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 말 그대로 양 감독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9월 달에 6연패를 하고(9월 22일 LG전)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었다. 성적이 안 좋고 우승이 힘들어 보여서였다"고 말한 양 감독은 "감독이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양 감독은 부산에 머물며 신변 정리를 할 계획이다. "신세 진 사람이 많아서 만날 사람도 많다"고 말한 양 감독은 "정리가 되면 미국 시애틀로 떠나려고 한다. 동생이 머물고 있으니 거기서 머리도 식히고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기자의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말에 양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어차피 언젠가는 야구장에서 다시 볼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비록 롯데에서는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지만 프로야구 판에서 감독으로서 지도력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지난 2년 동안 치열한 전쟁터에 있었던 양 감독, 이제는 한 발 물러나 관망자로 돌아가게 된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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